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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연중 제 34주간 목요일 / 오상선 신부님 ~

연중 제34주간 목요일


제1독서
<무너졌다, 대바빌론이!>
▥ 요한 묵시록의 말씀입니다. 18,1-2.21-23; 19,1-3.9ㄱㄴ
나 요한은 1 큰 권한을 가진 다른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는데,
그의 광채로 땅이 환해졌습니다.
2 그가 힘찬 소리로 외쳤습니다.
“무너졌다, 무너졌다, 대바빌론이! 바빌론이 마귀들의 거처가 되고
온갖 더러운 영들의 소굴, 온갖 더러운 새들의 소굴,
더럽고 미움받는 온갖 짐승들의 소굴이 되고 말았다.”
21 또 큰 능력을 지닌 한 천사가 맷돌처럼 큰 돌을 들어 바다에 던지며 말하였습니다.
“큰 도성 바빌론이 이처럼 세차게 던져질 터이니
다시는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22 수금 타는 이들과 노래 부르는 이들,
피리 부는 이들과 나팔 부는 이들의 소리가 다시는 네 안에서 들리지 않고
어떠한 기술을 가진 장인도 다시는 네 안에서 찾아볼 수 없으며
맷돌 소리도 다시는 네 안에서 들리지 않을 것이다.
23 등불의 빛도 다시는 네 안에서 비치지 않고
신랑과 신부의 목소리도 다시는 네 안에서 들리지 않을 것이다.
너의 상인들이 땅의 세력가였기 때문이며
모든 민족들이 너의 마술에 속아 넘어갔기 때문이다.”
19,1 그 뒤에 나는 하늘에 있는 많은 무리가 내는 큰 목소리 같은 것을 들었습니다.
“할렐루야! 구원과 영광과 권능은 우리 하느님의 것.
2 과연 그분의 심판은 참되고 의로우시다.
자기 불륜으로 땅을 파멸시킨 대탕녀를 심판하시고
그 손에 묻은 당신 종들의 피를 되갚아 주셨다.”
3 그들이 또 말하였습니다.
“할렐루야! 그 여자가 타는 연기가 영원무궁토록 올라간다.”
9 또 그 천사가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어린양의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이들은 행복하다.’고 기록하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예루살렘은 다른 민족들의 시대가 다 찰 때까지 그들에게 짓밟힐 것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1,20-2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0 “예루살렘이 적군에게 포위된 것을 보거든,
그곳이 황폐해질 때가 가까이 왔음을 알아라.
21 그때에 유다에 있는 이들은 산으로 달아나고,
예루살렘에 있는 이들은 거기에서 빠져나가라.
시골에 있는 이들은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지 마라.
22 그때가 바로 성경에 기록된 모든 말씀이 이루어지는 징벌의 날이기 때문이다.
23 불행하여라, 그 무렵에 임신한 여자들과 젖먹이가 딸린 여자들!
이 땅에 큰 재난이, 이 백성에게 진노가 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24 사람들은 칼날에 쓰러지고 포로가 되어 모든 민족들에게 끌려갈 것이다.
그리고 예루살렘은 다른 민족들의 시대가 다 찰 때까지
그들에게 짓밟힐 것이다.
25 그리고 해와 달과 별들에는 표징들이 나타나고,
땅에서는 바다와 거센 파도 소리에 자지러진 민족들이 공포에 휩싸일 것이다.
26 사람들은 세상에 닥쳐오는 것들에 대한 두려운 예감으로 까무러칠 것이다.
하늘의 세력들이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27 그때에 ‘사람의 아들이’권능과 큰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사람들이 볼 것이다.
28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 미사의 말씀 안에는 우리에게 들려 주시는 주님의 구원 약속이 들어 있습니다.

"산으로 달아나고 ... 거기에서 빠져나가라. ...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지 마라."(루카 21,21)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의 파괴를 예고하시며, 그 상황에서 제자들이 취해야 할 일들을 알려주십니다. 과거 역사 안에서 수차례 이민족에 의해 무너졌던 예루살렘은 실제로 기원후 70년경 로마군에 의해 다시 한 번 포위되고 점령될 것입니다.

