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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마을

~ 소화 데레사 / 최인호 유고집에서 ~




 Frederick Morg 

 

소화 데레사 / 최인호 유고집에서
역사 이름을 남긴 사람들은 대부분 무엇을 발견하거나 명작을 썼던 창조자 입니다 그러나 성인들은 무엇을 만들거나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들의 인생 자체를 완덕의 경지로 창조한 사람들입니다 그 성인들 중에서 가장 사랑을 많이 받은 분은 소화小花 테레사일 것입니다 대부분의 성인들이 극적인 인생을 산 것에 비하면 성녀의 생애는 너무나 단순합니다

15살에 봉쇄수도원인 가르멜수녀회에 들어간 성녀는 24살의 나이로 숨을 거둡니다 이처럼 짧고 단순한 인생을 살아간 성녀임에도 불구하고 테레사성녀는 우리 신자들 가슴속에 피어난 한떨기 작은 꽃입니다 테레사 성녀는 언제나 '작은 것'을 꿈꾸었습니다 "기도해 주세요. 아무쪼록 작은 모래알이 언제나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인 모든 사람의 발아래 있기를"편지의 내용처럼 작은  모래알이 되기를 소망했던 소화 테레사는 자서전에서 자신을 주님의'작은 꽃'으로 비유하기도 햇습니다 1897년 9월30일 아침, 성녀는 이런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둡니다 " 이 생명의 저녁에 나는 '빈 손' 으로 당신 앞에 나아가겠나이다"

평생 '작은' '더욱 작은 ' '더욱 하찮은' 존재를 꿈꾸었던 이 성녀는 그 작은 존재마저 버리고 마침내 텅 빈손이 되었습니다 죽기전 성녀 소화 테레사는 우리에게 장미의 꽃비를 내려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우리의 주님도 돌아가신후 무덤에 묻히셨습니다 그러나 사흘만에 부활하셨습니다 그러나 주님이 부활하시기 전에 주님께서 묻히셨던 무덤이 먼저 텅 비었음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의 두 손이 텅 비었을때야 비로소 우리의 두손이 오롯이 합장되어 기도할 수 있는 것처럼무덤이 비지않으면 주님도 부활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죽어야 합니다 죽어서 무덤 속에 묻혀야 합니다 그런 후 마음의 무덤은 성녀의 빈손처럼 무無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살아 계신 주님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신 것처럼 우리도 주님처럼 새 생명을 얻을수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에 장미 꽃비를 내려주시는 소화 테레사 성녀님 이 생명의 저녁에 빈손으로 주님앞에 나선 성녀님을 본받아 빈 무덤을 이룰 수있도록 빌어 주소서 성녀님이 작은 모래알이 점점 작아져 드디어 무로 돌아가도록 기도해 달라고 편지에 쓰셨듯 우리도 성녀님을 본받아 텅 빈 손을 이루게 하소서

최 인호 유고집 / 눈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