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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베르나르도) 신부님 글

~ 연중 제 26주간 목요일 / 상지종 신부님 ~

연중 제26주간 목요일. 상지종 베르나르도 신부님.

<나는 가리라>

 

 

 

“주님께서는 …

몸소 가시려는 모든 고을과 고장으로

당신에 앞서 둘씩 보내시며”(루카 10,1)

 

 

나는 가리라

주님이 가라시니

주저하지 않고 나는 가리라

 

주님 뜻 새기고

주님 향기 머금고

주님 한발 뒤 제자로서

주님 옆의 벗으로서

주님 한발 앞서 사도로서

 

몸소 오실 주님

희미하게나마 드러내고픈

희망으로 나는 가리라

 

주님이 가라시기에

가야만 할 가고픈 길에

짝지어주신 고운 벗

누구든지 어디에서든지

섬김과 나눔으로 하나 되어

 

우리 품은 하느님나라

벗들에게 아낌없이 나누고자

기쁘게 나는 가리라

 

주님을 만나고픈

가난하고 작은 벗들

혹여 나로 말미암아

오히려 주님께로부터 멀어질까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몸과 마음 정갈하게 가다듬어

오직 주님만을 품고

겸손하게 나는 가리라

 

아픈 벗들 보듬어주고

갈라진 벗들 이어주고

빗나간 벗들 제자리 찾아주고

만나는 모든 벗들에게

사랑과 정의와 평화를 건네며

 

머물 때에 모든 것이 되어주되

떠날 때는 아쉬움 없이

자유로이 나는 가리라

 

한걸음 한걸음에

나는 작아지고 없어져

마침내 주님만이 남으시고

그렇게 주님만이 계심으로써

나 영원히 살게 되는 그 날을 향해

 

기쁨과 고통 보람과 허무

순간순간 연연하지 않으며

더디더라도 쉼 없이 나는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