르피딤(Rephidim)-아말렉 족과의 전투
이스라엘 백성이 모세의 인도로 갈대바다를 건너 이집트를 떠나 시나이 광야(탈출 19,1)에 이르는 과정은 숱한 고난과 역경으로 가득한 도전의 연속이었다. 광야에서 자유가 주어졌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은 오히려 이집트에서의 비참한 종살이를 더욱 그리워하기 시작하였다. 무엇보다도 가장 기본적인 먹을 것과 마실 것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 카타리나 수도원 모세의 우물 옆에 있는 프레스코화. 왼쪽은 만나와 메추라기, 오른쪽은 아말렉을 무찌르는 모세와 여호수아마라에서의 쓴 물(탈출 15,22-26), 이집트의 고기 냄비 동경(탈출 16,2-3), 마싸와 므리바에서 물(탈출 17,2-7; 민수 20,2-13), 만나(민수 11,4-6) 등은 모두 음식과 물에 대한 불평이었다.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에서 먹던 고기, 생선, 오이, 수박과 부추와 파와 마늘이 눈에 선해 ‘만나’ 정도로는 양에 차지도 않았고 백성들의 불평불만은 시시각각으로 터져 나왔다. 모세를 통해 주님의 인도와 도움의 표징을 체험했지만 안정되었던 이집트의 생활에서 벗어나 광야에서의 불안정한 생활은 그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고 주님께서 그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민수 11,4-
그들 가운데에 섞여 있던 어중이떠중이들이 탐욕을 부리자, 이스라엘 자손들까지 또 다시 울며 말하였다. “누가 우리에게 고기를 먹여 줄까? 우리가 이집트 땅에서 공짜로 먹던 생선이며, 오이와 수박과 부추와 파와 마늘이 생각나는구나. 이제 우리 기운은 떨어지는데, 보이는 것은 이 만나뿐, 아무것도 없구나.”주님과의 계약의 장소인 시나이 산으로 가는 길은 그렇게 호락하지 않았다. 광야에서 살고 있던 부족들에게 이집트를 탈출해 온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들의 영토와 생명을 탐내는 침략자로 보였을 것이다. 하느님의 산인 시나이 산을 얼마 남겨 놓지 않고 ‘르피딤’(Rephidim, 히-????????)에서 아말렉 족을 만난 것이다
1.마라의 샘 2.르피딤(오아시스 훼이란) 3.시나이 산. 마라의 샘에서 시나이 산까지는 대략 276km
1.시나이 산 2.성 카타리나 수도원 3.르피딤(오아시스 훼이란)
1.오아시스 훼이란 2.훼이란(르피딤). 2번 위치가 모세가 올라간 풍차의 언덕이다. 와디 훼이란의 모양과 폭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시나이 산으로 향해 나아가는 피해 갈 수 없는 외길에서 아말렉 족을 만난 것이다.
홍해의 바닷가 길을 따라 남쪽으로 달리다가 ‘알 투르-성 카타리나 길’(al tour-St.Cathrine Rd)에 접어들어 동쪽 산악 지대로 방향을 틀면 사막과 석회함 지대를 지나 곧 불타오르는 듯 한 화강암 계곡으로 접어든다. 화강암 계곡은 마른 와디(우기 철에만 물이 흐르는 강)인데 마라의 샘에서 277km 즈음에 ‘오아시스 훼이란’(Oasis Feiran)이 나온다. 학자들은 이곳을 성경의 르피딤과 동일시한다.
팔레스티나 성지를 순례했던 에제리아 수녀는 그의 순례기에서 성산 시나이를 순례하고 나서 파란을 거쳐 산중 여행을 하다가 해안으로 여행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시나이 산에서 파란까지의 거리가 35마일(약 56km)이나 된다고 기록하는데 아마도 이곳이 오늘날 훼이란이라고 하는 르피딤이지 않나 싶다. 시나이 산 성 카타리나 수도원에서 훼이란까지는 포장도로를 따라 약 62km이다.
신 광야를 떠나 도착한 르피딤은 마실 물이 없었고(탈출 17,1-7) 더구나 아말렉 족이 길을 막고 서 싸움을 걸어왔다. 깊은 계곡 양쪽으로는 화강암 기암괴석이 자리하고 있어 우회 할 수 있는 길도 없고 물이 없어 왔던 길로 되돌아갈 수도 없는 외길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절박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민수 33,14-15 알루스를 떠나서는 르피딤에 진을 쳤는데, 그곳에는 백성이 마실 물이 없었다. 르피딤을 떠나서는 시나이 광야에 진을 쳤다. 아말렉 족은 에사우의 아들 엘리파즈가 소실 팀나에게서 얻은 아말렉(창세 36,12)이 시조이다. 그의 자손들은 이스라엘의 혈족으로 취급되지 않았고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탈출하던 시기부터 사울 왕 시대에 걸쳐 유다의 남쪽 지역에서부터 이집트의 국경과 시나이 반도에 걸쳐 살다가 사울 왕 때 사울과 다윗에게 전멸 당하고(1사무 15,7; 27,8; 30,17) 그 후 역사에서 사라졌다. 이집트를 탈출했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처음으로 진로를 방해했던 아말렉 족은 신명기에서 ‘아말렉인들을 치라는 명령’을 언급할 정도로 이스라엘 백성에게 영원히 각인되게 된다.
