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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욱현 신부님

~ 연중 제 2주일 다해 - 카나에서의 기적 / 조욱현 신부님 ~



연중 제2주일: 다해:

 카나에서의 첫 번째 기적

오늘의 전례의 주제는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관계, 즉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와의 관계가 부부관계처럼, 당신의 교회를 아내처럼 사랑하신다는 표징을 보여주신다는 것이다. 여기서 또한 마리아의 역할도 우리는 볼 수 있다.

제1독서: 이사 62,1-5: 신랑이 신부를 반기듯 하시리라

우선 1독서에서는 고레스의 칙령(BC 538/37) 후에 바빌론 귀양살이에서 돌아와 재건되는 새로운 예루살렘과 하느님과의 관계를 혼인식이라는 상징적 표현을 하고 있다. “너는 주님의 손에 들려있는 화려한 면류관이 되고...다시는 네 땅이 ‘버림받은 여인’이라 일컬어지지 않으리라. 오히려 너는 ‘내 마음에 드는 여인’이라, 너의 땅은 ‘혼인한 여인’이라 불리리니, 주님께서 너를 마음에 들어 하시고, 네 땅을 아내로 맞아들이실 것이기 때문이다.”(3-5절).








복음: 요한 2,1-11: 카나의 혼인잔치: 첫 번째 기적

카나의 혼인잔치의 기적 이야기는, 즉 그 표징은 혼인에 대한 축복 그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께서 인류와 맺으실 혼인에 대한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 인류에 대한 가장 큰 사랑은 십자가 위에서 드러날 것이기 때문에 마리아께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4절)라고 하신 것이다. 요한복음에서 말하는 ‘때’는 아버지의 뜻을 결정적으로 이루시는 십자가의 때이다. 그러나 그 때는 그 십자가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부활의 영광에로 열려져 있다(요한 12,23.27-28; 17,1 참조).

원문에 보면 ‘그 때에’는 본래 ‘사흘째 되던 날’이다. 이 ‘사흘째 되던 날’은 부활에 대한 어떤 암시적인 것이 있다고 본다. 또한 물이 포도주로 변했다는 것에서, 그 포도주가 그때까지 마셨던 포도주보다 더 좋은 포도주였다는 사실에서 메시아가 와서 이루어지는 그 어떤 의미를 알 수 있다. 많은 예언서에서 이 종말에 대해서 모든 결실이 풍성하고, 포도주가 넘쳐흐르게 되리라고 한다(참조: 아모 9,13-14; 호세 14,7; 이사 25,9-10; 55,1).

오늘 복음의 가나 혼인잔치의 기적은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공생활을 시작하시면서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주시는 것이다. 이제는 새로운 구원의 장이 열리고 그것은 물이 포도주가 되듯이 신비스러운 ‘회개’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 실제로 그리스도께서는 잔치에 온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새로운’, ‘더 좋은’ 포도주를 주신다.

“누구든지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놓고, 손님들이 취하면 그보다 못한 것을 내놓는데,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남겨 두셨군요.”(10절). 이러한 것을 성체성사에 대한 암시적인 내용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하느님의 구원계획에서 나오는 ‘새로운 것’에 대한 의미를 잘 알아들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여야 할 것은 바로 그 가나 혼인잔치에 마리아께서 함께 계셨다는 것이다. 마리아의 모습은 들러리의 모습이 아니라, 결정적이고 능동적이다. “포도주가 없구나.”(3절)는 말로 예수님께서 그 일에 개입하시도록 하셨다. 이 말이 어떻게 해석되든지 간에 우리가 잘 보아야 할 것은 마리아께서 다른 사람들의 문제와 어려움에 동참하는 사랑과 나아가 아드님까지도 그 일에 개입시키려는 그 노력이다. 즉 마리아의 깊은 사랑과 신뢰심의 태도이다. 이 신뢰심은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에서 온 것이다. 그런데 그 믿음은 구체적인 상황에서 완전히 드러나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예수님의 말씀,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4절)는 것은 거절의 의미로 알 수 있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그 ‘때’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완성하는 그 ‘때’이며, 당신이 그것으로 영광을 받으시는 ‘때’를 의미한다고 하였다. 이것은 또한 그리스도의 모든 삶이 아버지의 뜻에 따라 결정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당신이 끝까지 따르고 일치해야할 것은 바로 아버지의 뜻이다. 아버지의 뜻은 무엇인가? 모든 인간이 구원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이 말씀은 거절의 뜻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분의 어머니는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고 말하였다.(5절) 이 말은 시나이 산에서 백성들이 응답한 것과 같은 내용이다. "주님께서 이르신 모든 것을 우리가 실천하겠습니다.(탈출 19,8), 예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완전히 일치하고 있는 분이시기 때문에 그분이 말씀하시는 대로 우리는 따라야 한다. 그 때에 우리는 구원의 혼인잔치에 참석할 수 있다. 그가 시키는 대로 하였을 때, 가나의 혼인잔치에서는 '메시아적 포도주'를 얻는다.

이 메시아적 포도주는 단순히 물질적인 차원에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킨 것만이 아니라, 당신이 누구신지를 밝히는 동시에 하느님 나라의 종말론적 차원에서의 기쁨의 의미를 포함하는 것이다. 이렇게 가나의 혼인잔치의 기적은 십자가 앞에서 우리의 어머니가 된 마리아와 함께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세상을 위해 봉헌되는 잔치가 벌어질 갈바리아에 오르도록 초대하고 있다. 이러한 깊은 신비가 오늘 복음에 내포되어 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처음으로 갈릴래아 카나에서 표징을 일으키시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다.”(11절)고 하였다. 이것은 물을 포도주로 만든 권능 때문이 아니라, 더 큰 기적 즉 아버지께서 정하신 때에 딱딱한 침대 위에서 혼인식을 치르게 되는 십자가의 기적과 연결되어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제자들은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11절). 그 기적은 신앙을 불러 일으켰고, 그 기적을 더 큰 기적에 대한 ‘표징’으로 이해하게 하였다.

이런 의미에서 마리아의 신앙은 참된 신앙의 모범이라고 할 수 있다. 아드님 예수님의 모든 것을 신뢰하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마리아의 이러한 신뢰심은 사랑에서 생기는 것이고 사랑으로 넘쳐흐른다. 우리가 만일 형제들로부터 우리 자신을 멀리하여 그들의 기쁨 또는 고통까지도 함께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의 신앙은 거짓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2독서: 1고린 12,4-11: 각자에게 주신 성령의 선물은 공동체를 위한 것

바오로 사도께서는 각자가 받은 성령의 크고 작은 은총의 선물들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그 선물을 이기적으로 사용하지 말고 공동체를 위하여 쓰라고 권고한다. “하느님께서 각 사람에게 공동선을 위하여 성령을 드러내 보여주십니다.”(7절). 이 말씀은 정확히 말하면 가나에서 예수님으로 하여금 잔칫집이 처한 어려운 상황에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당신 자신의 신적 모성의 ‘은총’을 사용한 마리아처럼 각자에게 주어진 성령의 은총을 사용하라는 말이다.

그리하여 그리스도께서 때가 되어 치르실 거룩한 혼인잔치에 합당하게 참석할 수 있도록 믿음을 갖고 사랑으로 하느님께서 나에게 허락하신 성령의 은총을 잘 사용하면서 우리의 삶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겠다. 즉 우리의 삶 속에서 계속 그분의 영광이 드러나는 삶이 되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