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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욱현 신부님

~ 연중 제 20 주일 - 예수님의 살과 피의 신비 / 조욱현 신부님 ~



연중 제20주일: 나해: 예수님의 살과 피의 신비

지난 주일에는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라고 하셨다. 그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당신의 살이라고 하셨다. 오늘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당신의 살을 먹고 당신의 피를 마셔야 한다고 하신다. 이는 예수님께서 당신의 몸뿐만 아니라, 마실 당신의 피까지도 주시는 성체성사의 신비에 대한 말씀을 하시는 것이다.

제1독서: 잠언 9,1-6: 내빵을 먹고 내가 섞은 술을 마셔라!

제1독서에서는 “지혜”와 “어리석음”이 대립되어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지혜의 초대를 강하게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어리석음이란 지혜를 따르지 않을 때 일어나는 비참한 결과를 말해주기 위한 것이다.

고기, 술, 빵은 잔치에 꼭 필요한 것들이다. 그리고 “어리석은 이”, “지각없는 이”에게 지혜는 계속 와서 먹으라고 초대를 한다. 그렇게 하여 그들이 모두 지혜의 제자들이 되게 하려는 것이다. 그들 모두가 지혜를 가지고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성체성사에 대한 예언적인 힘을 느낄 수 있다.





복음: 요한 6,51-58: 내 살은 참된 양식이며 내 피는 참된 음료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빵이라는 표상이나 상징성으로만 말씀하시지 않고, 구체적으로 그 빵이 당신 자신의 살이라고 확실하게 말씀하신다. “빵”(6,48.50)이라고 하셨을 때는 애매모호했지만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51절)이라고 하신다. 이 때문에 “저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줄 수 있단 말인가?”(52절)라고 한다. 이 말씀 때문에 많은 제자들이 떠나가더라도 명백히 말씀하신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53.58절) 우리는 영성체를 통해 그분의 살과 피를 받아 모신다. 즉 그분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신다.” 우리의 삶에서 이 두 가지 행위는 “생명”을 강하게 해주고 새롭게 만듦으로써 “생명”을 유지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를 이제 성체성사와 연결하면 우리는 성체성사를 통해 그리스도를 ‘받아먹음으로써’ 그분과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되며, 거기에서 그분의 구원이, 그분의 생명 자체가 우리를 통해 드러날 수 있도록 우리에게 부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 생명은 시간과 우리의 죽음 자체를 넘어 계속되게 된다. 바로 죽음은 성체성사의 생명에 의해 극복될 것이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54절)

그리스도께서는 부활을 통해 당신 자신의 생명을 충만히 가지셨다. 즉 부활하심으로써 당신 자신의 육체성까지 완전히 가지셨다. 이 그리스도께서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와 일치되심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몸’ 자체를 마지막 부활 때 변화시킬 생명력을 그분으로부터 얻게 된다.

성체성사는 그리스도를 오직 우리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형제들에게 전하고 나누어주기 위해 받아 모신다. 그래서 활동적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내어주고자 하는 신자들은 성체성사에 보다 열심히 참여한다. 마더 데레사 같은 분은 감실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음을 알아야 한다.

자기 자신을 내어주는 행위의 최고의 표현인 성체성사를 올바로 이해할 때, 우리 자신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내어주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그리스도와 같이 우리도 우리 형제들에게 ‘생명’을 나누어 주기 위해 세상에 보냄을 받았다고 느낄 것이다.

또한 ‘피’는 십자가 위에 돌아가신 예수님의 죽음을 연상케 한다. 즉 그분은 참으로 당신의 모든 피를 우리를 위해 흘리셨다는 사실을 가르치신다. 그러므로 성체성사는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최고의 희생의 순간을 신비스럽게 재생시켜 우리 신앙에 제시한다. 즉 성체성사는 그리스도의 죽음의 신비를 기억하게 할 뿐 아니라, 실제로 생생하게 재현시킨다.

따라서 성체성사는 자기 자신을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온전히 내어주는 행위를 최고로 표현해 주는 사건이다. 자기 자신을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온전히 봉헌하는 것이며,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그러해야 하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기에 성체성사는 교회가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데 항상 필요한 활력소를 공급하는 ‘심장’과도 같다. 그래서 성체성사는 교회의 심장이라고 한다.

제2독서: 에페 5,15-20: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깨달으십시오.

“형제 여러분, 미련한 사람이 아니라 지혜로운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잘 살펴보십시오. 시간을 잘 쓰십시오. 지금은 악한 때입니다.”(15-16절) 성체성사 거행에 참여하는 그리스도 신자들은 이기주의, 폭력으로 가득 찬 이 ‘악한 때’의 어두움을 없애기 위해 사랑과 봉사로 자신의 신앙인의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바오로 사도의 마지막 말씀은 성체성사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 같다. 성시와 찬송가와 영가는 성체성사가 중심이 되는 전례적 모임의 형태이기 때문이다. “술에 취하지 마십시오. 거기에서 방탕이 나옵니다. 오히려 성령으로 충만해지십시오. 시편과 찬미가와 영가로 서로 화답하고, 마음으로 주님께 노래하며 그분을 찬양하십시오. 그러면서 모든 일에 언제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십시오.”(18-20절)

우리가 항상 하느님의 은총에 대하여 감사드려야 한다면, 우리는 이미 그 성체성사가 “감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성체성사 안에는 그리스도를 통해 당신 자신에게 감사하시는 하느님께서 현존해 계신다. 모든 일에 성체성사를 통하여 우리에게 살로 오신 그분을 찬미하며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그분을 받아 모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