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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사순 제 3주일 / 오상선 신부님 ~

사순 제3주일 (탈출 17,2)(로마5,1-2.5-8)(요한 4,5-42)

 

 

제1독서:우리가 마실 물을 내놓으시오(탈출 17,2)
  ▥ 탈출기의 말씀입니다. 17,3-7
그 무렵 백성은 3 목이 말라, 모세에게 불평하며 말하였다.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데리고 올라왔소? 우리와 우리 자식들과 가축들을 목말라 죽게 하려고 그랬소?” 4 모세가 주님께 부르짖었다. “이 백성에게 제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이제 조금만 있으면 저에게 돌을 던질 것 같습니다.”
5 그러자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이스라엘의 원로들 가운데 몇 사람을 데리고 백성보다 앞서 나아가거라. 나일 강을 친 너의 지팡이를 손에 잡고 가거라. 6 이제 내가 저기 호렙의 바위 위에서 네 앞에 서 있겠다. 네가 그 바위를 치면 그곳에서 물이 터져 나와, 백성이 그것을 마시게 될 것이다.”
모세는 이스라엘의 원로들이 보는 앞에서 그대로 하였다. 7 그는 이스라엘 자손들이 시비하였다 해서, 그리고 그들이 “주님께서 우리 가운데에 계시는가, 계시지 않는가?” 하면서 주님을 시험하였다 해서, 그곳의 이름을 마싸와 므리바라 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우리가 받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부어졌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 5,1-2.5-8
형제 여러분, 1 믿음으로 의롭게 된 우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과 더불어 평화를 누립니다. 2 믿음 덕분에,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가 서 있는 이 은총 속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리라는 희망을 자랑으로 여깁니다.
5 그리고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어졌기 때문입니다. 6 우리가 아직 나약하던 시절, 그리스도께서는 정해진 때에 불경한 자들을 위하여 돌아가셨습니다. 7 의로운 이를 위해서라도 죽을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혹시 착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누가 죽겠다고 나설지도 모릅니다. 8 그런데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심으로써, 하느님께서는 우리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증명해 주셨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아오르는 영원한 생명의 샘물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4,5-42<또는 4,5-15.19ㄴ-26.39ㄱ.40-42>
짧은 독서를 할 때에는 < > 부분을 생략한다.
그때에 5 예수님께서는 야곱이 자기 아들 요셉에게 준 땅에서 가까운 시카르라는 사마리아의 한 고을에 이르셨다. 6 그곳에는 야곱의 우물이 있었다. 길을 걷느라 지치신 예수님께서는 그 우물가에 앉으셨다. 때는 정오 무렵이었다.
7 마침 사마리아 여자 하나가 물을 길으러 왔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 하고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8 제자들은 먹을 것을 사러 고을에 가 있었다.
9 사마리아 여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선생님은 어떻게 유다 사람이시면서 사마리아 여자인 저에게 마실 물을 청하십니까?” 사실 유다인들은 사마리아인들과 상종하지 않았다.
10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대답하셨다. “네가 하느님의 선물을 알고 또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 하고 너에게 말하는 이가 누구인지 알았더라면, 오히려 네가 그에게 청하고 그는 너에게 생수를 주었을 것이다.”
11 그러자 그 여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선생님, 두레박도 가지고 계시지 않고 우물도 깊은데, 어디에서 그 생수를 마련하시렵니까? 12 선생님이 저희 조상 야곱보다 더 훌륭한 분이시라는 말씀입니까? 그분께서 저희에게 이 우물을 주셨습니다. 그분은 물론 그분의 자녀들과 가축들도 이 우물물을 마셨습니다.”
