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찬선(레오나르도) OFM

~ 거울을 보라 / 김찬선 신부님 ~

거울을 보라!

-김찬선신부-

 

눈 먼 이가 눈 먼 이를 인도할 수야 없지 않느냐 하시는데,
어찌 보면 인도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

저의 경우 영적 동반을 받으러 사람들이 가끔 찾아오는데

저와의 대화를 통해서 길을 찾고 기뻐하는 것을 보면서
저도 흐뭇했던 적이 많습니다.
눈 먼 제가 사람을 인도할 수도 있다는 얘기지요
.

저야말로 오늘 복음의 주님께서 말씀하신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의 티를 보는 사람입니다
.
그런데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티는 보는 바로 그것 때문에

눈이 먼 저이면서도 다른 사람을 인도하기도 하는가봅니다
.
자기에게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의 문제는 객관적으로 보기에 해결책이 보입니다.

고등학교 때 친구와 멱을 감으로 간 적이 있습니다
.
저는 헤엄을 조금 치고

그 친구는 헤엄을 전혀 치지 못하기에 그냥 물놀이만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갑자기 허우적대기 시작했습니다
.
물이 흐려 쑥 꺼진 곳이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
1m
만 나와도 얕은 곳인데 당황을 하니

그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허우적거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서 등을 조금 떼밀어주니 그곳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

무릇 모든 봄은 거리가 있어야 합니다
.
눈이 얼굴에 있고

얼굴이 눈에서 제일 가깝지만
얼굴에 붙은 밥풀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타자의 바라봄-객관이 필요하고

거울이라는 객관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떨어져 있음-거리가 객관의 본질입니다
.

그러니 거리와 객관을 확보하지 못할 때

자기를 보지 못함
,
특히 자기의 잘못을 보지 못함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
또 그러니 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자명합니다
.

자기를 잘 보기 위해서는
,
1)
자기의 눈만으로는 자기를 보지 못함을 인정해야 합니다
.
2)
자기의 모습을 일러주는 다른 이의 눈이 필요합니다
.
3)
다른 이의 눈이 없으면 거울이 있어야 합니다
.

누가, 무엇이 거울입니까
?
모든 이의 덕행과 악행이 모두 거울입니다
.
상대의 얼굴에 숯검댕이가 묻었으면 나도 묻었음을 보는 것입니다
.
이웃의 덕행을 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것입니다
.
글라라 성녀는 우리 서로 거울이라고 하십니다
.
그러나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라는 거울을 보라고 하십니다
.
“그리스도는 영원한 영광의 광채요

영원한 빛의 반사이며 티 없는 거울이시니,
오 왕후이신 자매여, 이 거울을 매일 들여다보시고

모든 덕행의 꽃과 의복으로 속속들이 단장하고
여러 가지 보석으로 그대 안팎으로 꾸미도록
그대 얼굴을 그 거울에 자주 비춰 보십시오.

같이 사는 형제, 자매가 우리의 거울입니다.
성인, 성녀들이 우리의 거울입니다
.
성 프란치스코는 우리가 매일 봐야 할 거울입니다
.
성모 마리아도 우리가 매일 봐야 할 거울입니다
.
그러나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
,
이 분이 하느님 아버지를 비추실 뿐 아니라

우리도 비추시는 가장 티 없는 우리의 거울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