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과 제자들이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계속되는 여행길에 제자들은 지쳐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예수님의 뒤를 따르면서도 왜 예루살렘을 향해 가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제 곧 예루살렘에 도착하는데 거기에서 자신은 대제관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넘겨지고 사형을 선고받아 죽게 될 것이며, 죽은 지 사흘 만에 부활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부활할 때는 영광된 모습으로 다시 오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예수님의 수난에 동참하기보다는 그분의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모습과 지위에 대한 욕심을 드러냅니다.
야고보와 요한은 각각 그리스도의 오른편과 왼편에 앉게 해 달라고 청했고 다른 제자들은 그것을 보고 질투합니다.
그들에게서 드러난 것은 소유욕과 지배욕, 그리고 명예욕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영광에 집착하고 있는 제자들에게 그 영광에 이르는데 따르는 고통과 모욕의 길을 제시하십니다 (10,38-39).
동시에 십자가 죽음에까지 이르는 추종을 다짐하게 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며 고난의 잔을 함께 마시며 섬김으로써 영광에 이를 수 있다고 가르치십니다 (10,40).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10,43-44)
우리가 걸어야 하는 길은 고난의 길이요, 그 길은 낮추고 작아짐을 통해서 걸을 수 있는 길입니다.
이 길은 남들 위에 서고, 더 많은 힘을 지니려는 나의 의지와 부단한 싸움을 해야 하는 길입니다.
작아진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요.
자신을 버리고 포기하고 손해 볼 것을 각오하고 자존심을 버리는 것은 곧 죽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 길을 걸어가려면 소유욕을 버려야 하고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소유욕을 버리려면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는 믿음이 필요하고 내 영혼의 빈자리에 그분을 채우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 두려움에서 벗어나려면 내 안에 사랑을 키워나감으로써 하느님과 동일화를 이뤄나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랑은 모든 것을 이겨내고도 남으며, 가난만이 죽음을 초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는 예수님처럼 모든 사람을 섬겨야 합니다 (10,42-44).
다른 이를 섬기려면 자존심을 버리고 남을 더 귀하게 여기고 존중하는 하느님의 마음을 지녀야 하겠지요.
또 다른 이들의 생각이나 행동양식을 자신의 틀 속에 집어넣어 마음대로 조절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그리스도의 뜻에 자신을 온전히 맡길 줄 알아야겠습니다.
우리 모두 소유에서 벗어난 가난한 사람으로서 서로를 섬김으로써 주님의 수난의 사랑에 동참하도록 힘쓰는 복된 하루가 되길 기도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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