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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호(프란치스코) OFM

~ 연중 제 7주간 토요일 / 기경호 신부님 ~

연중 7주간 토요일 (마르 10,13-16)

 

복음

<어린이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0,13-16
그때에 13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들을 쓰다듬어 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제자들이 사람들을 꾸짖었다.
14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보시고 언짢아하시며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냥 놓아두어라.
사실 하느님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15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어린이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
16 그러고 나서 어린이들을 끌어안으시고
그들에게 손을 얹어 축복해 주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어린이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마르 10,15)

 

 

순수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품는 행복한 사람들 ♣

 

예수님께서는 “어린이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10,15)라고 단호히 말씀하십니다. 영원 행복, 모두가 하느님의 선 안에 머물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 말씀입니다. 하나는 받아들임이요, 다른 하나는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오늘 복음의 말씀은 바로 하느님 나라가 가난한 사람들 차지며 굶주리는 이들이 배부르게 되고, 슬퍼하는 이들이 위로를 받으리라는 행복선언의 말씀과 맥을 같이 합니다. 이는 또한 사회적 약자들과 소외된 이들을 무조건 축복해주시는 하느님 자비의 나타남이며 희망의 말씀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께서 인간에서 거저 주시는 은총의 선물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조건은 ‘받아들임’에 있습니다. 하느님의 선과 자비, 진리와 정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스스로 자신을 불행과 어둠으로 내모는 자해행위와 같은 것입니다. 바리사이들과 유다 지도자들이 그랬습니다. 그러나 그런 모습은 우리에게서도 종종 드러나고, 사회 차원에서 보면 조직적이고 구조적인 악의 형태로 드러납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만을 취사선택하여 취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봅니다. 어떤 때는 영적 동기나 이유를 앞세워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 일을 하고 있을 때도 있지요. 하느님의 사람이 되고 진정 행복을 원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소유하려 할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올바른 태도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인간은 모든 것을 거저 주어지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어린이처럼 하느님 나라를 하느님의 선물로 받아들이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좋은 것만 받아들이고 싫은 것은 뿌리치는 마음으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느님을 믿고 사랑한다면 자기 기준에 따라 가르지 않고 ‘모든 것’을 주님께서 주시는 것으로 알아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런 이들에게 좋은 것만을 주실 것입니다(마태 7,11). 예수님께서는 어린이들의 순수한 수용, 겸손, 전적인 신뢰가 우리가 지녀야 할 신앙의 자세임을 강조하십니다.

당시 이스라엘의 풍속에 따르면 어린이는 순명과 무가치성을 뜻했습니다. 어린이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벌어먹지 않고 순진하게 주는 것을 받아먹는 것처럼 우리는 하느님 나라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시의 바리사이파 사람들처럼 율법 준수로 인한 인간의 공로나 선행으로 하느님 나라를 차지하려고 하면 바로 제자들과 같은 몰이해를 범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를 원하면서도 자신이 쌓은 지식과 지혜에 걸려 넘어지곤 합니다. 우리는 생활의 분주함과 욕망 때문에 우리의 마음은 돌같이 차디찬 마음이 되어 버렸고 하느님의 사랑이 자리할 틈이 없게 되어 버렸는지 모릅니다. 세상이 이해하지 못하는 하느님의 자비는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서 결정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이것이 우리 삶의 신비입니다.

오늘도 순수한 마음, 힘없고 보잘 것 없으며 가난한 가운데서도 자비하신 하느님께 자신의 모든 것을 겸손한 마음으로 송두리째 의탁하는 어린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주님을 품어 행복한 우리이길 기도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