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욱현 신부님

~ 성모승천대축일 - 믿음으로 정녕 복되신 마리아 / 조욱현 신부님 ~



성모승천대축일

오늘은 육신과 영혼이 함께 영광을 받으신 동정 마리아의 승천대축일이다. 하느님의 구원계획은 마리아에게서 결정적으로 완성되고 있다. 마리아는 모든 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업적에 관련되지 않은 것이 없다. 마리아의 영광은 마리아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일어나게 될 일의 표징으로 우리에게 기쁨과 희망을 준다. 언제나 하느님의 사랑에 응답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리아도 모든 인간과 마찬가지로 그리스도께로부터 ‘부활’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리아와 우리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마리아는 죽음의 지배를 전혀 받은 분이 아니다. 죄가 마리아를 스쳐가기조차 하지 않았다. 마리아에게 있어 ‘마지막 원수’(26절)는 이미 원죄에 물들지 않은 잉태의 순간부터 파멸되고 말았다.







복음: 루가 1,39-56: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신 마리아



마리아는 겸손한 분이지만 자신을 중심으로 역사가 돌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의식하고 있었다. 오늘 복음은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전반부는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한 사실과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믿음과 신적 모성에 대해 찬양하는 내용을 기술하고 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42-45절).

마리아는 다른 여인들과 다름없는 여인이었지만 ‘주님의 어머니’가 되셨다. 그것은 자신의 ‘위대성’을 다른 사람들을 위한 봉사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우선은 마리아가 엘리사벳과 요한에게 봉사하시지만, 나중에는 인류 역사 안에서 모든 사람을 섬길 것이다.

오직 생명과 사랑을 나눌 수 있을 때만이 어머니가 될 수 있다. 바로 마리아는 자신 안에 하느님의 현존과 활동을 받아들임으로써 이 모든 것을 나누신다. 사실 마리아는 천사가 마리아에게 신적 모성에 대한 소식을 알리는 순간에 발하신 동의의 말로 이미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어 하느님의 가장 충실한 도구가 되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38절). 마리아는 “사람이 되신 말씀”(요한 1,14)을 우리에게 주신 ‘말씀’의 ‘종’이었다. 그러기에 하느님의 구원계획이 승천에 이르기까지 마리아 안에서 충만히 실현되었다.

다음에 엘리사벳의 찬사에 대한 응답으로 ‘마리아의 노래’가 나온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이 하느님의 신비를 향해 열려있는 것을 보고 당신이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것들을 나눌 수 있음을 느끼고 노래로 표현한 것이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46-48절). 그것은 마리아가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하느님께서 마리아에게 무슨 일을 맡기셨는지를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마리아는 아무 쓸모없는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어쨌든 간에 마리아는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고, 인간의 생각과 가치관과는 다른 하느님의 업적을 찬미하고 있다.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요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51-53절).

엘리사벳 방문은 마리아께서 나이 많은 엘리사벳을 도와주기 위한 방문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고통에 동참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한 가지 우리가 더 자세히 보아야 할 것은 마리아는 그저 사랑의 행위만을, 혹은 '마리아의 노래'만 부른 것은 아니었다.

마리아 안에 계시던 그리스도는 엘리사벳의 태중에 있는 세례자 요한을 성화시키셨다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한 사랑을 전할 수 있을 때에는 우리와 함께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을 영적으로 성화시켜 주실 것이다.

하느님은 인간들의 길을 따르는 분이 아님을 마리아는 알려주고 있다. 마리아의 위대함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당신 자신을 완전히 내 맡기시고, 다른 사람을 위해 당신의 것을 나누시는 구체적 사랑의 행위이다. 거기에서 하느님의 구원계획이 마리아 안에서 완성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씨시의 클라라 성녀가 죽기 전에 "주님, 나를 창조하셨음에 당신께 감사드립니다."라는 놀라운 말을 남겼다고 한다. 우리도 충실히 믿는다면, 우리의 죽음은 그저 육체적인 죽음이 아니라 사랑의 죽음일 것이다. 그러면 우리도 하늘에 올라 주님과 함께 영광 안에 계신 그분을 만나게 될 것이다. 마리아는 우리 모두의 모범이시며, 모델이시다. 작은 마리아가 되도록 하자.

이제 그 마리아의 모습이 모든 생의 의미를 현세에서만 찾으려는 우리가 깊이 알아들어야 할 점임을 생각하고,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항상 주님의 어머니 마리아를 닮을 수 있는 삶을 노력하고 주님의 도우심을 청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