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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연중 제 34주간 화요일 / 오상선 신부님 ~

연중 제34주간 화요일 

 

​ 제1독서

<하느님께서 한 나라를 세우실 터인데, 그 나라는 영원히 멸망하지 않고 모든 나라를 멸망시킬 것입니다.>
▥ 다니엘 예언서의 말씀입니다. 2,31-45
그 무렵 다니엘이 네부카드네자르에게 말하였다.
31 “임금님, 임금님께서는 무엇인가를 보고 계셨습니다. 그것은 큰 상이었습니다. 그 거대하고 더없이 번쩍이는 상이 임금님 앞에 서 있었는데, 그 모습이 무시무시하였습니다.
32 그 상의 머리는 순금이고 가슴과 팔은 은이고 배와 넓적다리는 청동이며, 33 아랫다리는 쇠이고, 발은 일부는 쇠로, 일부는 진흙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34 임금님께서 그것을 보고 계실 때,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는데 돌 하나가 떨어져 나와, 쇠와 진흙으로 된 그 상의 발을 쳐서 부수어 버렸습니다.
35 그러자 쇠, 진흙, 청동, 은, 금이 다 부서져서, 여름 타작마당의 겨처럼 되어 바람에 날려가 버리니,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상을 친 돌은 거대한 산이 되어 온 세상을 채웠습니다.
36 이것이 그 꿈입니다. 이제 그 뜻을 저희가 임금님께 아뢰겠습니다.
37 임금님, 임금님께서는 임금들의 임금이십니다. 하늘의 하느님께서 임금님께 나라와 권능과 권세와 영화를 주셨습니다. 38 또 사람과 들의 짐승과 하늘의 새를, 그들이 어디에서 살든 다 임금님 손에 넘기시어, 그들을 모두 다스리게 하셨습니다. 임금님께서 바로 그 금으로 된 머리이십니다.
39 임금님 다음에는 임금님보다 못한 다른 나라가 일어나겠습니다. 그다음에는 청동으로 된 셋째 나라가 온 세상을 다스리게 됩니다. 40 그러고 나서 쇠처럼 강건한 넷째 나라가 생겨날 것입니다. 쇠가 모든 것을 부수고 깨뜨리듯이, 그렇게 으깨 버리는 쇠처럼 그 나라는 앞의 모든 나라를 부수고 깨뜨릴 것입니다.
41 그런데 일부는 옹기장이의 진흙으로, 일부는 쇠로 된 발과 발가락들을 임금님께서 보셨듯이, 그것은 둘로 갈라진 나라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쇠와 옹기 진흙이 섞여 있는 것을 보셨듯이, 쇠의 강한 면은 남아 있겠습니다.
42 그 발가락들이 일부는 쇠로, 일부는 진흙으로 된 것처럼, 그 나라도 한쪽은 강하고 다른 쪽은 깨지기가 쉬울 것입니다.
43 임금님께서 쇠와 옹기 진흙이 섞여 있는 것을 보셨듯이 그들은 혼인으로 맺어지기는 하지만, 쇠가 진흙과 섞여 하나가 되지 못하는 것처럼 서로 결합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44 이 임금들의 시대에 하늘의 하느님께서 한 나라를 세우실 터인데, 그 나라는 영원히 멸망하지 않고 그 왕권이 다른 민족에게 넘어가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 나라는 앞의 모든 나라를 부수어 멸망시키고 영원히 서 있을 것입니다.
45 이는 아무도 돌을 떠내지 않았는데 돌 하나가 산에서 떨어져 나와, 쇠와 청동과 진흙과 은과 금을 부수는 것을 임금님께서 보신 것과 같습니다. 위대하신 하느님께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임금님께 알려 주신 것입니다. 꿈은 확실하고 그 뜻은 틀림없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1,5-11
그때에 5 몇몇 사람이 성전을 두고, 그것이 아름다운 돌과 자원 예물로 꾸며졌다고 이야기하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6 “너희가 보고 있는 저것들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
7 그들이 예수님께 물었다. “스승님, 그러면 그런 일이 언제 일어나겠습니까? 또 그 일이 벌어지려고 할 때에 어떤 표징이 나타나겠습니까?”
8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너희는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내가 그리스도다.’, 또 ‘때가 가까웠다.’ 하고 말할 것이다. 그들 뒤를 따라가지 마라.
9 그리고 너희는 전쟁과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문을 듣더라도 무서워하지 마라. 그러한 일이 반드시 먼저 벌어지겠지만 그것이 바로 끝은 아니다.”
10 이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민족과 민족이 맞서 일어나고 나라와 나라가 맞서 일어나며, 11 큰 지진이 발생하고 곳곳에 기근과 전염병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무서운 일들과 큰 표징들이 일어날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 미사의 말씀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대조적으로 보여 주십니다.

