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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스테파노) 신부님 말씀 강

~ 연중 제 30주간 금요일 / 양승국 신부님 ~

2023년 11월 3일 연중 제30주간 금요일

 

복음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지면 안식일일지라도 끌어내지 않겠느냐?>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4,1-6
1 예수님께서 어느 안식일에
바리사이들의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의 집에 가시어
음식을 잡수실 때 일이다.
그들이 예수님을 지켜보고 있는데,
2 마침 그분 앞에 수종을 앓는 사람이 있었다.
3 예수님께서 율법 교사들과 바리사이들에게,
“안식일에 병을 고쳐 주는 것이 합당하냐, 합당하지 않으냐?” 하고 물으셨다.
4 그들은 잠자코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그의 손을 잡고 병을 고쳐서 돌려보내신 다음,
5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가운데 누가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지면
안식일일지라도 바로 끌어내지 않겠느냐?”
6 그들은 이 말씀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치유행위는 안식일 정신에 가장 합당한 일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평소 사이가 껄끄러웠던 바리사이들 가운데 한 지도자의 집에 식사 초대를 받아 가셨습니다.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식사란 마음 맞는 사람들 편한 사람들과 마주 앉아, 음식도 나누고 인생도 나누는 의미 있는 순간입니다.

 

그런데 평소 틈만 나면 적개심을 표출하고, 이를 갈면서 분노하고, 어떻게 해서든 꼬투리를 잡아 고발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던 바리사이들과 마주 앉아 식사한다는 것, 얼마나 곤혹스러운 일이었겠습니까?

 

저 같았으면 단칼에 바리사이의 식사 초대를 거절했을 것입니다. ‘내가 미쳤어? 그런 부담스러운 자리에 초대받게? 그 위선적인 인간들과 식사하다간 소화불량 생길 것이 100퍼센트인데...차라리 집에서 마음 편히 라면이나 하나 끓여먹고 말지!’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조금도 개의치 않고 바리사이의 초대에 응하셔서 식사도 하시고 포도주잔도 기울이셨습니다. 그런데 설상가상이라고 그 곤혹스러운 자리에 더 곤혹스러운 일이 한가지 발생합니다.

 

식사 중이신 예수님 바로 맞은 편에, 수종을 앓고 있는 사람 하나가 자리를 잡고, 예수님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치유를 청하는 간절한 눈빛이었을까요? 아니면 적개심으로 가득한 눈빛이었을까요?

 

아무튼 예수님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기 짝이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마도 바리사이들이 예수님을 꼼짝달싹 못하게 옭아매려고 데려다 놓은 미끼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날은 마침 안식일이기도 했습니다.

 

수종(水腫)이란 배가 산처럼 붓는 질환입니다. 신장의 이상으로 부종이 심해져서 올 수도 있고, 간암이 깊어지면서 올 수도 있는, 당시에는 회복 불능의 치명적인 질환이었습니다.

 

식사를 중단하신 예수님께서는 악의적인 바리사이들의 계략에 분노하지 않으시고, 명쾌하고도 기가 막힌 단 한 문장으로 길고 긴 안식일 논쟁에 종지부를 찍으십니다. 바리사이들의 말문을 닫아버리십니다.

 

"안식일에 병을 고쳐주는 것이 합당하냐, 합당하지 않으냐? 너희 가운데 누가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지면 안식일일지라도 바로 끌어내지 않겠느냐?“

 

안식일은 하느님을 경배하기 위해 쉬는 날이라는 의미도 지니지만, 해방과 파스카를 기념하는 의미도 지닙니다. 당시 안식일에 사람들은 이스라엘을 이집트로부터 구해내신 하느님의 놀라운 업적을 기념했습니다.

 

그렇다면 병으로부터 한 인간을 해방시키고, 죽음으로부터 생명으로 건너오게 하는 예수님의 치유행위는 안식일에 가장 합당한 일이 틀림없었던 것입니다. 치유행위야말로 안식일의 정신에 가장 잘 들어맞는 일이 분명했습니다.

 

이렇게 예수님의 공생활 전체는 우리 인간들을 모든 죄와 억압과 그릇된 오류에서 해방시키고 하느님 아버지께로 돌아서게 하기 위한 삶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