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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호(프란치스코) OFM

~ 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사제 기념일 - 말씀의 씨로 열매맺는 과정 / 기경호 신부님 ~

연중 24주 토요일/ 루카 8,4-15


복음
<좋은 땅에 떨어진 것은, 말씀을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들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8,4-15
그때에 4 많은 군중이 모이고 또 각 고을에서 온 사람들이 다가오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비유로 말씀하셨다.
5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그가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은 길에 떨어져 발에 짓밟히기도 하고
하늘의 새들이 먹어 버리기도 하였다.
6 어떤 것은 바위에 떨어져,
싹이 자라기는 하였지만 물기가 없어 말라 버렸다.
7 또 어떤 것은 가시덤불 한가운데로 떨어졌는데,
가시덤불이 함께 자라면서 숨을 막아 버렸다.
8 그러나 어떤 것은 좋은 땅에 떨어져, 자라나서 백 배의 열매를 맺었다.”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고,
“들을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하고 외치셨다.
9 제자들이 예수님께 그 비유의 뜻을 묻자, 10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너희에게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아는 것이 허락되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비유로만 말하였으니,
‘저들이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고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11 그 비유의 뜻은 이러하다. 씨는 하느님의 말씀이다.
12 길에 떨어진 것들은, 말씀을 듣기는 하였지만
악마가 와서 그 말씀을 마음에서 앗아 가 버리기 때문에
믿지 못하여 구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13 바위에 떨어진 것들은, 들을 때에는 그 말씀을 기쁘게 받아들이지만
뿌리가 없어 한때는 믿다가 시련의 때가 오면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이다.
14 가시덤불에 떨어진 것은, 말씀을 듣기는 하였지만
살아가면서 인생의 걱정과 재물과 쾌락에 숨이 막혀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15 좋은 땅에 떨어진 것은,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들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백배의 열매를 맺었다.”(루카 8,8)
 


 
말씀의 씨로 열매를 맺어가는 과정


하느님을 찾아가고 참 나를 만나러 가는 길에서 말씀과의 만남은 가장 근원적인 힘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통하여 제자직의 기초인 말씀에 대한 공경심과 말씀의 내면화 과정에 대해 가르치십니다. 말씀을 받아들이는 탁월한 자리는 바로 마음자리이지요. 무엇을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각자의 영적인 삶의 질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이들은 하느님 나라에 관한 말씀을 듣기는 하지만 깨닫지 못합니다(8,9). 이들은 말씀을 들어도 이해하는데 소홀함으로써 내면화 하지 못하지요. 사탄은 이들이 말씀을 듣고 믿어 구원받지 못하도록 와서 그들의 마음자리에 뿌려진 말씀을 앗아 가 버립니다(8,12).

말씀을 들으면 기쁘게 받아들이지만 뿌리가 없어서 오래 가지 못하는 돌밭과 같은 마음을 지닌 이도 있습니다(8,13). 이들은 말씀이 뿌리내리지 못해서 시련과 박해의 때가 오면 떨어져 나갑니다. 가시덤불과 같은 이들은 마음자리에 세상 근심 걱정과 재물의 유혹, 무절제한 욕망과 탐욕으로 가득 차 있어 그것이 말씀의 숨을 막아 버려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8,14).

말씀을 잘 받아들여 내면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 복음은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함’, ‘인내’를 지닐 때 말씀이 뿌리내리고 풍성한 열매를 맺음을 가르칩니다(8,15). “좋은 땅에 뿌려졌다는 것은 착하고 갸륵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깨닫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성 프란치스코, 인준받지 않은 수도규칙 22,17).

말씀을 받아들여 풍성한 열매를 맺는 좋은 땅과 같은 마음자리를 지니려면 다음 네 단계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 단계는 들음(audients)입니다. 복음적 침묵 가운데서 온 존재와 인격을 다해 말씀을 듣는 것이지요. 그럼으로써 피조물의 소리와 형제자매들의 인격을 사랑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두 번째 단계는 깨달음(intelligunt)입니다. 이는 지식을 통하여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성령의 이끄심에 의한 영적 직관에 의해 알아차리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깨달음은 말씀을 깊은 묵상과 기도의 정신 안에서 문자 그대로 자신 앞에 두고 사랑으로 기다릴 때 가능해집니다.

세 번째 단계는 말씀을 간직하는(retinent) 것입니다. 여기서 간직함이란 자신이 의지나 지성적 판단에 의해 획득한 것을 계속해서 지니는 것이나 지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마음 밭에 하느님께서 뿌려주신 말씀의 씨가 자라나도록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을 지닌 채 되새기며 기다리는 것을 말합니다.

끝으로 “인내하면서”(in patientia) 말씀의 열매를 맺는 것(fructum afferunt)입니다. 우리 모두 말씀 앞에서 이런 네 단계에 집중하여 말씀과 깊은 인격적 관계를 맺고 내면화해야겠습니다. 우리가 가야할 영적 순례는 늘 말씀이 뿌리내려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좋은 마음자리를 마련하고, “무엇보다 주님이 요구하시는 일, 곧 주 하느님을 깨끗한 마음과 순수한 정신으로 섬기고, 사랑하며, 공경하고, 흠숭하여야”(25절) 할 것입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