신명 25,17-19“너희가 이집트에서 나오던 길에 아말렉인들이 너희에게 한 짓을 기억하여라. 그들은 너희가 피곤하고 지쳐 있을 때에 너희와 길에서 마주치자, 하느님 두려운 줄도 모르고 너희 뒤에 처진 사람들을 모두 쳐 죽였다. 그러므로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가 차지하도록 상속 재산으로 주시는 땅에서 너희 주위의 모든 적을 물리쳐 너희에게 안식을 주시면, 너희는 하늘 아래에서 아말렉인들에 대한 흔적조차 없애 버려야 한다. 이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발라암의 네 번째 신탁에서 ‘민족들 가운데 첫째’로 언급되며 그들의 영원한 멸망을 선포하고 있다 민수 24,20 그런 다음에 그는 아말렉을 보며 신탁을 선포하였다. “민족들 가운데 첫째인 아말렉. 그러나 그의 종말은 영원한 멸망이 되리라.” 오아시스 훼이란. 이곳이 성경의 르피딤 지역이라고 한다.
모세는 여호수아에게 장정들을 뽑아 아말렉과 싸우라고 명령하고 그는 하느님의 지팡이를 손에 잡고 언덕 꼭대기에 오른다. 모세가 손을 들면 이스라엘이 우세하고 손을 내리면 아말렉이 우세하자 아론과 후르는 돌을 가져다가 모세의 발아래 놓고 그를 그 위에 앉힌 다음 모세의 팔이 처지지 않도록 팔 한쪽씩 모세의 두 손을 받쳐주니 여호수아는 해가 질 때까지 싸워 아말렉을 무찔렀다.
모세는 이 첫 승리를 기념하여 제단을 쌓아 그 이름을 ‘야훼 니씨’라고 하였다. ‘주님은 나의 깃발’이라는 뜻이다. 아론과 후르가 모세의 팔을 받쳐 주었던 것처럼 르피딤의 어원은 ‘지지, 후원’(support)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말렉과의 첫 전투를 통해서 오합지졸이었던 이스라엘 백성은 서로 협력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값진 교훈을 배운 것이다. 모세가 서 있었던 언덕은 해발 220미터의 나지막한 언덕으로 ‘풍차의 언덕’(Jebel et Tahuneh)이라고 하는데 한때 기념 수도원이 있었다고 하며 지금은 그 흔적만이 남아 있다.
풍차의 언덕이라고 하는 곳. 모세가 지팡이를 들고 기도 하던 곳
언덕 위쪽에 보이는 것은 '야훼 니씨’(주님은 나의 깃발)
기념 수도원의 흔적
탈출 17,8-16 그때 아말렉 족이 몰려와 르피딤에서 이스라엘과 싸움을 벌였다. 그러자 모세가 여호수아에게 말하였다. “너는 우리를 위하여 장정들을 뽑아 아말렉과 싸우러 나가거라. 내일 내가 하느님의 지팡이를 손에 잡고 언덕 꼭대기에 서 있겠다.” 여호수아는 모세가 말한 대로 아말렉과 싸우고, 모세와 아론과 후르는 언덕으로 올라갔다. 모세가 손을 들면 이스라엘이 우세하고, 손을 내리면 아말렉이 우세하였다.
모세의 손이 무거워지자, 그들은 돌을 가져다 그의 발아래 놓고 그를 그 위에 앉혔다. 그런 다음 아론과 후르가 한 사람은 이쪽에서, 다른 사람은 저쪽에서 모세의 두 손을 받쳐 주니, 그의 손이 해가 질 때까지 처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여호수아는 아말렉과 그의 백성을 칼로 무찔렀다.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이 일을 기념하여 책에 기록해 두어라.
그리고 내가 아말렉에 대한 기억을 하늘 아래에서 완전히 없애 버리겠다는 것을 여호수아에게 똑똑히 일러 주어라.” 모세는 제단을 쌓아 그 이름을 야훼 니씨라 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손 하나가 주님의 어좌를 거슬러 들리리니, 주님과 아말렉 사이에 대대로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Victory O Lord!, John Everett Millais, 1871, Manchester Art Gallery
갈대 바다를 건넌 이스라엘 백성은 이제 약속의 산이자 하느님의 산인 성산 시나이 산 아래에 이르렀다.
주님을 만날 시간이 된 것이다 탈출 19,1-2
이스라엘 자손들이 이집트 땅에서 나온 뒤 셋째 달 바로 그날,
그들은 시나이 광야에 이르렀다.
그들은 르피딤을 떠나 시나이 광야에 이르러 그 광야에 진을 쳤다.
이렇게 이스라엘은 그곳 산 앞에 진을 쳤다.
주님은 저의 반석, 저의 산성 저의 구원자 저의 하느님,
이 몸 피신하는 저의 바위 저의 방패 제 구원의 뿔, 저의 성채이십니다(시편 18,3)
Jules Mass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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