"그 상의 머리는 순금이고 가슴과 팔은 은이고 배와 넓적다리는 청동이며, 아랫다리는 쇠이고, 발은 일부는 쇠로, 일부는 진흙으로 되어 있었습니다."(다니 2,31)

다니엘이 네부카드네자르 임금 앞에 불려나와 꿈을 풀이합니다. 임금의 꿈 속에 등장한 순금, 은, 청동, 쇠, 진흙으로 된 거대한 상은 앞으로 올 나라들을 상징하지요. 바빌론에 이어 세상의 패권은 페르시아, 그리스를 비롯한 헬레니즘 세계, 그리고 로마 제국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스라엘은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하느님 백성의 정체성에 극심한 도전을 받으며 식민지의 현실을 살아갈 것입니다.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는데 돌 하나가 떨어져 나와, 쇠와 진흙으로 된 그 상의 발을 쳐서 부수어 버렸습니다. 그러자 쇠, 진흙, 청동, 은, 금이 다 부서져서, ...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상을 친 돌이 거대한 산이 되어 온 세상을 채웠습니다."(다니 2,34-35)

그런데 어디선가 돌이 날아와서 이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상을 부수어 버립니다. 거듭 출현한 악의 세력들이 잠시 세상을 뒤흔들며 한분이신 하느님과 그분 백성에게 대적하더라도 결국 그들에게 남김없는 심판이 예고됩니다.

"하늘의 하느님께서 한 나라를 세우실 터인데, 그 나라는 영원히 멸망하지 않고 ... 영원히 서 있을 것입니다."(다니 2,44)

인간적 감각으로는 그 돌이 어디서 왔는지 근원을 알 수 없지만, 모든 악의 세력을 부수고 거대한 산이 되어 온 세상을 채웁니다. 하늘의 하느님께서 세우시는 영원한 나라입니다. 인간의 욕망과 폭력이 세운 권력은 힘없이 무너져 사라지지만 하느님의 나라는 영원합니다.

"너희가 보고 있는 저것들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루카 21,6)

복음에서 사람들이 예루살렘 성전의 아름다움과 위용에 감탄하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실제로 기원후 70년에 예루살렘 성전은 침략자 로마 제국의 군대에 의해 불타고 허물어졌지요.

하느님은 변치 않는 분이시지만 그분을 모신 성전은 이스라엘 백성의 흥망성쇠에 따라 심한 부침을 겪습니다. 아무리 외형을 아름답게 꾸민들 성전을 지탱하는 백성의 신앙의 뿌리가 부실해지면 언제든 하느님 현존을 잃기 마련이지요.

"무서워하지 마라. 그러한 일이 반드시 먼저 벌어지겠지만 그것이 바로 끝은 아니다."(루카 21,9)

민족과 민족, 나라와 나라 사이의 전쟁이나 반란은 사람 사이의 일입니다. 사람들이 서로 죽이고 무너뜨리고 빼앗고 짓밟으며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역사를 창출해 나갑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이 말씀은 사실 간담을 더 서늘해지게 만듭니다. 그것이 끝이 아니라 더한 무엇이 온다는 뜻이니까요. 실제로 지진이나 기근, 전염병, 하늘의 무서운 일들, 큰 표징 등은 인간이 벌일 수 있는 비극의 한계치를 넘어섭니다. 일단 벌어지만 강자든 약자든, 선인이든 악인이든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는, 인간의 통제 영역 밖의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그 날은 영원히 서 있을 하느님의 나라로 이어지는 날이 될 것입니다. 제1독서의 예고에서처럼 한치 앞도 모르고 오만하게 구는 각종 악의 각축장이었던 세상이 하느님께서 보내신 어떤 힘에 의해 새로운 역사를 맞이하는 날이지요.

그날이 누군가에게는 내내 기다려온 사람의 아들을 맞이하는 날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끝까지 두려워 피하고픈 세상 종말의 날이 될 겁니다. 세상 모든 이에게 차별없이 선물로 주어진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모습이 쌓여 그 날을 맞이하는 준비가 될 겁니다.

"너는 죽을 때까지 충실하여라."(복음 환호송)

이는 한 치 앞도 모르면서 두려움과 근심으로 종종대는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당장 눈앞에 악이 득세하고 어둠이 장악한 듯 보여도, 우리는 그 모두를 부수시고 당신 나라를 건설하실 주님께 대한 믿음과 희망을 충실히 지켜나가야 합니다.

사랑하는 벗님! 우리 약함을 아시는 주님께서 '무서워하지 말라'고 하시니 고개 들어 하늘을 바라며 영원을 희망합시다. 그때가 언제 어떻게 오더라도 우리에게는 반드시 구원의 날이 될 것이니까요. 아멘.

 

▶ 작은형제회 오 상선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