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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욱현 신부님

~ 연중 제 26 주간 수요일 - 그리스도 제자의 길 / 조욱현 신부님 ~

 

연중 제26주 수요일

복음: 루가 9,57-62: 예수님을 따르려면

어떤 사람이 주님께 “어디로 가시든지 저는 스승님을 따르겠습니다.”(57절)하고 말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를 받아들이시지 않고,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58절)라고 하신다. 그 사람은 주님을 따른다고 하는 것이 사도의 영예를 받으려는 것 같다. 사도들은 주님께서 부르셨고 그들에게 영예도 주셨던 것이다.

주님께서 그 사람에게 이 말씀을 하신 것은 그를 바로 잡아서 하느님 안에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나오는 하늘의 새와 여우는 교활하고 부정한 권능들로 악마의 무리를 의미한다. 우리 마음에 떨어진 말씀의 씨앗을 채 가서 열매를 맺지 못하게 하는 사악한 영들을 두고 하신 말씀이다. 우리 안에 여우의 굴과 새들의 보금자리가 있으면 주님께서 어떻게 들어오셔서 쉬실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은 예수님을 따르라고 했더니, “주님, 먼저 집에 가서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게 허락해 주십시오.”(59절) 하였다. 주님께서는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고, 너는 가서 하느님의 나라를 알려라.”(60절)고 하셨다. 여기서 죽은 이들은 아직 그리스도를 믿지 않고, 세례로 새로이 태어나지 못하였기 때문에 죽은 이들로 표현한 것이다.

다른 사람은 “먼저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게 허락해 주십시오.”(61절)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는 단호하게 말씀하신다.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62절) 주님의 제자가 되려는 사람은 인간적인 일이 아무리 중요하게 생각되어도, 주님의 뜻을 따르는데 우리의 발걸음을 조금이라도 더디게 한다면 가차 없이 끊어 버려야 한다.

이 말씀은 또한 우리가 세례를 받으면서 끊어버리고 도망쳐 나온 악마와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며 반대의 길로 가려하는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우리에게 하신 말씀이다. 또 이렇게도 말씀하셨다. “마찬가지로 들에 있는 이도 뒤로 돌아서지 마라. 너희는 롯의 아내를 기억하여라.”(루카 17,31-32) 아무도 재물에 대한 욕심이나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우리가 믿고 따르고 있는 주 그리스도를 등지는 일이 없어야 함을 말씀하신 것이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은 어둠을 향해 걷는 것이 아니라, 밝아오는 여명을 향해 걸어야 하기에 과거에 집착해서 현실에서 머뭇거리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몰두하는 적극적인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마땅한 거처도 없으셨던 주님을 따르고, 주님을 따르는데 망설임 없이 즉시 따를 수 있는 자세와, 지금의 현실에 안주하여 집착하지 않고 자꾸 뒤를 돌아봄이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가 되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