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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욱현 신부님

~ 연중 제 8주간 수요일 - 가장 높은 자리에 앉는 사람 / 조욱현 신부님 ~

연중 제8주 수요일:

 가장 높은 자리에 앉는 사람

복음: 마르 10,32-45: 내가 마시게 될 잔을 마실 수 있느냐?

주님과 함께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던 제자들은 놀랍고 두려운 말씀을 듣는다. 스승님께서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의 손에 넘겨져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그분의 말씀을 들었기 때문이다. 제자들은 자신들도 그분과 함께 죽임을 당하거나, 당신의 삶과 가르침으로 그토록 큰 기쁨을 주시던 분이 원수들의 손에 넘어가 돌아가시는 것인가 하고 두려워했던 것이다. 그러나 미리 부활의 영광도 알려 주신 분이시다.

그런데 여기서 스승님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하고 야고보와 요한 같은 제자들이 스승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에 저희를 하나는 스승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게 해주십시오.”(37)라고 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복음의 야고보와 요한은 베드로와 같이 특별한 사랑을 받은 사람들이다. 중요한 사건에 주님과 증인들로 함께 하였고,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에 함께 하였다. 그들은 베드로와 함께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천둥의 아들들”(마르 3,16-17)이라 불렸다.

또 이것을 본 다른 제자들은 화를 내고 있다. 이 제자들 역시 그 두 제자와 같이 제사보다는 젯밥에만 관심이 있는 자들임을 알 수 있다. 예수님의 구원의미와 제자들이 예수님을 생각하며 꿈꾸는 것은 전혀 다른 방향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어떠한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가? 참다운 신앙행위가 무엇인지 묵상하며 노력하여야 한다.

예수님은 물으신다. “내가 마시는 잔을 마실 수 있느냐?”(38)고 하시며, 당신의 잔을 마실 것을 요구하신다. 당신 십자가의 길을 따르라고 요구하신다. 나 자신과의 싸움을 이기지 않고서는 천국에 다다를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신다. 그들은 할 수 있습니다.”(39)하였다. 그러나 아직 그 말씀을 완전히 깨달은 것은 아니었다. 하늘 나라에서의 높은 지위,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치러야 할, 걸어야 할 길이 어떤 것인가를 일러주고 있다.

예수님이 살아 계실 때에는 제자들이 전혀 그분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오늘 복음의 제자들을 보면 그렇다. 참된 권위는 힘이 아니라, 아름다운 봉사를 통해서 나오는 것이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부부간에 표현할 수 있는 서로에 대한 배려는 나의 위신을 조금도 손상치 않는다. 오히려 그것으로 더욱 나와 내 배우자가 선명히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완전한 사랑을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경우에 우리는 주님을 따른다고 하면서, 주님께 나를 따르시라고 하는 때가 많다. 이 모습은 바로 주님을 나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분으로 만들고, 오늘 복음에서 현세적인 이익만 추구했던 그래서 예수님과 마음이 아직은 멀었던 제자들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생각할 수 있다. 이제는 주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면서 그것을 실천하고 십자가의 길을 통하여 그분을 닮아갈 수 있는 우리 되도록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