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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호(프란치스코) OFM

~ 연중 제 34주간 금요일 / 기경호 신부님 ~





연중 34주 금 루카 21,29-33(15.11.27)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루카 21,33)



the lesson of the fig tree





 변화의 한복판에서 만나는 하느님


팔레스티나에서 무화과나무는 올리브나무, 상수리나무, 메뚜기콩나무등과 달리

 겨울이 오면 앙상한 가지만 남아 말라 죽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그 지역은 봄과 가을이 따로 없어 메마른 가지에 잎이 돋아나면

곧바로 여름이 다가옴을 알 수 있습니다

(21,30).

예수님께서는 이처럼 예루살렘 멸망과 종말 직전의 전조(前兆)들이 일어나면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라고 하십니다

(21,31).


곧 변화를 알아차리고, 변화의 의미를 알아들으며,

변화 속에서 변화하여 하느님을 만나라는 것입니다.

세상만물이 다 변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온갖 변화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살다보면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변화를 인정하지 않은듯 살기도 합니다.


 건강항 때는 천년만년 살 것이라 여기고,

빈손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인생인데도 재물에 대한 탐욕을 버리지 않으며,

 맡겨진 권력을 영원히 누릴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것저것 찾아 부산하게 움직이지만 변화에 무디고, 고정된 습관,

틀에 박힌 사고방식, 아집과 편견에 사로잡혀 살아가기도 합니다.

변화를 느끼는 것보다 그 의미를 깨닫는 것은 더 중요합니다.


변화는 창조와 파멸로 드러날 수 있지만 바로 그것이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표지가 되기도 합니다.


 자본과 과학과 엄청난 정보로 무장한 현대인은 변화에 끌려다니면서도

그 안에 담긴 하느님의 뜻을 알아채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을 위해

 영원하신 하느님마저도 부인하고 변화시키려 하기도 합니다.

무분별한 개발과 인간의 탐욕이 부른 지구온난화와 생태계 파괴,

자본과 권력의 독점, 소비주의, 빈부격차의 심화, 전쟁과 난민 문제 등

자연환경과 사회 여건의 변화, 그리고 자신의 변화가 던져주는

하느님의 뜻을 알아차려야 할 것입니다.


사소하고 하찮아보이는 변화 속에도 하느님께서 계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변화 가운데에 영원토록 존재하십니다.


따라서 우리는 변화의 한복판에서 변하지 않으시는 하느님을 볼 수 있는

 영적 민감성을 키워가야 할 것입니다.


무화과나무에 새순이 돋듯 자연도 세상도, 인간도 변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 모든 변화에 개입하시고 그 안에서 당신의 뜻을 드러내십니다.


따라서 변화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려면 변화를 보는 하느님의 눈을 지녀야 합니다.

모든 변화 안에서 영원하신 하느님을 뵙지 못하는 것은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 영(靈)의 눈을 잃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요?


변화 속에 함께 계시는 주님을 사랑으로 만나려는 원의는 있으나

사랑의 열정과 영적 민감성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이제 끊임없이 변하는 현상을 무의식적으로 좇는

 피상적인 태도를 돌아보고 마음을 새롭게 해야 할 때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21,33)


 신기루 같은 현상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은 말씀에 뿌리를 내려야 할 것입니다.


세상 모든 것을 다 얻는다 해도 사라지지 않을 말씀을 경청하지 않고

 변함없는 주님을 만나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맞게 될 세상종말과

죽음은 비참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세상 변화에 집착하거나 휩쓸리지 않고,

변화 속에서 창조를 이어가시는 하느님의 뜻을 알아차리고

그분을 만나는 영원의 하루가 되길 기도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