13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이르셨다. “이 물을 마시는 자는 누구나 다시 목마를 것이다. 14 그러나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
15 그러자 그 여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선생님, 그 물을 저에게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목마르지도 않고, 또 물을 길으러 이리 나오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16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가서 네 남편을 불러 이리 함께 오너라.” 하고 말씀하셨다.
17 그 여자가 “저는 남편이 없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는 남편이 없습니다.’ 한 것은 맞는 말이다.
18 너는 남편이 다섯이나 있었지만 지금 함께 사는 남자도 남편이 아니니, 너는 바른대로 말하였다.”
19 여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선생님, 이제 보니 선생님은 예언자시군요. 20 저희 조상들은 이 산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선생님네는 예배를 드려야 하는 곳이 예루살렘에 있다고 말합니다.”
21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아, 내 말을 믿어라. 너희가 이 산도 아니고 예루살렘도 아닌 곳에서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 22 너희는 알지도 못하는 분께 예배를 드리지만, 우리는 우리가 아는 분께 예배를 드린다. 구원은 유다인들에게서 오기 때문이다. 23 그러나 진실한 예배자들이 영과 진리 안에서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사실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예배를 드리는 이들을 찾으신다. 24 하느님은 영이시다. 그러므로 그분께 예배를 드리는 이는 영과 진리 안에서 예배를 드려야 한다.”
25 그 여자가 예수님께, “저는 그리스도라고도 하는 메시아께서 오신다는 것을 압니다. 그분께서 오시면 우리에게 모든 것을 알려 주시겠지요.” 하였다. 26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너와 말하고 있는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
<27 바로 그때에 제자들이 돌아와 예수님께서 여자와 이야기하시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러나 아무도 “무엇을 찾고 계십니까?”, 또는 “저 여자와 무슨 이야기를 하십니까?” 하고 묻지 않았다. 28 그 여자는 물동이를 버려두고 고을로 가서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29 “제가 한 일을 모두 알아맞힌 사람이 있습니다. 와서 보십시오. 그분이 그리스도가 아니실까요?” 30 그리하여 그들이 고을에서 나와 예수님께 모여 왔다. 31 그러는 동안 제자들은 예수님께 “스승님, 잡수십시오.” 하고 권하였다.
32 그러나 예수님께서 “나에게는 너희가 모르는 먹을 양식이 있다.” 하시자, 33 제자들은 서로 “누가 스승님께 잡수실 것을 갖다 드리기라도 하였다는 말인가?” 하고 말하였다.
34 예수님께서 다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양식은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실천하고, 그분의 일을 완수하는 것이다. 35 너희는 ‘아직도 넉 달이 지나야 수확 때가 온다.’ 하고 말하지 않느냐? 자,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눈을 들어 저 밭들을 보아라. 곡식이 다 익어 수확 때가 되었다. 이미 36 수확하는 이가 삯을 받고, 영원한 생명에 들어갈 알곡을 거두어들이고 있다. 그리하여 씨 뿌리는 이도 수확하는 이와 함께 기뻐하게 되었다. 37 과연 ‘씨 뿌리는 이가 다르고 수확하는 이가 다르다.’는 말이 옳다. 38 나는 너희가 애쓰지 않은 것을 수확하라고 너희를 보냈다. 사실 수고는 다른 이들이 하였는데, 너희가 그 수고의 열매를 거두는 것이다.”>
39 그 고을에 사는 많은 사마리아인들이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 <그 여자가 “저분은 제가 한 일을 모두 알아맞혔습니다.” 하고 증언하는 말을 하였기 때문이다.> 40 이 사마리아인들이 예수님께 와서 자기들과 함께 머무르시기를 청하자, 그분께서는 거기에서 이틀을 머무르셨다. 41 그리하여 더 많은 사람이 그분의 말씀을 듣고 믿게 되었다. 42 그들이 그 여자에게 말하였다. “우리가 믿는 것은 이제 당신이 한 말 때문이 아니오. 우리가 직접 듣고 이분께서 참으로 세상의 구원자이심을 알게 되었소.”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 미사의 말씀은 우리에게 '갈망'에 대해 던지십니다

