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루카 9,51-56
복음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가시려고 마음을 굳히셨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9,51-56 51 하늘에 올라가실 때가 차자,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가시려고 마음을 굳히셨다. 52 그래서 당신에 앞서 심부름꾼들을 보내셨다. 그들은 예수님을 모실 준비를 하려고 길을 떠나 사마리아인들의 한 마을로 들어갔다. 53 그러나 사마리아인들은 예수님을 맞아들이지 않았다. 그분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54 야고보와 요한 제자가 그것을 보고, “주님, 저희가 하늘에서 불을 불러 내려 저들을 불살라 버리기를 원하십니까?” 하고 물었다. 55 예수님께서는 돌아서서 그들을 꾸짖으셨다. 56 그리하여 그들은 다른 마을로 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사랑과 너그러움으로 걷는 일상의 순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수난과 죽음이 기다리는 예루살렘으로 가시려고 마음을 굳히십니다. 그리고는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에 사마리아인들의 마을에 들어가려 했으나 거절당하십니다(9,52-53). 사마리아 사람들이 예수님을 맞아들이지 않은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기원전 721년 북이스라엘은 아시리아의 침공으로 멸망합니다. 이후 아시리아의 이주정책으로 사마리아 지역은 혼혈 지역이 되고 혼합종교를 신봉하는 이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러자 예루살렘 중심의 남쪽 지파 사람들은 그들을 민족의 순수성을 더럽힌 집단으로 여겨 상종하지도 않았습니다(요한 4,9). 그런데 사마리아인들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을 배척하고 차별하는 유다인들에 대한 미움이 생길 법도 했지요. 그들은 자기들만의 종교 예절을 가지게 되었고, 더구나 주님을 섬기는 장소도 예루살렘이 아닌 그리짐산으로 삼았습니다. 따라서 과월절에 예루살렘으로 가시려는 예수님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유대인들이 피해 다니던 사마리아 마을에 들어가려고 하신 것은 그런 그들의 처지를 헤아리셨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또한 그들이 집단적 이기주의와 배타심으로 예수님을 배척했으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구원의 대상에 포함시키신 것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배척하는 그들에게 재앙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합니다(9,54).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꾸짖으시고 그 어떤 원망과 불평도 없이 다른 마을로 발길을 돌리십니다(9,54-55). 예수님께서 그렇게 하신 까닭은 살을 취하시어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내려오심, 수난을 겪고 죽음을 통해 인간을 해방시키려고 오셨기 때문입니다.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자기 몫을 챙기려는 장사꾼의 길이 아니라, 우리를 소중히 여기시는 주님의 애타는 사랑의 발걸음입니다. 그 길은 정의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냉혹하게 응징하기 위한 길이 아니라 사랑으로 품고 헤아리는 길입니다. 마음을 헤아리고 그 사람의 처지를 헤아리며, 그 사람의 아픔과 영혼의 어둠과 상처를 헤아리는 천국을 향한 길이지요. 예루살렘을 향한 길은 모든 이를 품기 위한 길이며 모두가 행복하기를 희망하는 길입니다. 죄인도 이민족도, 나를 미워하고 배척하는 이들도, 불의를 저지르는 이들까지도, 내 안의 증오와 다른 이들의 분노까지도 품기 위한 길입니다. 모두가 하느님 안에서 새롭고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회개하기를 기다려주는 ‘기다림의 길’입니다. 예루살렘을 향한 순례길이 바로 그런 길이었기에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배척하는 사마리아인들이 겪어온 역사적 아픔과 유다인들과의 관계 안에서 그들이 입었던 상처와 어둠을 헤아리시고, 그들을 사랑으로 품으려 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거절당하자 그들 안에 사랑이 뿌리내릴 여백을 남겨두신 채 묵묵히 다른 마을로 가십니다. 우리의 나날의 삶이 바로 예루살렘을 향한 순례길입니다. 그 길은 안락한 길이 아니라 고난의 연속입니다. 살기 위해 몸부림쳐야 하고, 세상의 유혹에 맞서야 하며, 밉고 싫고 피하고 싶은 자신과 이웃의 얼굴을 맞대며 살아가야 하고, 때로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짐을 대신 지기도 하는 길이지요. 내 인생의 길목에서 예수님처럼 나도 나를 미워하고 배척하는 사람들, 사회에서 불의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사랑으로 품을 수 있을까요?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부모, 친구, 직장동료, 교회단체 구성원들의 아픔과 상처를 헤아려 본 적이 있나요? 나는 어떤 마음으로 인생길을 걷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좀 더 너그럽고, 좀 더 자비로운 마음으로 가족과 다른 이들을 대하도록 힘썼으면 좋겠습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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