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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사순 제 3주간 수요일 / 오상선 신부님 ~

사순 제3주간 수요일 (신명4,1.5-9)(마태5,17-19)

 

 

제1독서:너희는 규정과 법규들을 잘 지키고 실천하여라.
  ▥신명기의 말씀입니다. 4,1.5-9
모세가 백성에게 말하였다.
1 “이스라엘아, 이제 내가 너희에게 실천하라고 가르쳐 주는 규정과 법규들을 잘 들어라. 그래야 너희가 살 수 있고, 주 너희 조상들의 하느님께서 너희에게 주시는 땅에 들어가 그곳을 차지할 것이다.
5 보아라, 너희가 들어가 차지하게 될 땅에서 그대로 실천하도록, 나는 주 나의 하느님께서 나에게 명령하신 대로 규정과 법규들을 너희에게 가르쳐 주었다. 6 너희는 그것들을 잘 지키고 실천하여라. 그리하면 민족들이 너희의 지혜와 슬기를 보게 될 것이다. 그들은 이 모든 규정을 듣고, ‘이 위대한 민족은 정말 지혜롭고 슬기로운 백성이구나.’ 하고 말할 것이다.
7 우리가 부를 때마다 가까이 계셔 주시는, 주 우리 하느님 같은 신을 모신 위대한 민족이 또 어디에 있느냐? 8 또한 내가 오늘 너희 앞에 내놓는 이 모든 율법처럼 올바른 규정과 법규들을 가진 위대한 민족이 또 어디에 있느냐?
9 너희는 오로지 조심하고 단단히 정신을 차려, 너희가 두 눈으로 본 것들을 잊지 않도록 하여라. 그것들이 평생 너희 마음에서 떠나지 않게 하여라. 또한 자자손손에게 그것들을 알려 주어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스스로 계명을 지키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이는 큰사람이라고 불릴 것이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5,17-19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7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18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과 땅이 없어지기 전에는,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율법에서 한 자 한 획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19 그러므로 이 계명들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어기고 또 사람들을 그렇게 가르치는 자는 하늘 나라에서 가장 작은 자라고 불릴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지키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이는 하늘 나라에서 큰사람이라고 불릴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 미사의 말씀은 '율법'에 대해 들려 주십니다.

제1독서인 신명기는 모세가 요르단 건너편 모압 땅에서, 온 이스라엘에게 율법을 설명하는 대목입니다. 주님의 진노로 모세는 요르단 건너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되지요. 그는 40년간 광야에서 이끌어온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님의 율법을 자세히 전합니다.

"주 우리 하느님 같은 신을 모신 위대한 민족"(신명 4,7)
"이 모든 율법처럼 올바른 규정과 법규들을 가진 위대한 민족"(신명 4,8)

이스라엘 민족은 두 가지 이유로 위대합니다. 하느님께서 친히 뽑아 동행해 주시는 존재이고, 또 율법을 가진 백성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이는 곧 이스라엘이 스스로 위대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의 관계성 안에서 위대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율법은 나와 하느님, 나와 공동체, 나와 모든 피조물, 나와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보호하는 규정입니다. "사랑"이신 하느님께서 주신 법이니 그 근본 정신은 "사랑"일 수밖에 없지요. 이 "사랑"이라는 원천에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세부 항목들이 분화되어 나옵니다.

"너희는 오로지 조심하고 단단히 정신을 차려"(신명 4,9)

그런데 사랑이라는 근본 정신으로 율법을 살아가는 이에게 율법은 친절한 안내인이 되는 반면, 무수한 세부 항목들에 질식되어 하나라도 어길까봐 신경을 곤두세우고 사는 이에게는 매서운 심판관이 됩니다. 율법이 무거운 짐이 되어 버리지요.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마태 5,17).

율법이 하느님 자리를 차지해 버린 이스라엘 백성은 예수님을 경계합니다. 강생하신 하느님으로서 예수님 자신이 살아 움직이는 율법이시건만 이스라엘은 죽은 문자를 움켜쥐고 버팁니다. 당신처럼 사는 것이 율법을 사는 삶이라고 예수님이 온 몸으로 역설하고 계셔도 도무지 먹히질 않지요.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마태 5,18)

십자가의 희생 제사로 사랑을 완성하실 예수님은 이미 율법과 하나이십니다.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은 사랑이고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니까요.

사랑하는 벗님! 우리도 사랑으로 완성되어 갈수록, 아니, 사랑이 되어 갈수록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던 하느님 모상으로서의 본성이 일깨워집니다. 그러면 사랑이 사랑을 깨워 자연스럽게 배어들고 표출되게 되지요. 이제는 어떤 인위적이고 가식적인 계산이 불필요하게 됩니다. 그쯤 되면 사랑을 배우기 위한 첫걸음 안내서에 시시콜콜 매달릴 일이 줄어듭니다. 이미 존재 안에 새겨졌으니 "잊지 않도록 ... 마음에서 떠나지 않게"(신명 4,9) 기억하면서 사랑을 살면 되니까요.

"주님 저에게 생명의 길 가르치시니 당신 얼굴 뵈오며 기쁨에 넘치리이다"(영성체송).

시편 저자는 사랑으로 율법을 완성한 이에게 펼쳐질 지복직관의 행복을 노래합니다. 주님께서 친히 가르치신 생명의 길은 주님의 말씀이고 또 그분의 삶입니다. 마음을 다해 이를 따라 걸은 이는 사랑 안에 완성되어 하느님의 얼굴을 마주 뵈올 것입니다. 기쁨에 넘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그 길 안에 있는 도반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