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창세3,9-15.20/요한19,25-34) |
제1독서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
▥ 창세기의 말씀입니다.3,9-15.20
사람이 나무 열매를 먹은 뒤, 주 하느님께서 그를 9 부르시며,
“너 어디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 10 그가 대답하였다.
“동산에서 당신의 소리를 듣고 제가 알몸이기 때문에 두려워 숨었습니다.”
11 그분께서 “네가 알몸이라고 누가 일러 주더냐?
내가 너에게 따 먹지 말라고 명령한 그 나무 열매를 네가 따 먹었느냐?” 하고
물으시자, 12 사람이 대답하였다.
“당신께서 저와 함께 살라고 주신 여자가
그 나무 열매를 저에게 주기에 제가 먹었습니다.”
13 주 하느님께서 여자에게 “너는 어찌하여 이런 일을 저질렀느냐?” 하고
물으시자, 여자가 대답하였다.
“뱀이 저를 꾀어서 제가 따 먹었습니다.”
14 주 하느님께서 뱀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너는 모든 집짐승과 들짐승 가운데에서 저주를 받아
네가 사는 동안 줄곧 배로 기어 다니며 먼지를 먹으리라.
15 나는 너와 그 여자 사이에,
네 후손과 그 여자의 후손 사이에 적개심을 일으키리니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너는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리라.”
20 사람은 자기 아내의 이름을 하와라 하였다.
그가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가 되었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9,25-34
그때에 25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는 그분의 어머니와 이모,
클로파스의 아내 마리아와 마리아 막달레나가 서 있었다.
26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어머니와 그 곁에 선 사랑하시는 제자를 보시고,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27 이어서 그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그 제자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다.
28 그 뒤에 이미 모든 일이 다 이루어졌음을 아신 예수님께서는
성경 말씀이 이루어지게 하시려고 “목마르다.” 하고 말씀하셨다.
29 거기에는 신 포도주가 가득 담긴 그릇이 놓여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신 포도주를 듬뿍 적신 해면을 우슬초 가지에 꽂아
예수님의 입에 갖다 대었다.
30 예수님께서는 신 포도주를 드신 다음에 말씀하셨다.
“다 이루어졌다.”
이어서 고개를 숙이시며 숨을 거두셨다.
31 그날은 준비일이었고 이튿날 안식일은 큰 축일이었으므로,
유다인들은 안식일에 시신이 십자가에 매달려 있지 않게 하려고,
십자가에 못 박힌 이들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시신을 치우게 하라고 빌라도에게 요청하였다.
32 그리하여 군사들이 가서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첫째 사람과
또 다른 사람의 다리를 부러뜨렸다.
33 예수님께 가서는 이미 숨지신 것을 보고
다리를 부러뜨리는 대신,
34 군사 하나가 창으로 그분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부활 시기가 막 끝나고 연중 시기로 들어서자마자 제1독서는 인류의 첫 범죄를, 복음은 예수님의 죽음 현장을 다룹니다. 부활 축제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고 또 어제 받은 성령의 은사로 여전히 가슴이 뜨거운 우리에게 이 전례적 흐름의 급격한 전환은 무슨 의미일까요?
이 날이,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마리아께 부여된 "교회의 어머니"라는 호칭을 전례 안에서 공적으로 기념하도록 제정하신 날이니만큼, 미사의 모든 말씀들이 교회와 마리아를 향하고 있습니다.
