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의 주인
-조욱현 신부-
예수님 시대에 밀밭은 길고 좁은 밭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러한 밭 가운데 있는 이랑은 언제나 통로로 쓰였다. 오늘 복음의 사건은 바로 이러한 밀밭 사이를 걷고 있을 때 일어난 사건이다. 유대인들의 안식일 법은 단순히 안식일에 일하는 것을 금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율법 해석가들은 이것을 39가지 조목으로 세분하여 가르쳤다.
그래서 오늘 복음의 예수님 제자들의 죄목을 따져 보면, 밀 이삭을 자르는 것은 안식일에 추수하지 말라는 법을 어기는 것이고, 손으로 비비는 것은 타작하지 말라는 법을 어기는 것이며, 알곡의 쭉정이를 가리는 것은 키질하지 말라는 법을 어기는 것이니, 따라서 이들의 전체 행동은 안식일에 음식을 장만하지 말라는 그들의 율법을 어기는 죄였다. 이 때문에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이를 비난하며 예수님을 공박하였던 것이다. 이에 대해 예수님은 민수 28,9에 나오는 안식일이라도 성전에서 행하는 일을 예로 들어 답변하셨다. 그리고 하느님 앞에 어떠한 율법이나 제사를 지키는 것보다 사람을 위하는 것이 하느님께 더 좋은 것이라는 것을 호세 6,6을 인용하여 강조하신다. 즉 예수님은 이 사건을 통해 하느님 앞에 형식적으로 율법을 지키는 것보다 이웃에 대해 선행을 베푸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고, 이것이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뜻이라고 말씀하시면서 그들의 위선적인 행위를 책하시는 것이다.
가끔 고해 때, 단식재와 금육재를 궐했다고 고백들을 한다. 재를 지킨다는 것은 재를 지킨 후 그것이 이웃 사랑으로 실현될 때, 그 재가 완성되는 것이다. 형식을 채우지 못한 것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이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완결되지 못한다면 재를 지키지 않은 것과 같다. 사람이 법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법이 사람을 위해서 있는 것이라면 그 법은 사람을 위해서 지켜져야 하지 않겠는가? 앞으로 사순절에 대림절에 이러한 재를 시행할 때 이러한 마음으로 재를 지키고 그것은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완결시키도록 하였으면 좋겠다.
우리는 흔히 인간적 관습에 따른 예의를 지킨다든지 성당에서 오래 기도할 줄 알면서도, 형제와 이웃을 위할 줄 모르고, 이런 경우에는 이랬어야 하지 않았느냐 하는 식으로 냉엄하게 판단하여 남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실을 오늘 복음을 보고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예수님께서 아버지 앞에 오래 또 자주 기도의 시간을 가지셨던 표양을 본받아 우리도 하느님 앞에 오랫동안 기도도 하고 인간들 서로가 갖추어야 할 관례적인 예의도 존중해서 행하여야 한다. 그러나 예수께서 오늘 복음에서 강조하신, 사람을 위할 줄 알고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에게 봉사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행해져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겠다. 그래서 더욱 성숙한 신앙인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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