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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마을

~ 뒷자리 / 시인 -도종환 ~

뒷 자 리

맨 앞에 서진 못하였지만,

맨 나중까지 남을 수는 있어요.

남보다 뛰어난 논리를 갖추지도 못했고,
몇 마디의 말로 대중을 휘어잡는 능력 또한 없지만,
한 번 먹은 마음만은 버리지 않아요.

함께하는 길 뒷자리에 소리없이 섞여 있지만
옳다고 선택한 길이면 끝까지 가려 해요.

앞에 서서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이들이 참을성 없이
말을 갈아타고 옷 바꿔 입는 것 여러 번 보았지요.

따라갈 수 없는
가장 가파른 목소리 내는 사람들 이젠 믿지 않아요.

아직 맨 앞에 설 수 있는 사람이 못 된다는 걸 알지만
이 세월 속에 드릴 수 있는 말씀은 한 가지예요.

맨 나중까지 남을 수 있다는.


- 도종환님의 < 뒷 자 리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