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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성인의 꿈과희망

** 라 베르나의 찬가 **

 라 베르나의 찬가

라 베르나를 찬송하는 노래가 봉우리를 넘고 산을 넘어서 전세계에 울려퍼지도록. 그 차가운 산꼭대기에서, 세상의 잡답(雜踏)으로부터 아득히 떨어진 그곳에서 프란치스꼬는 여행을 끝마쳤다. 그리고 꿈은 그의 몸에 그려진 기치(旗幟)가 되었다. 오랜 동안 꿈을 좇아서 걸어오는 동안에는 꿈이 진실인가 아닌가를 잘 모를 때가 있다. 또 자기가 걸어가고 있는 길이 반드시 찾고 있는 것에 이르게 될 것인지 아닌지조차도 모르게 된다. 하지만 거룩한 산, 라 베르나의 비탈에서 일어난 신비야말로 형제들이 오랜 동안 찾고 있던 확실한 증거가 될 것이다. 바꿔 말하면 이 여로야말로 사랑을 다해 걸어갈 만한 값진 여로라는 것을 확증하는 것이 되리라. 라 베르나에의 여로는 내면의 여로이며 그 정상도 사람의 마음속에 있다. 프란치스꼬가 병약한 몸의 피곤도 마다하지 않고 몸을 끌다시피하여 산꼭대기까지 올라간 것도 자신의 마음속에 솟아오른 험한 낭떠러지를 측정해 보고 싶어하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라 베르나 산의 정상에서는 동쪽이 아드리아 해, 서쪽은 지중해에 임하는 이탈리아의 육지가 완전히 건너다보인다. 움브리아, 도스카나, 에밀리아, 마르케 등의 지방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아득히 먼 남쪽의 스바시오 산과 아씨시 마을까지 환히 바라다보였다. 그러나 눈앞의 것을 간신히 분간할 정도로 시력이 쇠약해져 있던 프란치스꼬는 이런 풍경도 마음의 눈과 레오나 맛세오의 눈을 통해서만 바라볼 수 있을 뿐이었지만 아펜니노 산맥 중의 이 산이 육신의 눈앞에 전개시켜 주는 경치보다 훨씬 장대한 전망이 그 마음의 눈앞에 전개되어 있었다. 그 이유는 그곳에서 그 목소리도 그 꿈도 마치 그리스도의 몸을 못박은 쇠못과 마찬가지로 실재의 것이었음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라 베르나. 꿈을 찾는 형제들은 조용히 그들의 아버지이며 형제이며 또한 탐구의 기수이기도 한, 이 작은 형제의 몸 위에 예수님께서 찍으신 확인의 표지를 감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형제들이여! 아들들이여! 산을 향해 눈을 뜨자. 라 베르나는 여러분들의 마음 가운데 있다. 그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지상의 왕국의 덧없음이 시계 속에서 희미하게 번져가는 것을 기다리는 게 좋을 것이다. 동에도 서에도 아득히 바다를 내다보는 천국이 여러분의 마음속에 열려 올 것이다. 라 베르나는 실재한다. 그것을 확인했다면 산을 내려가자. 라 베르나가 여러분에게 명령하는 것은 산꼭대기에서 내려와 다시금 어깨에 십자가를 지고 다음 여로에 오르는 일이다. 그 여로의 끝에는 새로운 산정이 솟아 있을 것이다. 그곳이야말로 그리스도와 함께 당신 자신이 십자가를 져야 할 장소인 것이다. 그날에는 다시 산을 내려올 일도 없이 정상에서 하늘을 향해 곧장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날 당신은 주님과 함께 낙원에서 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