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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셀름 그륀

~ 영혼의 밤 / 안셀름 그륀 신부님 ~




영혼의 밤


휠덜린의 소설

『휘페리온Hyperion』에서

주인공은 친구 벨라르민에게,

아직도 자기 자신의 것일 법한

깊은 체험에 대해 편지에 쓴다.

 그것은

우울한 밤에 관한 체험이다.

"희미한 밤에 별빛도 없는 곳,

싹은 마무조차

우리를 밝혀 주지 않는 곳,

마치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 듯한

영혼의 밤에 불과한

모든 존재의 침묵,

망각이 있다네."

 우리는 누구나

어둠을 경험한다.

휠덜린이 말하는 밤은

문자 그대로 어둠이다.

밤은 소멸,

무가치,

우울,

절망,

 그리고 고독에 대한

예감과의 만남이다.

 더 이상 앞이

보이지 않는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출구 즉 빛을 동경한다.

물론 밤을

부정적으로 볼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나는 완전한 밤을 믿지 않는다.

 나는 밤과 그림자를 구별한다.

우리를 괴롭히는 그림자,

즉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서

인식하고 괴로워하는

어두운 부분이 전부가 아니다.

 그림자는

 몰아내려 하기보다는

화해해야 할

나의 일부분이다.

이미 내 안의 어둠으로

자리 잡게 된 증오 역시

부정해서는 안 된다.

 증오를

사랑의 그림자로

이해하면 된다.

증오를 바라보고

이해하려 한다면 그다지

위협적이지도 않다.

그림자는 자기 변명이다.

그러므로 그림자를

제거하는 것은

위험하다.

 우리는

자신의 그림자와

화해할 수 있다.

그림자 또한 자기 존재의

일부분임을,

그림자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님을

인식하기 시작하면

화해할 수 있다.

그림자와 직접

맞붙어 싸우려고 하면

우리의 힘이 다 소진되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싸울수록 그림자의 힘이

더욱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림자를

삶에 받아들여 길들이고,

그림자와 대화를 해야 한다.

그림자가 얼마나 오랫동안

존재해 왔는지,

왜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

질투나 완고함 같은

 나의 어두운 부분들 역시

하느님 안에 놓아 드리도록

나 자신을 다독거려야 한다.

 (동경)

안셀름그륀 지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The Evening Bel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