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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연중 제 15주간 목요일 / 오상선 신부님 ~

연중 제15주간 목요일( 이사야 26,7-9.12.16-19/마태오11,28-30)

제1독서

<먼지 속 주민들아, 깨어나 환호하여라.>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26,7-9.12.16-19
7 의인의 길은 올바릅니다. 당신께서 닦아 주신 의인의 행로는 올곧습니다.
8 당신의 판결에 따라 걷는 길에서도, 주님, 저희는 당신께 희망을 겁니다.
당신 이름 부르며 당신을 기억하는 것이 이 영혼의 소원입니다.
9 저의 영혼이 밤에 당신을 열망하며 저의 넋이 제 속에서 당신을 갈망합니다.
당신의 판결들이 이 땅에 미치면 누리의 주민들이 정의를 배우겠기 때문입니다.
12 주님, 당신께서는 저희에게 평화를 베푸십니다.
저희가 한 모든 일도 당신께서 저희를 위하여 이루신 것입니다.
16 주님, 사람들이 곤경 중에 당신을 찾고
당신의 징벌이 내렸을 때 그들은 기도를 쏟아 놓았습니다.
17 임신한 여인이 해산할 때가 닥쳐와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소리 지르듯
주님, 저희도 당신 앞에서 그러하였습니다.
18 저희가 임신하여 몸부림치며 해산하였지만 나온 것은 바람뿐.
저희는 이 땅에 구원을 이루지도 못하고
누리의 주민들을 출산하지도 못합니다.
19 당신의 죽은 이들이 살아나리이다. 그들의 주검이 일어서리이다.
먼지 속 주민들아, 깨어나 환호하여라.
당신의 이슬은 빛의 이슬이기에 땅은 그림자들을 다시 살려 출산하리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1,28-30
그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28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29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30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 미사의 말씀은 우리를 안식으로 초대하십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마태 11,28).

예수님은 우리가 무거운 짐을 지고 고생스럽게 이 지상의 순례길을 걷고 있다는 걸 아십니다. 당신 친히 세상에 오셔서 몸소 보고 겪으신 까닭에 그야말로 생생하게 아시는 겁니다.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마태 11,29).

예수님께서 그 해결책으로, 세상 짐을 내려놓고 당신 멍에를 메라고 초대하십니다. 그렇다고 먹고 사는 일, 개인 차원에서 관계적 의무를 다하는 일, 사회적 차원에서 세상에 기여하는 일을 다 내팽개치고 나몰라라 하라는 의미는 아닐 겁니다. 인간으로서 기본 도리와 권리는 챙기되, 영혼을 좀먹고 마음마저 끌어내리는 세상 짐에 매몰되어 허덕이지 말라는 뜻이 아닐까 합니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 11,30).

세상의 짐보다 주님의 짐이 더 가볍다고 하십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시니 믿어야지요. 하지만 과연 진짜 그런지 헷갈리는 이도 있을 겁니다. 말씀하시는 분만 보고 그저 철썩같이 믿거나, 용기를 내어 직접 경험해 본 사람만이 수긍할 수 있는 진리니까요.

제1독서에서는 신앙 고백의 시가 흐릅니다. 예언서의 추상같은 심판에 익숙했던 우리의 귀와 마음을 부드럽고 평화롭게 어루만져 주는 듯하지요.

"당신 이름 부르며 당신을 기억하는 것이 이 영혼의 소원입니다. 저의 영혼이 밤에 당신을 열망하며 저의 넋이 제 속에서 당신을 갈망합니다"(이사 26,9).

한 영혼의 감미로운 사랑 고백입니다. 이 속삭임은 주님을 향하고 있습니다. 우리 마음뿐 아니라 주님의 마음도 부드럽게 어루만져드릴 것 같지요. 당신 피조물에게 모든 걸 다 쏟으시고도 번번이 외면받고 배신 당하는 주님께서 당신 신부인 인간들에게서 가장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생명을 부여받아 이 세상 안에 살아가면서 우리의 바람과 소원이 이러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더 가지려, 이기려, 딛고 올라서려, 무너뜨리고 차별하고 내치려 온갖 근심 걱정 불안을 끌어안고 사는 우리가 주님의 평화를 얻고 안식을 누리는 길이란 실상 이것밖에 없습니다.

늘 주님을 기억하고 사랑으로 그분 이름을 부르는 것, 밤낮없이 주님을 열망하는 것, 존재 안팎으로 주님을 간절히 바라는 것, 그분을 목말라하는 것, 그분 음성과 어루만짐을 그리워하는 것, 그분 향한 사랑으로 사위어 가는 것, 주님 향한 사랑 때문에 고독도 위안도 가림 없이 받는 것,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

이것이 주님께서 메워주시는 멍에요 주님의 짐입니다. 이 멍에와 짐은 세상 짐과는 달리 결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주님을 소유한 이는 모든 것을 소유한 것이라 하지요... 주님만 바라면 나머지는 그분이 해 주신다고 하지요... 편하고 가벼운 주님의 짐을 짊어지면 평화와 안식을 얻는다고 하지요... 하지만 이 모든 축복은 오직 그렇게 믿는 이의 것입니다. 믿음으로 주님께 몸을 던진 이들이 누리는 행복이지요.

"주님 당신께서는 저희에게 평화를 베푸십니다. 저희가 한 모든 일도 당신께서 저희를 위하여 이루신 것입니다"(이사 26,12).

우리가 이룬 모든 것이 실상 우리를 위해 하신 주님의 업적이라고 합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나 혼자 힘인 줄 알고, 무겁고 고생스런 세상 짐을 거머쥐고 죽을 힘 다해 주위를 다 밀쳐내면서 도끼눈에 싸움닭처럼 살아왔다면 참 허무한 노릇이지요. 가볍고 편한 주님 멍에와 짐을 지고 왔어도 여기였을 것을 말입니다.

"저희가 한 모든 일도 당신께서 저희를 위하여 이루신 것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이제 예언자의 겸허한 기도에 우리의 마음도 함께 얹어 주님께 올려드립시다. 이 모든 것이 우리를 위한 당신의 사랑이니 우리는 그저 주님을 사랑하고 섬기고 따르면 그만입니다. 세상 근심에 주님께 향해야 할 영혼을 빼앗기지 않기를, 세상 욕망에 주님만 바라봐야 할 시선을 빼앗기지 않기를, 세상 평가에 주님께 내맡겨야 할 마음을 빼앗기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그리하여 주님 안에서 평화와 안식을 누리는 오늘 되시길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