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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선(레오나르도) OFM

~ 사랑은 기적이다 / 김찬선 신부님 ~

사랑은 기적이다.

-김찬선신부-

 

 라자로의 죽음 때문에 눈물 흘리신 것과
예루살렘을 보고 눈물 흘리심에 대해서 묵상한 적은 있지만

오늘 복음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려드린 적이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
진정 저는 주님께서 우리 마음을 헤아리시는 것은 당연하고

우리는 주님 마음 헤아리지 않아도 되는 듯이 살아왔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세례자 요한의 죽음에 관한 소식을 들으시고

배를 타고 외딴 곳으로 물러가십니다.
심란하시기 때문이었을까요
?
생각의 정리, 마음의 정리가 필요하기 때문이었을까요
?
기운과 맥이 빠져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으셨기 때문이었을까요
?
아니면 복음에서 아무 언급이 없는 것처럼

아무런 마음의 동요 없이 그저 다음 발걸음을 떼신 것뿐일까요?

어제, 새 사제의 첫 미사가 제가 하는 형제회에서 있었습니다
.
그 형제의 서품 성구가 “아빠, 아버지”였습니다
.
이 성구를 선택하게 된 과정과 이유를 설명하면서

어렸을 때는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았고
그래서 이해하지도 못했다는 얘기를 하였습니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남자, 아버지는 정말 불쌍합니다
.
남자는 강해야 하고 그래서 울어서는 안 됩니다
.
아프고 힘든 것을 토로하지도 못하고 이해받지도 못합니다
.
그리고 아내에게 밉보였다가는

자식들은 다 엄마 편이니 집안에서 완전히 외톨입니다
.

우리는

이런 아버지 상
,
이런 하느님 상
,
이런 예수님 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
불에 닿아도 데지 않고
,
누가 죽어도 끄덕 않는
,
감정 없는 냉혈한말입니다
.

그러나 제가 생각할 때 예수님은 불감증이 아닙니다
.
그 어떤 여성보다도 감성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스침에도 소리를 내는 비파와 같은 분이십니다.
요한의 죽음에 마음 심란하시고 기운이 빠지시는 분이셨습니다
.
그래서 외 딴 곳으로 물러가셨지만 사람들을 피할 수는 없으셨습니다
.
배를 타고 가신 분을 사람들은 육로로 기어코 따라 왔습니다
.
이렇게 기를 쓰고 따라오는 사람들을 보고 또 다시 심금이 울립니다
.
이들에 대한 가엾은 마음이 드시는 것입니다
.
요한의 죽음에 마음 아파할 겨를이 없습니다
.

저의 아버지는 제가 2살 때 돌아가셨습니다
.
그때 저의 형제는 여섯이었습니다
.
저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저의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신다고 했답니다
.
그런데 어린 자식을 여섯이나 남기고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 버리시니

살아야겠다는 마음 때문인지 어머니 병이 나셨다고 합니다.
남편의 죽었어도
,
한 번도 밖의 일을 한 적이 없어도
,
이제 자식들을 위해서 무엇이든 해야 할 상황입니다
.
그것이 기적처럼 어머니 병을 낫게 하고 힘을 내게 한 것입니다
.

사랑은 이렇게 기적입니다
.

요한의 죽음으로 예수님도 마음 아프고 기진하셨어도

몰려오는 사람들을 보시자 다시 마음을 추스르시고
병자들을 치유하시고
굶주린 사람들을 먹이십니다.
그런데 우리의 동력(同力)을 구하십니다
.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

당신 없이 우리가 무엇을 하라는 뜻이 아니라
우리도 당신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당신의 일에 동참하라는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