역사적으로도 실제로 벌어질 상황이지만, 예수님께서 언급하신 "산"이나 "예루살렘"의 영적 의미를 간과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예루살렘은 인간의 재력과 기술과 제도로 쌓아올린 한낱 모래성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사람의 재간으로 지은 예루살렘은 무너지겠지만, 영원한 하느님의 도성은 건재합니다. 우리가 달아나야 할 "산"은 변치않는 하느님 현존의 장소를 의미하지요. 이 "산"이 곧 영원한 천상 예루살렘으로 이어질 것이고요.

마지막 날이 오기 전, 우리는 모든 인간적 욕망과 위선과 허세의 장소를 떠나야 합니다. 장소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내적 자세도 포함합니다. 아직 푹 잠겨 있다면 서둘러야 하고, 이미 거리를 두고 있다면 되돌아갈 생각을 아예 말아야 하지요. 우리가 달아나야 할 곳은 "산"입니다. 하느님께서 계신, 하느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는 곳으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두려운 예감으로 까무라칠 것이다. 하늘의 세력들이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루카 21,26)
예수님은 현실 안에서 벌어질 파괴 예고와 더불어 천재지변을 동반한 종말적 표징까지 덧붙이십니다. 이로써 언젠가 닥칠 그날이 결국 인간들의 일을 넘는 하느님의 계획임이 명백해집니다. "자지러짐, 공포, 두려움, 까무라침..." 종말의 현상 앞에서 인간이 겪게 될 심상이 그저 참혹할 뿐입니다.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이다."(루카 21,28)
심판의 그날, 주님은 우리에게 죽음이 아니라 속량을 이야기하십니다. 그날 우리가 서슬 퍼런 정의의 낫에 잘려 영원한 불로 떨어지리라 하시지 않고, 오히려 죄의 용서와 구원을 약속하시니, 대체 우리에 대한 주님의 믿음은 어디까지인 걸까요!

제1독서에서는 죄악의 거대하고 강력한 표상인 바빌론의 몰락을 예언합니다.

"무너졌다, 무너졌다, 대바빌론이!"(묵시 18,2)
바빌론은 거짓과 탐욕과 폭력을 성공으로 위장하여 우상화하고 선과 악의 경계를 흐리는 현세의 모습까지도 담고 있습니다. 바빌론은 내면의 숨은 악을 부추기고 응원하며, 수치로 감추어도 시원찮을 더러움과 부패를 당당히 주장하게 만들어 세상을 혼란에 빠트리니, 바빌론의 멸망이야말로 곧 하느님 정의의 실현입니다.

"과연 그분의 심판은 참되고 의로우시다."(묵시 19,2)
사람의 아들이 오시는 심판의 날, 바빌론으로 대변되는 악은 심판을 받고, 그로 인해 고통 받고 무죄하게 피를 흘린 모든 이들은 보상을 받을 것입니다. 인내로써 고통을 견디어낸 모든 선한 영혼들, 그리스도의 제자들, 예언자들과 순교자들 모두 주님의 얼굴을 뵙게 될 것입니다.

"어린양의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이들은 행복하다."(묵시 19,9)
천상 예루살렘은 이 혼인 잔치의 영광으로 찬란히 빛나며 기쁨으로 일렁일 것입니다. 방근 전까지 천체를 휩쓸었던 무시무시한 심판은 끝나고, 주님을 사랑하고 선을 행하며 믿음을 지킨 충실한 이들이 신랑이신 주님과 함께 혼인 잔치의 주인공이 되어 영원한 신부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파괴와 환란, 종말의 말씀들이 기쁨과 찬양을 노래하는 시편과 짝을 이루어 미사 안에 울려퍼지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주님을 믿고 사랑하는 우리에게 심판은 버림받고 내쳐지는 단죄의 순간이 아니라, 속량과 구원, 즉 영원한 혼인 잔치에 참여하는 행복의 초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 당장의 부족함과 불결함에 무너지지 말고 끝까지 주님의 자비에 의탁하며 나아갑시다. 구원을 꿈꾸며 희망으로 삶을 엮어가는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자,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고 구원의 축복을 받으십시오!



▶ 작은형제회 오 상선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