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14일 목요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
복음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3,13-17
그때에 예수님께서 니코데모에게 말씀하셨다.
13 “하늘에서 내려온 이, 곧 사람의 아들 말고는 하늘로 올라간 이가 없다.
14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
15 믿는 사람은 누구나 사람의 아들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16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17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십자가가 다가올 때마다 즉시 십자가상 예수님을 바라봅시다!
성 십자가 현양 축일에 십자가에 대해서 묵상해봅니다. 십자가라는 것, 생각할수록 묘하고 신비스런 그 무엇입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존재 자체가 무거운 십자가의 연속인 분들이 있습니다. 하루하루 주어진 삶 자체가 힘겨운 십자가인 분들도 계십니다.
십자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제각각입니다. 어떤 사람은 마치 성냥개비 두개를 교차시켜 만든 듯한 가벼운 십자가, 잠자리 날개처럼 초경량급 십자가가 살짝 주어졌음에도, 세상 끝난 것처럼 난리를 치고 괴로워합니다.
그런데 또 다른 사람은 감당하기 벅찬 천근만근 무게의 십자가를 매일 지고가면서도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기쁘게 살아갑니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아마도 십자가를 지고 가는 사람이 십자가에 어떤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가? 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산고를 겪고 있는 엄마는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이 하늘을 찌르는 것처럼 극심하지만, 잠시 후 태어날 새 생명을 생각하며 기꺼이 견뎌냅니다.
선두에서 단독 질주 중인 마라톤 대회 우승 후보자는 40킬로 미터 지점쯤에서 느끼는 육체적인 고통이 엄청납니다. 그러나 잠시 후 결승선에서 누리게 될 영예와 성취감을 생각하며 기쁘게 달려갑니다.
우리 모두 불완전한 인간 존재로서 불완전한 이 세상 안에 살아가다보면, 어쩔 수 없이 이런저런 다양한 무게의 십자가를 지고 갑니다. 십자가 하나를 잘 극복했다 생각하면, 어느새 또 다른 십자가가 등장합니다.
어떤 사람의 어깨 위에는 별의별 유형의 십자가가 셀수도 없을 정도로 많이 얹혀 있어서 제대로 걸어갈 수 없을 정도입니다.
결국 우리에게 주어지는 평생의 과제는 숙명과도 같은 십자가를 평생 친구처럼 생각하는 것입니다. 무겁다, 괴롭다, 여기며 도피하지 말고, 이왕 지고 갈 십자가 큰마음으로 지고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일 한 가지! 매일 우리에게 다가오는 십자가를 인간적인 눈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영적인 눈으로, 주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입니다.
결국 매일의 십자가에 대한 지속적인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일입니다. 부단히 십자가의 신비를 묵상하는 일입니다. 세상 울적하고 괴로운 얼굴이 아니라 기쁘고 행복한 얼굴로 십자가를 지는 일입니다.
우리 가톨릭에서는 십자가를 절대로 나쁘게 보지 않습니다. 성당에 오면 십자가를 말끔히 없애준다고 외치지도 않습니다. 대신 십자가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라고 강조합니다.
십자가를 지고 있는 우리에게 더 큰 십자가를 지고 계시는 예수님을 바라보게 합니다. 바로 그 십자가에서 위로받게 하고 힘을 얻게 합니다.
오늘 우리의 작은 십자가들에 반드시 의미가 있음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십자가가 다가올 때마다 즉시 예수님을 바라봐야겠습니다. 십자가를 잘 지고 갈 때, 십자가 그 너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부활의 영광을 끝까지 희망하며 그렇게 살아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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