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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호(프란치스코) OFM

~ 성탄 밤미사 / 기경호 신부님 ~




성탄 밤 미사 금 루카 2,1-14(15.12.25)




“오늘 너희를 위하여 구원자가 태어나셨다.”(루카 2,11)




The birth of Jesus






가난 가운데 빛으로 오신 생명


오늘 복음에서 요셉은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칙령에 따라

임신한 약혼녀를 데리고 호적 등록을 하려고 베들레헴에 갑니다

(2,4).


그렇게 구세주는 권력과 부와 권세를 뛰어넘어 오십니다.


 태어난 아기는 여관에 들어갈 자리가 없어 구유에 뉘어집니다

(2,5-7).


여기서 복음은 구세주를 받아들이지 않는

냉정하고 무자비한 인류를 고발합니다.

구세주께서는 평범한 난민의 가난한 처지를 끌어안고 오셨습니다.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러 가난하게 오신 예수님께서는

서민 가정에서 아무것도 지니지 않은 채 태어나,

천대받던 목자들의 영접을 받으셨습니다.


가난한 마음자리, 가난한 삶, 가난한 이들의 처지가

주님께서 나신 현실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죄성(罪性)을 지니고 살아가는

 인간 세상의 어둠 한 가운데 오셨습니다.


 우리는 오욕칠정(五慾七情)과 희로애락(喜怒哀樂)의 파도를 타고

스스로 어둠을 만들고 그 속을 헤매곤 합니다.


자신의 힘과 돈과 지위와 인맥에 의지하고, 그 힘을 이용하여

악에는 악으로, 미움에는 미움으로 맞서며

더 짙은 어둠속으로 자신을 내몰기도 합니다.


 허나 어둠 속에서 주님을 알아볼 수는 없습니다.

성탄은 들에 살면서 밤에도 양떼를 지키는 목자들처럼(2,8)

주님의 빛을 알아보고 받아들이는 날입니다.


 당시 천민 취급을 받았던 목자들에게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2,10),

곧 구원자 주 그리스도의 탄생이 전해집니다.


그들은 가난하고 기댈 데 없는 약한 이들이었기에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빛으로 오신 구원자 예수님은 ‘우리를 위하여’(2,11)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예수님은 태초로부터 계신 하느님의 말씀이시며 그분의 얼굴입니다.

그분은 가난한 이들과 아픈 이들,

죄인들을 가엾이 여기시는 선하신 분이십니다.


사랑이요 모든 선이며 으뜸 선이신 그분께서는 오직 사랑을 위하여

가난하고 비천한 모습으로 오신 것입니다.


구유의 예수님은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살라고 가르치십니다.

예수님의 오심은 하늘과 땅의 거리를 없애고 철저히

우리와 같아지신 하느님의 내리사랑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의 살을 취하심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안으로

들어오시는 작음의 발걸음입니다.


그렇게 보이는 모습으로 온전히 우리와 같은 처지에 자신을 내맡기심은

주님의 뜻에 대한 철저한 사랑의 순종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내야 할 성탄의 신비임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예수님의 성탄은 이 세상에서 죽어가는 과정의 시작이요,

 성탄의 기쁨은 죽음을 거쳐 부활로 향하는 기쁨입니다.


그분은 우리를 위해 사랑으로 헌신하시고

죽으심으로써 모두를 살리셨습니다.


우리도 목숨을 내놓는 사랑과 용서로 생명을 실천함으로써

 하느님의 얼굴을 보여주어야겠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오신 하느님은 아무런 힘도 없이 있는 그대로

구유에 누어있는 한 연약한 생명입니다.


 아무도 판단하지 않고 벌하지 않으며, 받으려 하지도 요구하지도 않고,

 거부하지도 미워하지도 않는 거저 주어진 생명입니다.


성탄은 이런 생명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고,

우리를 위하여 죽음의 발걸음을 시작하신 예수님과 함께

생명을 내어주는 사랑의 순례를 시작할 때입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