낄낄빠빠
혹시 '낄낄빠빠'란 말을 아십니까? 한마디로 '낄 때 낄 줄 알고, 빠질 때 빠질 줄 알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정말 개입해야 할 때는 적극적으로 투신할 줄 알고, 가 봐야 본전도 못 건질 곳에서는
지혜를 발휘해서 미련 없이 빠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살다 보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괜히 이곳저곳 다 기웃거립니다.
어기저기 다 들쑤시고 다닙니다. 아무 때나, 생각 없이 수시로 남의 대화에 끼어듭니다.
그러다 보면 자기 가치를 실추시키기 십상입니다.
'빠낄낄빠' 하는 사람들, 사람들로부터 가벼운 사람으로 인식되는 지름길입니다.
조금씩 나이를 먹어 가면서 점점 더 자주 고민하게 되는 질문이 한 가지 있습니다.
'내가 꼭 개입해야 할 사안인가? 내가 꼭 가야 할 곳인가? 내가 가면 괜히 분위기가 어색해지고
불편해지는 것은 아닌가? 자신을 잘 간수하고, 자신만의 브랜드를 지켜 나가고,
자신의 존엄성을 지속적으로 간직하기 위해서 정말 필요한 노력이 '낄낄빠빠'를 잘하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예수님은 '낄낄빠빠'의 명수셨습니다. 정말 개입해야 할 일에는 목숨까지 걸고 개입하셨습니다.
백성 전체를 그릇된 신앙으로 이끌고 있던 당시 유다 지도자들, 유다 본산을 향해 정면으로 반기를 드셨습니다.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그들의 위선과 비리와 이중적 신앙에 맞서셨습니다.
그러나 몰려든 군중이 예수님을 왕으로 모시려 할 때 어떠하셨습니까?
이제는 내가 빠질 순간이로구나, 직감하시고 몰래 빠져나가셨습니다.
세례자 요한 역시 '낄낄빠빠'의 전문가셨습니다.
헤로데 왕의 그릇된 결혼 앞에 목숨까지 걸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직언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 헤로데의 미움을 사 참수형에 처해집니다. 낄 때는 목숨 걸고 낀 것입니다.
그러나 빠질때 빠지는 세례자 요한의 모습을 보십시오.
세례자 요한의 전성기에 그의 위용은 정말 대단했습니자. '세례자 요한당'이라고 불릴 정도였습니다.
수많은 제자가 그를 큰 스승으로 받들고 있었습니다.그는 전 국민의 흠모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그러나 구세사의 주인공 예수님께서 전면에 등장하시자마자 스스로 자신을 '와르르' 허물어트립니다.
조용히 무대 뒤로 사라집니다. 세례자 요한은 세상 사람들이 그리도 중요하게 여기던 모든 것,
재산, 명예, 사랑, 목숨마저도 버리고 떠났습니다. 그 결과 더 큰 선물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많은 사랑이 '깨지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랑이 비극으로 끝납니다.
사랑이 향기로움으로, 아름다움으로, 풍성한 결실로 열매 맺지 못하고
참담하게 끝나고 마는 원인이 무엇일까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아마도 사랑과 소유를 혼동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이 사랑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고 사랑에 대한 그릇된 개념을 지니고 있습니다.
때로 꽉 쥐고 있기보다 떠나보내는 것이 사랑입니다.
때로 죽기 살기로 머물러 있기보다 훌훌 떠나는 것이 사랑입니다.
참사랑은 상대방을 소유하기보다는 예수님처럼 해방시켜 주는 사랑입니다.
참사랑은 상대방을 억압하기보다는 성장시켜 주는 사랑입니다.
참사랑은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기보다는 편하게 해 주는 사랑입니다.
참사랑은 상대방을 속박하기보다는 세례자 요한처럼 풀어 주는 사랑입니다.
사람은 본성상 얽매이기 싫어하는 존재입니다. 구속받고 싶지 않고 자유로워지고 싶어 합니다.
이렇게 근원적으로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인데, 어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마치 수족관 속 열대어처럼 생각합니다. 아니면 나만 바라보고 있는 애완견처럼 여깁니다.
그러다보니 상대방은 마치 감옥에 갇혀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 결과는 깊은 상처요, 괴로움입니다. 참사랑은 그를 소유하기 위해 움켜쥐는 사랑이 아니라
그를 더 성장시키기 위해 놓아주는 사랑입니다.
< 축복의 달인 >
양승국 신부의 영성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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