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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호(프란치스코) OFM

~ 연중 제 30주간 화요일 / 기경호 신부님 ~

연중 30주 화요일/ 루카 13,18-21

 

복음

<겨자씨는 자라서 나무가 되었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3,18-21
그때에 18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하느님의 나라는 무엇과 같을까? 그것을 무엇에 비길까?
19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어떤 사람이 그것을 가져다가 자기 정원에 심었다.
그랬더니 자라서 나무가 되어 하늘의 새들이 그 가지에 깃들였다.”
20 예수님께서 다시 이르셨다.
“하느님의 나라를 무엇에 비길까? 21 그것은 누룩과 같다.
어떤 여자가 그것을 가져다가 밀가루 서 말 속에 집어넣었더니,
마침내 온통 부풀어 올랐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겨자씨는 자라서 나무가 되었다.”(루카 13,19)

 

 

사소한 것도 소중히 여기며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다가도 나와 무관하거나 강한 자극을 주지 않는 일은 무심하게 지나쳐버리곤 합니다. 평범한 일상사나 보잘것없어 보이는 사람들,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서조차 일시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만족하곤 합니다. 자신에 대해서도 가시적인 능력이나 성과를 내지 못하면 불만을 표출하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 비추어 이런 삶을 조명해봅시다. 예수님께서는 겨자씨와 누룩의 비유로 하느님 나라에 대해 가르치십니다. 좁쌀보다 작은 겨자씨가 1.5-3미터 크기의 큰 나무로 자라는 것과, 누룩이 백 명이 먹고도 남을 만큼의 많은 빵을 구울 수 있는 밀가루를 부풀리게 하는 이 엄청난 변화 안에 하느님 나라가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이 비유는 하느님 나라 곧, 하느님의 통치가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통해 이미 시작되었음을 말해줍니다. 그 작용이 지금은 비록 하찮아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더 작용하여 마침내 종말에는 엄청난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겨자씨와 누룩의 비유에서 다음 몇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먼저 하느님 나라는 그 어떤 것을 통해서도 하느님 뜻과 힘으로 변화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사는 이미 하느님 나라가 실현되고 있는 장이기에 평범한 일상의 흐름 속에서도 재창조를 하시는 하느님의 손길을 알아차려야 할 것입니다. 미세한 변화 속에 담긴 하느님과 그분의 힘을 알아보는 영의 눈을 지니도록 해야겠습니다.

다음으로 하느님 나라의 변화는 겨자씨가 썩어 없어지고, 누룩이 밀가루를 부풀리고 흔적없이 사라지는 과정 속에서 드러난다는 점입니다. 변화는 희생을 통해 이루어지고, 생명은 죽음에 이어지는 사랑의 연장선입니다. 우리의 삶도 하느님이 드러나도록 내가 죽어 사라지는 사랑의 과정이어야 할 것입니다. 나의 드러남이 아니라 사라짐을 통해 다른 이가 생명을 호흡하게 됨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끝으로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눈에 가치없어 보이고 사소한 것을 이용해서도 엄청난 선과 사랑을 이루시며, 그것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다는 사실입니다. 곧 하느님 나라는 우리의 사소한 일상, 나의 작은 생각, 하찮아 보이는 사람, 평범한 말과 행동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따라서 작고 하찮아 보이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해야겠습니다.

이제 우리의 시선을 안으로 모으며, 사소한 일상사와 하찮아 보이는 이들 안에 숨어있는 하느님의 씨앗을 발견하도록 해야겠습니다. 나 자신의 보잘것없어 보이는 현재, 가진 것없고 능력 없으며 기댈 곳 없는 상황에서도 주님께 시선을 고정합시다.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이 변화되고 희생함으로써 다른 이들의 누룩이 되는 삶을 살 수 있는 은혜를 구하여야 되겠습니다.

세상살이가 녹록치 않지만 그럼에도 작은 것을 통해서도 위대한 일을 이루시는 주님을 굳게 믿고 사랑 안에 기다리며 희망을 키워갔으면 합니다. 평범한 만남을 소중히 여기고, 흔한 일상사도 무심코 보아넘기지 않으며, 나와 관계없어 보이는 사람과 일조차도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고 친밀하게 대할 때 하느님 나라가 바로 거기에서 실현될 것입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