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다시는 밤이 없습니다. 주님께서 그들의 빛이 되어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 요한 묵시록의 말씀입니다. 22,1-7 주님의 천사는 수정처럼 빛나는 생명수의 강을 나 요한에게 1 보여 주었습니다. 그 강은 하느님과 어린양의 어좌에서 나와, 2 도성의 거리 한가운데를 흐르고 있었습니다. 강 이쪽저쪽에는 열두 번 열매를 맺는 생명나무가 있어서 다달이 열매를 내놓습니다. 그리고 그 나뭇잎은 민족들을 치료하는 데에 쓰입니다. 3 그곳에는 더 이상 하느님의 저주를 받는 것이 없을 것입니다. 도성 안에는 하느님과 어린양의 어좌가 있어, 그분의 종들이 그분을 섬기며 4 그분의 얼굴을 뵐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마에는 그분의 이름이 적혀 있을 것입니다. 5 다시는 밤이 없고 등불도 햇빛도 필요 없습니다. 주 하느님께서 그들의 빛이 되어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영원무궁토록 다스릴 것입니다. 6 그 천사가 또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이 말씀은 확실하고 참된 말씀이다. 주님, 곧 예언자들에게 영을 내려 주시는 하느님께서 머지않아 반드시 일어날 일들을 당신 종들에게 보여 주시려고 당신 천사를 보내신 것이다. 7 보라, 내가 곧 간다. 이 책에 기록된 예언의 말씀을 지키는 사람은 행복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깨어 있어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1,34-36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34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 그리고 그날이 너희를 덫처럼 갑자기 덮치지 않게 하여라. 35 그날은 온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들이닥칠 것이다. 36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전례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인 오늘, 미사의 말씀은 온통 희망입니다.
수정처럼 빛나는 생명수는 하느님과 어린양의 어좌에서 나와 도성의 거리 한가운데를 흐르는 강입니다. 이 강으로 매달 열매를 맺는 생명나무가 자라나 사람에게 열매를 내주고 그 나뭇잎으로는 치료를 합니다.
제1독서의 시작은 이처럼 주님에게서 나오는 활기 넘치는 생명의 기운을 이야기합니다. 이 생명이 사람을 어루만지고 키우고 치유하고 살립니다.
주님 어좌 곁에는 그분과 얼굴을 마주하며 그분을 섬기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 지복직관의 행복은 모든 신앙인의 바람이지요. 사랑이신 분과 사랑으로 머무르는 상태!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서 누릴 모습입니다.
하느님의 나라에서는 주님의 현존으로 인공적인 빛은 물론 자연의 빛조차 더 이상 필요 없게 될 것입니다. 주님께서 빛이시고 모든 이가 골고루 그 빛을 받으며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그 밝고 따사롭고 온화한 빛 안에서 모든 피조물은 저마다 평화를 누릴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심어 주신 본성의 가장 충만하고 아름다운 상태로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그동안 제자들에게 펼쳐 보이신 종말과 재난의 예고를 간곡한 당부로 마무리하십니다.
이기심과 아집과 증오로 마음이 굳어지는 것 못지않게, 자기 분수와 절제와 감사를 잊은 허약한 마음을 경계하라고 하십니다. 때를 가늠할 수 없게 느닷없이 들이닥칠 사람의 아들의 날을 기다리며 겪어야 할 박해와 재난에 대비해, 충실한 사랑과 굳건한 신앙, 용기와 인내를 견지하라는 촉구시지요.
종말에 대한 가르침은 이처럼 기도의 권고로 끝은 맺습니다. 충실한 사랑과 굳건한 신앙, 용기와 인내는 갑자기 뚝 떨어지는 마술이나 요행이 아니라, 하느님과 사랑하고 일치하는 가운데 자연스레 형성되는 덕일 겁입니다. 기도하는 이는 기도함으로써 "힘"을 얻습니다.
지상에 사는 우리 중에는 사람의 아들의 날 이후 펼쳐질 영원한 삶을 체험한 이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니 그저 주님의 가르침과 말씀에 기대어 더듬거리며 나아갈 수밖에요. 세속의 재물과 권력, 명예를 쟁취하기 위해 저마다의 방법론이 존재하는 것처럼, 세상 창조 때부터 우리를 위해 마련된 복된 미래를 얻는 길은 기도가 될 것입니다.
이 "기도"에서 사랑이 나오고 나눔이 나옵니다. 존중과 배려와 희생이 나오지요. 위로와 격려, 치유도 기도에서 흘러나옵니다. 하느님과 어린양의 어좌에서 흘러나와 도성을 흐르는 생명수의 강처럼 기도는 우리 자신과 타인, 세상을 살리는, 고요하고 온화하지만 매우 강력한 힘입니다.
깨어 기도하는 이는 이미 주님과 하나입니다. 내면에 그분의 거처가 단단히 자리하기에, 그분의 날이 언제 어떻게 닥치든 괜찮습니다. 진즉에 그 자신의 일이 곧 하느님의 일이 되고, 하느님의 일이 그 자신의 일이 되었으니, 주님을 맞이할 그 자리에 굳건히 서서 기다리면 되겠지요. 그날은 주님과 누리는 사랑이 일상이 된 이에게는 그 일상의 연장이고 절정이 될 것이니, 깨어 기도하며 감사와 기쁨으로 맞이하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사랑하는 벗님 여러분, 주님께서 오십니다! 지난 한 해를 정성껏 마무리하시면서, 다가오는 기다림의 시기를 잘 준비하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여러분 모두 정말 수고하셨고, 진짜 애 많이 쓰셨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