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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성화, 미술

~ 성령 강림 (은총과 은혜의 빛 ) / 윤인복 교수 ~

 

 

 

 

은총과 은혜의 빛

 

 

 

<성령강림>

 

 1500-25년경, 채색필사본, 미어마노 베스트레이니아눔 박물관, 헤이그


 

 



예수님의 마지막 가르침에 따라, 모든 제자가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지 오십일이 되는 날,

‘한 곳에 모여’ 기도하고 있을 때 세찬 바람이 집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지면서 각 사람 위에 내려앉았다.”(사도 2,3)

 

그들은 성령으로 가득하여, 성령이 능력을 주는 대로 여러 가지 외국어로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성경에서 성령 강림이 이루어지는 곳은 좁은 다락방으로 기록하고 있으나,

이 채색필사본에는 닫힌 공간이지만, 높은 천장과 밝게 빛이 들어오는 커다란 창문이 있는

확 트인 공간에 멀리 벽난로까지 묘사하고 있다.

더욱이 오른쪽의 아치의 형태는 교회 내부를 연상케 한다.

푸른색 망토를 입은 성모 마리아는 화면 중앙에 앉아 있고,

제자들은 그녀의 곁에 모여 있다.

마리아 바로 왼쪽 제자는 베드로로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을 벌려 성령이 임하는 순간의 경건함을 드러내고 있다.

 

오른쪽 맨 앞의 제자는 성령의 빛에 놀란 양,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 뒤로 한 무리의 제자는 마리아를 바라보고 있고,

뒤쪽 다른 무리의 제자는 천장을 향하며 기도하는 자세나 손을 들어 놀라움을 드러내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성령이 이들 안에서 활동하시어 교회를 이끌게 될 것이다.

성령 강림 이후 제자들은 모든 백성에게 복음 선포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바로 이 순간을 교회의 탄생으로 본다.



성모 마리아는 유일한 여성으로 성령 강림에 중요한 모티브로 자리하고 있다.

성경에서 성령 강림 때 마리아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마리아는 지상의 교회를 상징하는 의미로 중요한 위치에 놓인다.

 

그녀는 성령의 비둘기와 일직선을 이루며, 천상과 지상의 중재자 역할을 한다.

마리아는 수태고지 때 모습처럼 무릎 위에 성경을 올려놓은 채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마리아는 기도로 제자들을 초대하고 그리스도와 직접 결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마리아는 중재자로서 교회의 중심에 있다는 것과 제각기 다른 성격의 제자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결속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령의 상징인 비둘기는 천장에서 마치 태양처럼 빛나고 있다.

여기에는 성부(빛이신 하느님), 성자(의덕의 태양), 성령(비둘기 형상)인 삼위일체가 나타난다.

화가는 성령을 성경의 말씀대로 ‘불꽃 모양의 혀’ 같이 묘사하지 않고

비둘기 형상에서 발산하는 빛으로 그리고 있다.

 

성령의 움직임을 드러내는 비둘기로부터 나오는 하느님의 빛은 은총과 은혜를 말한다.

빛은 제자들 각자에게 도달한다.

사실 제자들은 유다인들을 두려워하여 죽은 몸과 같았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하늘로 오를 때 약속한 대로 제자들에게 사랑의 성령을 보낸 것이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

그리고 땅 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 1,8)

 

제자들은 성령의 격려를 받고 예수님에 대한 믿음으로 그분을 증언하며

활기에 넘쳐 활동할 것이다.

 

성령께서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뜨거운 사랑을 전달하고 계신다.

성령께서는 제자들에게 빛을 비추어 주고, 슬플 때 위로해 주고,

죄악에 물들 때 그리스도께 다시 인도할 것이다.

“늘 성령 안에서 온갖 기도와 간구를 올려 간청하십시오.”(에페 6,18)

 

 



[2015년 5월 24일 성령 강림 대축일 인천주보 3면,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