제1독서에서는 목마름의 아우성이 들립니다.

"목말라 죽게 하려고 그랬소?"(탈출 17,6)

광야 한복판에서 물을 얻을 수 없자 이스라엘 백성이 모세에게 불평합니다. 목마름에 지친 그들은 "주님께서 우리 가운데에 계시는가 계시지 않는가?"(탈출 17,7) 하며 자기들을 이끌어내신 하느님을 의심합니다. 영성생활에서 겪는 갈증 역시 많은 경우 하느님의 부재처럼 다가오지요.

"이제 내가 저기 호렙의 바위 위에서 네 앞에 서 있겠다. 네가 그 바위를 치면 그곳에서 물이 터져 나와 백성이 그것을 마시게 될 것이다"(탈출 17,6).

주님께서 목마름이 극에 달한 그 자리에 당신이 계시겠다고 하십니다. 사실 영적인 갈증과 허기는 그만큼 하느님을 갈망하고 갈구하는 마음에서 나옵니다. 그러니 영적 목마름이야말로 주님 현존의 증거입니다. 아직 불완전한 우리 영혼에게 하느님은 마실수록 더 갈증이 나는 바닷물 같고, 보아도 보아도 더 보고 싶은 절경과도 같으십니다. 구분과 온전한 일치에 도달할 때까지 그럴 겁니다.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요한 4,9).

한낮 뙤약볕 아래서 걷다 지치신 예수님께서 먼저 물을 청하십니다. 그분은 우리와 같은 육신을 지니셨기에 목마름도 우리와 같이 느끼십니다.

"어떻게 유다 사람이시면서 저에게...?"(요한 4,9)
"어디에서 그 생수를 마련하시렵니까?"(요한 4,11)

우물가에 나온 사마리아 여자의 반응이 그리 곱지 않습니다. 자의건 타의건 남의 이목이나 인습에 매이지 않고 나름 자유롭게 살았을 법한 사람인데도, 목마르다는 사람에게 선뜻 물 한 바가지 길어 건네기보다 신분, 소속, 자격, 수단, 장소 등등
이것 저것 따지는 걸 보니 의외로 틀이 많은 사람같이 보입니다.

"진실한 예배자들이 영과 진리 안에서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요한 4,23).

사마리아와 유다는 왕조의 정통성을 뒷받침하는 성소를 각각 달리합니다(1열왕 12,20-33 참조). 게다가 사마리아를 멸망시킨 아시리아의 이민과 혼혈정책 탓에, 순혈주의를 자랑하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사마리아는 상종 못한 이방인에 불과했지요.

이 편협한 분리의 틀을 예수님께서 깨뜨리십니다. "이 산도 아니고 예루살렘도 아닌 곳에서"(요한 4,21) 진정한 예배가 이루어질 것이라 하십니다. 장소나 신분에 매이지 않고 오직 영과 진리 안에서 아버지를 향하고 일치하는 사랑의 제사를 의미합니다. 영과 진리 안에서 아버지와 관계 맺고 살아가는 이는 그분을 장소나 신분, 제도나 이념의 틀로 가둬두지 않습니다.

"내 양식은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실천하고 그분의 일을 완수하는 것이다"(요한 4,34).

예수님께서 고착된 틀을 하나 더 깨뜨리십니다. 당장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만이 아니라 진정으로 생명을 유지시키는 양식이 따로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육신의 생명을 유지하는 물리적 양식을 부정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과의 관계가 생명을 유지하는 진정한 양식임을 일러주시는 겁니다. 아버지의 뜻과 그분의 일은 예수님께서 모든 걸 바쳐 추구하신 사명이지요. 규정보다 영과 진리가, 의무보다 사랑이 움직인 결과입니다.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우리의 평화가 어디서 기인하는지 밝힙니다.

"믿음으로 의롭게 된 우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과 더불어 평화를 누립니다"(로마 5,1).

하느님과 더불어!
평화는 하느님 현존의 분위기입니다. 주변에서 쉽게 보듯이, 세상 물질과 권력에 목말라하며 질주하는 이들에게는 평화가 없지만, 하느님과 그분 말씀을 갈망하는 이들에게는 평화가 깃듭니다. 갈망함으로써 이미 그분을 차지했기 때문이지요.

사랑하는 벗님! 목이 마르다면 주님께서 곁에 계시다는 증거이니 기뻐합시다. 허기가 진다면 주님의 뜻을 실천하고 싶다는 뜻이니 또 기뻐합시다. 우리는 "물이 솟는 샘"(요한 4,14)과 "(세상이) 모르는 양식"(요한 4,32)을 소유한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