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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사순 제 3주간 금요일 / 오상선 신부님 ~

사순 제3주간 금요일

 

 

 

 

 

 

 

<예수님께서는 그가 슬기롭게 대답하는 것을 보시고 그에게,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 하고 이르셨다.> (마르 12:34)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모두 표독스럽고 나쁜 놈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간혹 괜찮은 사람도 있네요. 하긴 사울같은 사람도 회개하고 나니 그 누구보다 훌륭한 하느님 나라의 사도가 되었지요. 그러니 정치가들이나 공무원들도 함부러 싸잡아 비난해서는 안되겠어요. 그들의 회개를 위해 기도해 주어야겠어요.

그들이 회개하기만 하면, 오늘 회개한 율법학자처럼 예수님께로부터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 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주님께로부터 이런 칭찬을 받은 그가 부럽네요.

벗님은 하느님의 나라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고 느끼시는지요? 아님 천국은 요원하고 지옥과 연옥이 눈앞에서 아른거리나요?

언젠가 아주 열심한 교우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가훈(家訓)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첫째는 하느님, 둘째는 이웃, 셋째는 나.> 이 부부가 언제나 기쁨에 넘쳐 살아가시는 원동력이 바로 이것이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 사랑이 1번이고 이웃 사랑이 2번이고 나 자신 사랑이 3번이면, 분명 하느님 나라가 벗님 가까이에 있을 겁니다. 그 순서가 역전되면 하느님 나라는 그만큼 더 멀어져 보이겠지요.

오늘 그 율법학자는 이것을 깨달았을 뿐이지요. 그래서 이렇게 말합니다. "마음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그분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이 모든 번제물과 희생 제물보다 낫습니다."(마르 12,33) 벗님도 참으로 이 진리를 깨닫고 이미 이 지상에서 하느님 나라의 축복을 맛보시길 축원합니다. 그러면 주님께서 오늘 벗님에게도 이렇게 말씀하실 겁니다.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마르 12,34) 감축드립니다. ~^^

사랑하는 벗님 여러분, 인생여정도 그렇지만 영적여정도 '함께'와 '따로'(홀로)를 통해 성장하고 성숙합니다. 함께 해야 할 때가 있고 또 따로 홀로서기를 해야 할 때도 있답니다. 함께 할 때는 축복도 있지만 서로 참아주어야 하는 스트레스도 많습니다. '따로' 떨어져 봐야 그때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홀로서기는 함께할 때보다 편한 것 같아보이지만 사실 힘들고 외로운 투쟁의 길입니다. 그러나 결국 사람은 하느님 앞에 홀로서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 누구도 대신 서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홀로서기의 길을 꿋꿋이 갈 수 있는 것은 함께한 체험들이 밑바탕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나중에서야 서로에게 진정으로 깊이 감사할 날이 오게 될 것입니다.

오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우리 벗님 여러분에게 주님께서는 호세아 예언자를 통하여 이렇게 격려와 축복을 내려주십니다.

"이제 내가 ... 기꺼이 그들을 사랑해 주리라. 내가 그들에게 이슬이 되어 주리니 그들은 나리꽃처럼 피어나고 뿌리를 뻗으리라. 싹들이 돋아나 그 아름다움은 올리브 나무 같고 그 향기는 레바논의 향기 같으리라. 그들은 다시 내 그늘에서 살고 다시 곡식 농사를 지으리라. 그들은 포도나무처럼 무성하고 레바논의 포도주처럼 명성을 떨치리라."(호세 14,5-8)

주님께서 벗님들의 앞날을 그리되도록 해 주실 것입니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저희 손으로 만든 것을 보고 다시는 ′우리 하느님!′이라 말하지 않아야"(호세 14,4) 합니다. 하느님에게서 벗어나 죄악으로 비틀거리던 이스라엘에게 주님께서 친히 이렇게 말하면서 용서를 청하고 돌아오라고 호세아 예언자를 통해 일러 주십니다. 주님은 다른 민족의 신을 섬기며 불륜을 저지르던 이스라엘 백성이 스스로 '다른 신은 없다'고 고백하기를 원하십니다.

"너에게 다른 신이 있어서는 안 된다 ... 내가 주님 너의 하느님이다."(화답송) 유일하신 오직 한 분 하느님을 알아보지 못하는 어리석고 무딘 우리에게 그분 편에서 이토록 간절히 당신 존재를 알리십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 안에는 오직 한 하느님이 계시다는 진리에 모든 피조물의 눈이 열리고 영혼이 깨어나기를 바라시는 겁니다.

사랑하는 벗님 여러분, 이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면서 이것만은 명심합시다. 사람이나 능력이나 재산에 의지하지 말고, 하느님만 의지하고 앞으로 나아갑시다. 함께 한 우리의 인연이 홀로서기를 통해 더욱 성장하고 성숙하여 아름드리 큰 나무가 되어 풍성한 결실을 맺게 되길 서로를 위해 축복합시다. 아멘.

 작은형제회 오 바오로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