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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스테파노) 신부님 말씀 강

~ 선생님이 좋아요. / 양승국 신부님 ~

 

 

    선생님이 좋아요!

 

 

  개인적으로 무척 존경하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한 분 계십니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 결혼도 포기한 참으로 특별한 선생님 입니다.

일 년에 몇 번 월급날이 오면 반 아이들을 전부 데리고 중국 음식점으로 갑니다.

아이들 때문에 자신이 존재할뿐더러 월급까지 받는데, 가끔씩 한 턱 내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며,

아이들 모두에게 자장면을 한 그릇씩 돌립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집에 돌아가 봐야 방치되는 맞벌이 부모의 아이들은 선생님의 집으로 하교시킵니다.

선생님은 그 아이들을 당신 집으로 데리고 가서 씻기고 먹이고 숙제까지 봐 주십니다.

 

 이런 선생님의 모습에 아이들은 완전히 감동합니다. 누군가가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고 질문하면

아이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선생님이 최고!'라고 대답합니다.

아이들은 이런 선생님이 너무 좋아 하루 종일 선생님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헉교 수업이 끝났는데도 집에 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집에 가도 마음은 늘 학교에 가 있습니다.

집에 가면 수시로 선생님께 문자를 보냅니다. 밤이 되면 아이들은 빨리 날이 새기를 기다립니다.

빨리 학교 가고 싶어서…….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 바라볼수록 안타깝습니다. 한창 꽃피어야 할 그들이건만,

엄청난 무게의 짐을 하나씩 등에 지고 지척지척 걸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안쓰럽기만 합니다.

갈팡질팡하는 교육 정책, 교육 철학의 상실, 설설 기는 공교육, 하늘 높이 치솟는 사교육비,

교육의 총체적 위기 상황, 그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우리 청소년들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청소년 사목자로 존재한다는 것이 참으로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벽이 너무 높아 보입니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교육 풍토에서 청소년 사목,

정말 말도 꺼내기 힘든 실정입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까지 했습니다.

청소년 사목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맥 빠지는 사목, 필요성은 느끼지만 결실이 없는 사목, 3D 업종이라고요.

 

 전혀 해결책은 없겠는가, 정말 방법이 없겠는가 고민을 해 봤습니다.

한가지 해결책이 있더군요. 참 사목자, 청소년들 사이로 기쁘게 내려가는 사목자,

진정으로 희생하는 사목자가 있으면 가능합니다.

사심없이, 온전히, 기쁘게 투신하는 사목자가 있으면 불가능은 없습니다.

오늘 이 시대는 청소년 사목자의 더욱더 적극적인 투신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투자하는 만큼, 조금이라도 더 그들 사이에 현존하는 만큼 결실을 맺는 것이 청소년 사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엠마오를 향해 가던 두 제자의 어깨는 처질 대로 처져 있었습니다. 기운이라곤 하나도 없었습니다.

슬픔과 상심, 낙담과 두려움의 분위기가 그 둘 사이를 휘감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겠습니까? 늘 동행해 주셨던 스승님이 더 이상 그들 가운데 없었던 것입니다.

아마도 그들은 스승 부재 체험을 톡톡히 겪고 있었을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피를 말리는 살인적 교육 체계 안에서

힘겹게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뒤처지면 어떡하나,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낙오된 청소년들은 인간 대접도 못 받고 낙담 속에 하루하루 견뎌 내고 있습니다.

우리 청소년들 역시 스승의 부재 체험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그들을 바라보면, '청소년 사목자들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즉시 답이 나옵니다.

 

 예수님께서 그러하셨듯이 그들의 고단한 여행길에 끼어드는 것입니다.

따로 걷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나란히 걷는 것입니다.

그들의 걱정거리, 그들의 구차하고 짜증 나는 일상사에 관심을 가져 주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새로운 삶의 전망을 제시해 주는 것입니다.

여건히 허락한다면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 그들이 안고 있는 문제에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 주는 것입니다.

 

 목자 중의 목자였던 아우구스티누스 성인께서 이런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우리는 누구입니까?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까? 우리는 스승인 동시에 제자,

아버지인 동시에 아들, 목자인 동시에 길 잃은 한 마리 양이 되어야 합니다."

 

 진정 착한 목자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목자 자신도 길 잃고 방황하는 한 마리 양의 처지에

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장 밑바닥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이 땅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들의 입장에

한 번 서 보아야 참목자로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 축복의 달인 >

                                                         양승국 신부의 영성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