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후 토
요한 3,22-30(16.1.9)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그분에 앞서 파견된 사람일 따름이다.”(요한 3,28)
Veronese, St. John the Baptist 1562
♣ 제 분수를 알고 서로 사랑하는 삶 ♣
하느님 앞에 한낱 먼지에 지나지 않는 인간끼리 서로 잘난 체하고, 분수를 모르고 처신하는 것은 아름답지 않습니다. 하물며 하느님과의 관계에서까지 주제 파악을 모르고 행동하는 모습이야 말할 나위조차 없습니다. 오늘의 말씀들을 통해 제 분수를 알고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를 가다듬어 보았으면 합니다. 어떤 유다인과 말다툼을 하던 제자들이 요한에게 “요르단 강 건너편에서 스승님과 함께 계시던 분, 스승님께서 증언하신 분, 바로 그분이 세례를 주시는데 사람들이 모두 그분께 가고 있습니다.”(3,26) 하고 말합니다. 많은 추종자들이 생길 정도로 상당한 영향력과 관심을 받고 있었던 스승과 예수님을 비교하여 질투하면서 열등감에 휘말렸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스승 요한은 물론 예수님에 대해서도 인간적인 역할과 모습 그 이상을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그분에 앞서 파견된 사람일 따름이다.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 (3,28.30) 그는 자신이 메시아의 길을 준비하러 파견된 선구자에 지나지 않음을 명확히 의식하고, 자신의 분수에 맞게 처신합니다. 제사를 맡는 사람이 도마를 넘어가서 부엌에서 음식을 만든다는 뜻인데, 자신의 본분을 벗어나 남의 일에 주제넘게 관여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우리 모두 파견되어진 하느님의 도구임을 의식하며 제 분수를 지킬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네 삶의 방향은 ‘보다 더 작아지는 것’이지 ‘커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사람은 아무것도 받을 수 없다.”(요한 3,27)는 것을 늘 의식합니다. 따라서 모든 것이 주님께서 주신 선물임을 명심하고 감사드리며, 기꺼이 나누고 되돌릴 줄 알아야 합니다. 제 힘으로 얻어진 것이라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영(靈)의 ‘인간’이 아니라 소유에 사로잡힌 ‘물건’으로 변하여 추락하게 될 것입니다. (1요한 5,14)을 확신하면서도 자신의 뜻이 아니라 늘 ‘그분의 뜻에 따라’(5,14) 청합니다. 곧 이기적인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과 선, 생명과 해방을 청해야 합니다. 따라서 어떤 형제가 불의를 저질렀다 해도 죽을 죄가 아니라면 그에게 생명을 주시도록 하느님께 청해야 합니다 (5,16). 주제넘게 남을 판단하지 않고 서로 사랑하는 거룩한 하루가 되길 기도합니다. |
♬ 누군가 널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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