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 학자 기념일 / 오상선 신부님 ~

 대림 제2주간 목요일 

(백) 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 학자 기념일

 

제1독서

<나는 이스라엘의 거룩한 분, 너의 구원자이다.>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41,13-20
나 주님이 너의 하느님, 내가 네 오른손을 붙잡아 주고 있다.

나는 너에게 말한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를 도와주리라.”
14 두려워하지 마라, 벌레 같은 야곱아
구더기 같은 이스라엘아! 내가 너를 도와주리라.
주님의 말씀이다.
이스라엘의 거룩한 분이 너의 구원자이다.
15 보라, 내가 너를 날카로운 타작기로, 날이 많은 새 타작기로 만들리니
너는 산들을 타작하여 잘게 바수고 언덕들을 지푸라기처럼 만들리라.
16 네가 그것들을 까부르면 바람이 쓸어 가고 폭풍이 그것들을 흩날려 버리리라.
그러나 너는 주님 안에서 기뻐 뛰놀고
이스라엘의 거룩한 분 안에서 자랑스러워하리라.
17 가련한 이들과 가난한 이들이 물을 찾지만
물이 없어 갈증으로 그들의 혀가 탄다.
나 주님이 그들에게 응답하고
나 이스라엘의 하느님이 그들을 버리지 않으리라.
18 나는 벌거숭이산들 위에 강물이,
골짜기들 가운데에 샘물이 솟아나게 하리라.
광야를 못으로, 메마른 땅을 수원지로 만들리라.
19 나는 광야에 향백나무와 아카시아, 도금양나무와 소나무를 갖다 놓고
사막에 방백나무와 사철가막살나무와 젓나무를 함께 심으리라.
20 이는 주님께서 그것을 손수 이루시고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분께서 그것을 창조하셨음을
모든 이가 보아 알고 살펴 깨닫게 하시려는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복음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1,11-15
그때에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11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하늘 나라에서는 가장 작은 이라도 그보다 더 크다.
12 세례자 요한 때부터 지금까지 하늘 나라는 폭행을 당하고 있다.
폭력을 쓰는 자들이 하늘 나라를 빼앗으려고 한다.
13 모든 예언서와 율법은 요한에 이르기까지 예언하였다.
14 너희가 그것을 받아들이고자 한다면,
요한이 바로 오기로 되어 있는 엘리야다.
15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 미사의 말씀들에서는 세례자 요한이 전면에 등장합니다.

세례자 요한은 어머니 엘리사벳의 태 안에 있을 때부터 기쁨과 즐거움으로 예수님을 증거했지요(루카 1,44 참조). 그런데 지금 요한은 감옥에 갇힌 상태에서 예수님에 대한 확신을 얻고자 제자들을 예수님께 보냈습니다(마태 11,2-3 참조). 예언자적 소명의 완성인 죽음이 임박했음을 느낀 것일까요? 세례자 요한은 자신이 하느님의 목소리가 되어 외친 바를 확인하고 싶어합니다.

"너희가 그것을 받아들이고자 한다면 요한이 바로 오기로 되어 있는 엘리야다"(마태 11,14).

예수님께서 요한의 물음에 답을 하신 뒤(마태 11,5-6), 이번에는 요한에 대해 증언하십니다. 그는 메시아보다 먼저 와서 그분의 길을 닦아놓기로 되어 있는 "엘리야"입니다(마태 17,10-13 참조).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마태 11,11).

그는 모든 인간을 통틀어 가장 큰 인물입니다. 광야에서 보여준 극기와 절제의 삶은 물론, 세상이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도록 이끈 통찰력과 지도력, 자신의 자리를 아는 겸손, 그리고 진리와 정의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순교의 영예 또한 예수님은 잘 아시지요.

세례자 요한은 "일찍이 주님의 가르침을 깨달은"(입당송 참조) 존재이며, 이사야 예언자가 묘사한 "날카롭고 날이 많은 새 타작기"(이사 41,15)입니다. 그 타작기는 주님의 길을 준비하기 위해 산들을 부수고 언덕들을 낮추며 허영에 찬 세상을 무너뜨리는 힘이지만, "주님 안에서 기뻐 뛰놀고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분 안에서 자랑스러워하는"(이사 41,16) 그분의 종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땅이 열려 구원자 예수님을 피어나게 하도록 하늘에서 내리는 이슬이고 구름이 뿌리는 의로움'입니다(복음 환호송 참조).

또한 그는 "현세에서 의롭고 경건하게 살며 복된 희망이 이루어지고 위대하신 하느님의 영광이 나타나기를 기다린"(영성체송) 모든 인류의 원형입니다.

"세례자 요한 때부터 지금까지 하늘 나라는 폭행을 당하고 있다. 폭력을 쓰는 자들이 하늘 나라를 빼앗으려고 한다"(마태 11,12).

세례자 요한은 하늘 나라의 도래와 메시아의 오심을 외쳤지만 오히려 하늘 나라와 메시아는 세상 힘에 의해 난폭히 다루어집니다.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예수 그리스도와 더불어 와 있는 하늘 나라가 세상의 눈으로 볼 때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까닭입니다.

세상이 섬기는 우상과는 다른 하느님, 세상이 좋아하는 약육강식의 논리와는 다른 질서, 세상을 충동질하는 쾌락, 탐욕과는 다른 가치에 이물감을 느끼는 세상은 하늘 나라를 자기네 구미에 맞게 재구성하고 편집하려 합니다. 하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시는 그날까지 폭행당하고 탈취의 위험을 겪으면서도 힘을 내어 나아가야 합니다.

하느님 백성에게 하늘 나라를 준비시킨 세례자 요한도, 작고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이들이 주인이 되는 하느님 나라를 열어 주신 예수님도 세상 힘에 의해 목숨을 잃을 터이지만, 그늘은 작은 씨앗에서 새들이 깃드는 나무처럼 무성히 번져가는 하늘 나라(마태 13,32 참조)를 어쩌지 못합니다. 바로 지금 여기서 미완적 상태로나마 하늘 나라를 살고 있는 우리가 그 명백한 증거이고 증인이지요.

"나 주님이 그들에게 응답하고 나 이스라엘의 하느님이 그들을 버리지 않으리라"(이사 41,17).

하느님의 이 마음이 우리에게 약속하신 하늘 나라를 지키는 힘입니다 그러니 세례자 요한과 함께 굳은 믿음으로 주님을 기다리는 대림 시기를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주님께서 우리의 오른손을 꼭 붙잡아 주고 계십니다!(마태 41,13 참조). 아멘.


▶ 작은형제회 오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