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34주 목 루카 21,20-28(15.11.26)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21,28)
♣ 두려워 말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이유 ♣
루카 복음은 예루살렘의 파괴를 최종 심판의 전조로 봅니다. 따라서 예루살렘 안에 있는 이들은 빠져나가고, 시골에 있는 이들은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21,21). 서기 70년 8월 29일 예루살렘은 로마군에 의해 완전히 점령당하여 성전이 파괴되고 무려 110만 명이 죽었으며 9만7천명이 로마군 총사령관 티투스의 포로가 되어 여러 지방에 끌려갔습니다. 예루살렘은 로마의 지배가 끝날 때까지 그들에게 짓밟힐 것입니다 (21,24). 거리의 길이란 길은 모두 늙은이의 시체로 채워져 있었으며, 어린 아이들도 젊은이들도 굶주림으로 퉁퉁 부어서 망령처럼 거리를 헤매다가 쓰러졌습니다. 이런 재난에 대하여 슬퍼하는 사람도 없었고 슬프게 우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플라비우스 요세푸스, 유대 고사) 인간의 힘에만 의존했던 유다인들 스스로가 부른 참혹한 결말이었습니다. 누구든 이런 파멸의 경고 앞에 공포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 (21,25-26).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두려워 떨 것이 아니라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21,28) 사람의 아들의 오심을 기쁨으로 맞이해야 할 것이라고 하십니다. “그것이 바로 끝이 아니며”(21,9),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입니다.”(21,28) 일그러진 모습들은 절망의 끝이 아니라 회개하라는 신호입니다. 우리는 매일의 삶에서 하느님의 뜻과 내 의지, 선과 악, 육과 영, 실제의 나와 되고 싶은 나 사이에서 갈등과 고통을 겪곤 합니다. 무게는 달라도 저마다의 십자가와 아픔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우리를 목숨을 바쳐 속량하시려고 우리 삶에 끼어드십니다. 어둠에서 벗어나라는 사랑의 촉구 외에 다른 것이 아닐 것입니다. 따라서 멈추어 주님의 목소리를 듣고, 깨어 하느님의 그 눈길로 자신과 이 사회를 바라봄으로써 파멸의 징후를 알아차려야 합니다 (21,20). 영혼의 파멸이 아닌 생명의 길로 가려면 예루살렘에서 빠져나가고 들어가지 말아야 합니다 (21,21 참조). 이기심과 탐욕, 증오와 폭력, 분노와 교만에서 벗어나 세상의 불의와 차별, 박해와 탄압, 폭력에 맞서야 합니다.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21,28) 하고 말씀하십니다. 파멸과 영혼의 어둠 속으로 치닫는 그 상황은 또한 영광의 주님을 만나 뵈올 절호의 기회요 더 큰 은총으로 나아갈 전환점입니다. 불평등하고 정의롭지 못한 사회를 보는 아픔 속에서도 "허리를 펴" 주님의 영(靈)을 호흡하고, "머리를 들어" 주님을 바라보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넘어져도 또다시 시작해야 하는 까닭은 주님만이 나의 희망이시기 때문입니다. 넘어지는 것보다 넘어졌을 때 일어나 다시 시작하지 않는 태도가 주님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해드리는 것입니다. 다시 시작하는 카이로스의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
'기경호(프란치스코) OFM'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연중 제 34주간 토요일 / 기경호 신부님 ~ (0) | 2015.11.28 |
---|---|
~ 연중 제 34주간 금요일 / 기경호 신부님 ~ (0) | 2015.11.27 |
~ 연중 제 34주간 수요일 / 기경호 신부님 ~ (0) | 2015.11.25 |
~ 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동료 순교자 기념일 / 기경호 신부님 ~ (0) | 2015.11.24 |
~ 연중 제 34주간 월요일 / 기경호 신부님 ~ (0) | 2015.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