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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호(프란치스코) OFM

~ 연중 제 29주간 토요일 / 기경호 신부님 ~

 연중 29주 토요일 (루카 13,1-9)

 

복음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멸망할 것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3,1-9
1 그때에 어떤 사람들이 와서, 빌라도가 갈릴래아 사람들을 죽여
그들이 바치려던 제물을 피로 물들게 한 일을 예수님께 알렸다.
2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그 갈릴래아 사람들이 그러한 변을 당하였다고 해서
다른 모든 갈릴래아 사람보다 더 큰 죄인이라고 생각하느냐?
3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처럼 멸망할 것이다.
4 또 실로암에 있던 탑이 무너지면서 깔려 죽은 그 열여덟 사람,
너희는 그들이 예루살렘에 사는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큰 잘못을 하였다고 생각하느냐?
5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멸망할 것이다.”
6 예수님께서 이러한 비유를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자기 포도밭에 무화과나무 한 그루를 심어 놓았다.
그리고 나중에 가서 그 나무에 열매가 달렸나 하고 찾아보았지만
하나도 찾지 못하였다.
7 그래서 포도 재배인에게 일렀다.
‘보게, 내가 삼 년째 와서
이 무화과나무에 열매가 달렸나 하고 찾아보지만
하나도 찾지 못하네.
그러니 이것을 잘라 버리게. 땅만 버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8 그러자 포도 재배인이 그에게 대답하였다.
‘주인님, 이 나무를 올해만 그냥 두시지요.
그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서 거름을 주겠습니다.
9 그러면 내년에는 열매를 맺겠지요.
그러지 않으면 잘라 버리십시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멸망할 것이다.”(루카 13,3)

 

 사랑의 응답으로서의 회개

 

예수님께서는 공생활을 시작하시며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의 합당한 열매를 맺어라.”(마태 3,2. 8)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랑이신 하느님께 되돌아가는 회개는 우리의 영원 생명과 직결됩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온 인간은 대부분 생존의 몸부림 속에 점점 그분의 사랑과 순수함으로부터 멀어져갑니다. 따라서 먹고사는 일 이상으로 주님께 되돌아가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회개하지 않으면 빌라도에게 희생당한 갈릴래아 사람들이나 실로암 탑이 무너지면서 깔려 죽은 사람들처럼 멸망할 것이라고 하십니다(13,2-5). 불행을 죄의 결과로 보았던 유다인들과 바리사이들의 인과응보적 사고를 거부하면서 회개하지 않으면 그런 재난을 당할 수 있다고 하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포도원의 무화과나무를 비유로 회개할 것을 강조하십니다. 어떤 사람이 자기 포도밭에 무화과나무 한 그루를 다른 나무보다 좋은 땅에 심어 놓고(13,6), 열매를 맺기에 충분한 기간인 삼년 동안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돌보았는데도 그에 합당한 결실을 맺지 못했습니다.

포도원 주인은 재배인에게 그 나무를 잘라버리라고 합니다(13,7). 그러나 포도원 재배인은 주인에게 일 년만 더 기다려보고 그래도 열매를 맺지 못하면 그때 잘라 버리자고 청합니다(13,8-9).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나의 죄에도 불구하고 회개하도록 한없는 자비로 기다려주십니다. 그럼에도 회개하지 않는다면 제아무리 많은 것을 지녔다 해도 영혼의 파멸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성 프란치스코는 회개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악습과 죄를 일삼고 나쁜 욕정과 자기 육신의 나쁜 욕망들을 쫓아다니며, 주님께 약속한 것들을 지키지 않고, 육적인 욕망과 세속의 걱정과 현세 삶에 대한 근심에 빠져 세상을 육신적으로 섬기는 이들은”(1신자편지 2,3-6절) 소경이요 저주받은 자들이며, 쓰디쓴 죽음을 맞고 세상을 떠나게 되고 벌레들이 그들의 시체를 먹어 버릴 것이다(1신자 2,7.9.14.18).

회개란 자신을 주인으로 여기면서 육적인 것에 기우는 마음을 돌이켜 하느님을 삶의 중심에 모시고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입니다. 육적인 것에 마음을 쓴다 함은 하느님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들의 욕망에 따라서 사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 사람은 자기 것으로 가득 차 있기에 성령이 그 안에서 활동하실 수 없습니다. 영의 사람이 되려면 성령께서 내 안에서 자유롭게 활동하시도록 자신을 비우고 개방해야 합니다.

우리는 자주 죄를 지으면서도 그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오히려 남의 탓으로 여기기까지 합니다. 이제 우리의 잘못과 죄를 인내로이 참으시고 회개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베풀어 주시는 주님의 넓은 자비를 깨달을 수 있는 은총을 청해야겠습니다. 이 가을은 진정으로 현세의 명예와 재물과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애착을 버리고 주님께 돌아가기에 좋은 시절입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