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7주간 금요일. 이영근 아오스딩 신부님.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벙어리 마귀를 쫒아내심으로써, 당신의 권능을 드러내십니다. 이에 대한 유대인들은 세 가지로 반응합니다.
<첫째>는 예수님의 권능을 보고서 놀라워하는 이들이요, <둘째>는 예수님의 권위와 권능을 의심하고, 예수님을 대적하는 이들, 곧 예수님에게 “마귀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아낸다.”(루카 11,15)고 뒤집어씌우는 이들이요, <셋째>는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표징을 구하는 이들입니다. 그야말로, 요한복음사가의 말대로 그들은 “빛이 이 세상에 왔지만, 사람들은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하였던 것입니다.”(요한 3,19).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생각을 아시고 두 가지 논거로 반박하십니다. 첫째는 만일 예수님께서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아낸다고 한다면, 결국 베엘제불이 자신의 세력을 제거해버리는 것이기에 모순이요, 둘째로는 자신들의 아들들이 마귀를 쫓아내는 것 역시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아낸다는 것이기에 모순된다는 것입니다. 고로,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아낸다는 비방은 완전히 부정됩니다.
이제 예수님께서는 단지 그들의 비방과 모함에 대해 변호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서 그 일로 이루어진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십니다.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루카 11,20)
그러니 예수님께서 사탄을 쫒아낸 ‘자리’를 눈여겨보아야 할 일입니다. 사탄이 쫓겨난 자리에 ‘하느님 나라’가 와 있음을 말입니다. 그 자리에 예수님이 계심을 말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사탄이 더 세고 맹렬한 힘을 갖추고 떼로 몰려올 것입니다.
사실, 사람의 영혼은 임자(주인)가 있어야 하는 집과 같습니다. 만약, 집이 비어 있고 임자가 없으면, 마땅치 않는 자들이 침범해 들어와 살 것입니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집을 비우는 일이 아니라, 집을 빚으로 채우는 일인 것입니다. 만약 죄나 어둠을 비우고 깨끗해지고도, 그냥 그대로 있게 되면 그 자리는 즉시 또 다시 어둠이 찾아들게 되고 말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처럼 어둠과 악이 동료들을 데리고 떼거리로 몰려들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영혼의 집이 거룩함으로 채워져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혹 우리가 어둠으로 채워져 있지 않다하더라도 혹 빛으로도 채워져 있지도 않는지 보아야 할 일입니다. 사실, 어쩌면 우리는 어둠으로도 빛으로도 채워지지 않은 채, 자기 자신으로 가득 채워져 있고 자기 자신이 자기의 주인이 되어 있을 때가 많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거룩한 주인을 모셔야 할 일입니다. 거룩하신 분이 우리의 주인이 되고, 우리 영혼의 집이 ‘거룩한 분의 성전’이 되도록 해야 할 일입니다. 아니, 우리는 이미 그리스도를 주인으로 모시고 있는 그리스도의 감실임을 잊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루카 11,20)
주님!
제 안에는 당신 형상의 빈자리가 있습니다.
오로지 임자이신 당신만이 채울 수 있는 자리입니다.
당신께서 제 안에 계시오니, 당신의 나라를 드러내소서!
제 영혼이 당신의 성전이오니, 당신의 거룩함을 드러내소서! 아멘.
'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연중 제 27주간 토요일 / 정인준 신부님 ~ (0) | 2024.10.12 |
---|---|
~ 연중 제 27주간 금요일 / 예수고난회 김준수 신부님 ~ (0) | 2024.10.11 |
~ 연중 제 27주간 금요일 / 이수철 신부님 ~ (0) | 2024.10.11 |
~ 연중 제 27주간 금요일 / 조재형 신부님 ~ (0) | 2024.10.11 |
~ 연중 제 27주간 금요일 / 전삼용 신부님 ~ (0) | 2024.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