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27일 연중 제29주간 금요일
제1독서
<누가 이 죽음에 빠진 몸에서 나를 구해 줄 수 있습니까?>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7,18-25ㄱ
형제 여러분,
18 내 안에, 곧 내 육 안에 선이 자리 잡고 있지 않음을 나는 압니다.
나에게 원의가 있기는 하지만 그 좋은 것을 하지는 못합니다.
19 선을 바라면서도 하지 못하고, 악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하고 맙니다.
20 그래서 내가 바라지 않는 것을 하면,
그 일을 하는 것은 더 이상 내가 아니라 내 안에 자리 잡은 죄입니다.
21 여기에서 나는 법칙을 발견합니다.
내가 좋은 것을 하기를 바라는데도 악이 바로 내 곁에 있다는 것입니다.
22 나의 내적 인간은 하느님의 법을 두고 기뻐합니다.
23 그러나 내 지체 안에는 다른 법이 있어
내 이성의 법과 대결하고 있음을 나는 봅니다.
그 다른 법이 나를 내 지체 안에 있는 죄의 법에 사로잡히게 합니다.
24 나는 과연 비참한 인간입니다.
누가 이 죽음에 빠진 몸에서 나를 구해 줄 수 있습니까?
25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를 구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자서전을 읽으며...
자서전에 목숨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럭저럭 잘 살았으면 모르겠지만, 결코 그렇지않은 사람들, 조용히 숨죽이고 살아도 부족할 사람들이 스스로의 삶을 자화자찬하고 미화하는 책을 낸다는 것, 얼마나 웃기는 일인지 모릅니다.
하늘처럼 여기고 섬겨야 할 백성을 총칼로 내리누른 학살자, 대대손손 길이 물려줘야 할 금수강산을 참혹하게 난도질한 파괴자, 나라를 십 년 이십 년 퇴보시키고 훼손시킨 역사의 범죄자들이 보란 듯이 자서전을 출간하고 기념 사인회를 하니,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그 자체로 또 다른 횡포요 죄악이 분명합니다.
그 잘난 자서전의 내용은 어찌 그리 판박이인지 모릅니다. 스스로를 구국의 영웅, 난세의 해결사로 소개합니다. 사실과는 무관한 자화자찬, 성공신화의 연속입니다. 몇 장 읽다가 시간 아깝다는 생각에 재활용 쓰레기통으로 던졌다가 생각을 바꿨습니다. 누군가가 읽다가 스트레스 받겠구나, 하는 생각에 소각로에 던졌습니다.
이런 면에서 초세기 교회의 대표 명 저자라고 할 수 있는 바오로 사도의 글은 분노를 유발시키는 자서전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그는 베드로 사도와 더불어 초기 교회 공동체의 최고 목자였습니다. 초대 교황 베드로 사도와 동급이었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남긴 수많은 집필에서 자화자찬은 단 한 줄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자서전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미화나 기고만장함은 눈을 씻고 살펴봐도 전무합니다.
반대로 바오로 사도의 글에서는 한없는 겸손이 돋보입니다. 자신이 체험했던 흑역사, 감추고 싶은 죄나 어둠, 부끄러움과 악습을 아무런 가감없이 우리에게 소개합니다.
오늘 우리가 봉독하는 첫 번째 독서인 로마서 말씀은 어찌 그리 제 마음을 잘 대변해주는지 깜짝 놀랄 지경입니다.
“형제 여러분, 내 안에, 곧 내 육안에 선이 자리 잡고 있지 않음을 나는 압니다. 나에게 원의가 있기는 하지만 그 좋은 것을 하지는 못합니다. 선을 바라면서도 하지 못하고, 악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합니다. 그래서 내가 바라지 않는 것을 하면, 그 일을 하는 것은 더 이상 내가 아니라 내 안에 자리 잡은 죄입니다.”
초세기 교회의 최고 목자요, 위대한 이방인들의 선교사였던 바오로 사도께서도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셨고, 그로 인해 내적 방황을 거듭하셨다는 말씀을 직접 당신 입을 통해서 들으니, 제 개인적으로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서한을 남기면서 바오로 사도는 자신의 업적이나 성공 스토리를 절대로 늘어놓지 않습니다. 그저 주님께서 베풀어주신 큰 자비와 은총에 초점을 맞춥니다.
또한 바오로 사도는 자신의 결핍이나 죄를 고백만 하지 않습니다. 한탄하고 괴로워하지만 않습니다. 시선을 들어 예수 그리스도께로 향합니다. 그분의 자비와 도움을 청합니다.
“나는 과연 비참한 인간입니다. 누가 이 죽음에 빠진 몸에서 나를 구해 줄 수 있습니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를 구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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