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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부활 제 7주간 월요일 / 이영근 신부님 ~

부활 제7주간 월요일. 이영근 아오스딩 신부님.

“너희가 내 안에서 평화를 얻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6,33)

 

 

 

오늘 예수님께서는 다락방에서의 <고별사>를 끝내면서, 우리에게 위대한 교훈을 남겨 주십니다. 그것은 우리의 ‘약함’에 대한 교훈입니다. 우리 믿음의 약함에 대한 교훈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이 고백합니다. “저희는~ 믿습니다.”(요한 16,30)

 

아마 이 고백은 정직한 고백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고백이 확실하다고 여겼을 것입니다. 우리도 흔히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강하지를 못합니다. 마치 베드로가 “내가 주님과 함께 죽을지언정 주님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지만, 금방 예수님을 부인해버렸듯이 말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믿음을 입으로 고백하는 데는 자신할지 모르지만, 믿음의 실제 행동인 ‘위탁’에 있어서는 약하기 짝이 없는 존재들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믿음이 약해질 때를 훤히 아십니다.

 

“이제는 너희가 믿느냐?

너희가 나를 혼자 두고 저마다 제 갈 곳으로 흩어질 때가 온다.”(요한 16,32)

 

 

 

그렇습니다. 제자들은 뿔뿔이 흩어질 것입니다. 좌절하고 절망할 것입니다. 의혹에 휩싸이고 혼동에 빠질 것입니다. 각자 제 갈 길로 가고 말 것입니다. 우리의 믿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우리의 믿음은 “약하고 더듬거리고 무지하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사실, 우리의 강함은 우리의 믿음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믿음의 대상이신 주님께 있을 뿐입니다. 주님께 대한 우리의 믿음이 아니라, 우리에 대한 주님의 믿음이 우리를 지탱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너희가 내 안에서 평화를 얻게 하려는 것이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요한 16,33)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평화를 남겨 주시기 위해서, 우리의 연약함을 먼저 말씀하십니다. 이 ‘평화’는 의혹과 좌절과 혼동에 빠지고, 흩어져 제 갈 길을 가버릴 제자들에게 주는 평화입니다.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기에 주시는 평화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평화’란, 바로 그러한 처지에서도, 그 어떤 곤란과 슬픔 속에서도 하느님께 신뢰하고 의탁하는 것입니다. ‘평화’란 갈등이나 시련이나 고통이 사라진 상태도, 분열이나 전쟁이 없는 상태, 혹은 그 어떤 낙담이 전혀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처지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를 신뢰하고 의탁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기에 ‘평화’는 믿음의 고백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믿음의 실제 행동인 ‘위탁’에서 옵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내 안에서 평화를 얻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6,33)

 

 

 

이는 평화가 “그분 안에서” 얻어지는 평화임을 말합니다. 곧 “그분 안에 머물 때” 얻어지는 평화이기 때문입입니다. 그러니, 입술로 하는 믿음의 고백이 아니라, 실제로 믿음의 행동으로 ‘그분 안에 살게 될 때’ 얻어지는 평화입니다. 곧 평화는 다른 그 어떤 것이나, 좋은 환경이나, 혹은 자기만족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분 안에서” 얻게 됩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승리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분께서 세상을 이기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2)

 

 

 

이제, 우리는 그분과 함께 세상을 이깁니다. 그분이 주신 평화로 세상을 이길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도 바오로의 말처럼, 우리는 “우리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존재”(필립 4,13)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

 

주님!

져줄 줄을 알게 하소서. 옳고도 져줄 줄을 알게 하소서

죄마저 뒤집어쓰고 져줄 줄을 알게 하소서. 지는 무능이 이기는 전능임을 알게 하소서.

마지못해서가 아니라,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에 져줄 줄을 알게 하소서. 사랑이 이기는 길임을 알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