독서와 복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예수님의 탄생부터 첫 기적의 순간, 십자가 죽음, 교회의 탄생 순간에 함께하신 마리아의 자취를 입당송, 복음환호송, 영성체송이 함께 노래하고 있습니다. 화답송은 성자를 잉태하고 품은 마리아를 "하느님의 도성, 거룩한 산 위에 세운 그 터전"이라 아름답게 묘사하며 칭송하지요.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27) 우리가 사도 요한이라 알고 있는, 하지만 요한복음 안에서는 줄곧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로 언급되는 제자에게 예수님께서 당신의 어머니를 주십니다. 이 "예수님의 사랑 받는 제자" 안에는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모든 믿는 이들이 잠재되어 있고, 그들의 모임인 교회가 들어 있습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는 당신 어머니를 벗님을 포함하여 우리의 어머니로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신 포도주를 드신 다음 말씀하셨다. '다 이루어졌다.' 이어서 고개를 숙이시며 숨을 거두셨다."(요한 19,30) 우리는 최후의 만찬 상에서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 "내 아버지의 나라에서 너희와 함께 새 포도주를 마실 그날까지 이제부터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다시는 마시지 않겠다."(마태 26,29)는 내용을 기억합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처절한 고통 중에 육신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 신 포도주를 드신 이 순간이, 이제 곧 지상에서 하느님의 나라, 하느님 백성의 지상 교회가 태동하는 순간이라는 뜻도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마리아께 제자 한 사람이 아니라 지금 막 탄생한 지상의 교회 전부를 맡기심으로써 당신의 지상 사명을 다 이루신 것이 됩니다.
"군사 하나가 창으로 그분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요한 19,33) 교부들과 신학자들에 의하면, 피와 물은 성령을 상징하기도 하고, 또 성사(물은 세례성사, 피는 성체성사)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모두 교회를 가리키지요. 또한 첫 창조 때 하느님께서 아담의 옆구리를 열어 하와를 탄생시키신 것처럼, 지금 이 순간 신랑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옆구리에서 신부인 교회를 탄생시키신 것이라 해석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흘러나온 예수님의 몸은, 공동번역 성서에서 "맑은 물이 솟는 샘 야훼"라고, 또 현재 성경이 "생수의 원천이신 주님"(예레 17,13)이라 표현하는, 모든 생명과 은총의 원천이신 주님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이 처절한 죽음의 현장에서도 "나의 샘이 모두 네 안에 있네."(화답송)라고 노래하는 시편 저자와 함께, 우리의 생명과 은총의 원천이 오직 주님이심을 나지막히 고백하고 찬송하게 됩니다.
제1독서에서는 인류 조상의 원죄를 다룹니다. 하느님의 명을 어긴 아담과 하와, 뱀을 바라보며 면구스러움과 불편함이 가시지 않는 건 이들의 욕망과 일탈이 손가락질하고 끝낼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아니 나의 적나라한 실존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첫 하와의 죄의 상처를 둘째 하와인 마리아를 통해 회복시켜 주시지요.
"사람은 자기 아내의 이름을 하와라 하였다. 그가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가 되었기 때문이다."(창세 3,20) 불순명으로 인류에게 죄를 끌어들인 하와가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가 됩니다. 그리고 뱀의 머리를 짓밟아 부수고 순명으로 인류에게 구세주를 선사한 마리아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물론 죽음의 세력에 잡힌 모든 것의 보호자요 피난처며 어머니가 되시지요.
이것이 오랜 부활 축제 시기와 성령 강림 대축일을 지낸 우리를 곧바로 원죄의 현장, 예수님 죽음의 현장으로 안내한 이유일 것입니다. 이로써, 성령의 오심으로 영광과 기쁨 속에 도래한 교회의 탄생이 성부 하느님의 애간장을 끊어낼 듯한 자비와, 성자 예수님의 희생 제사라는 산고를 거쳐 세상에 선사된 귀한 선물임을 일깨우고, 예수님 생애를 동반하신 새로운 하와, 마리아의 협력이 강생구속 현장에서뿐만 아니라 세상 끝 날까지 '교회의 어머니'로서 지속될 것이라는 희망을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사랑하는 벗님 여러분,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우리가 곧 교회입니다. 또한 교회(우리)는 신랑이신 그리스도의 피로 순결해진 신부입니다. 성자 예수님을 잉태한 성령의 신부 마리아는 세상의 어머니가 그러하듯, 이 교회를 자애와 염려와 눈물과 기도로 끝까지 돌보고 보듬고 되살리시어 하느님 앞에 데려가실 것입니다. 우리 교회에 부족하고 왜곡되고 병들고 썩어가는 부분이 있다면 마리아의 모성으로 치유되어 갈 것입니다. 어머니의 눈물의 기도는 모든 걸 이루는 힘이니까요. 마리아를 '교회의 어머니'로, 아니 벗님의 어머니로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는 오늘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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