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 대림 제1주간 화요일 (루카10,21-24)/ 반영억 라파엘 신부
복음 <예수님께서 성령 안에서 즐거워하신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0,21-24 21 그때에 예수님께서 성령 안에서 즐거워하며 말씀하셨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22 “나의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나에게 넘겨주셨다. 그래서 아버지 외에는 아들이 누구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또 아들 외에는, 그리고 그가 아버지를 드러내 보여 주려는 사람 외에는 아버지께서 누구이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23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돌아서서 제자들에게 따로 이르셨다. “너희가 보는 것을 보는 눈은 행복하다. 24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많은 예언자와 임금이 너희가 보는 것을 보려고 하였지만 보지 못하였고, 너희가 듣는 것을 들으려고 하였지만 듣지 못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세상에는 볼 것도 많고 들어야 할 말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보고 싶은 것을 다 볼 수도 없고, 듣고 싶은 말을 다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개 사람들은 취향에 따라,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듣고 싶은 말을 듣게 됩니다. 같이 보거나 들어도 자기 시선으로 보고, 듣기 때문에 다양한 해석을 낳게 마련입니다. 기왕이면 꼭 볼 것을 보고 들어야 할 말을 꼭 듣게 되기를 바랍니다.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눈을 떠야 하고, 듣기 위해서는 귀가 열려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마음의 눈과 귀가 소중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지혜롭다는 사람들과 똑똑한 사람들이 아니라 철부지들이 먼저 알아보고 듣게 된다(루카10,22)는 사실을 말씀하셨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자기가 이미 무엇을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가르침을 줄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철부지들은 계산하지 않고 따지지 않으며 순수하게 받아들입니다. 셈이 빠른 사람들은 누가 무슨 얘기를 하면 그 안에 어떤 의도가 담겨 있는가를 신중히 생각하고 온갖 추측과 추정, 상상을 다 합니다. 철저히 자기중심입니다. 그러나 철부지는 잔머리를 굴리며 셈을 할 줄 모릅니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아는 것이 병이요, 모르는 게 약이다”라고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때때로 제자들에게만 따로 얘기하셨습니다. 제자들은 오로지 예수님만을 바라보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너희가 보는 것을 보는 눈은 행복하다…… 많은 예언자와 임금이 너희가 보는 것을 보려고 하였지만 보지 못하였고, 너희가 듣는 것을 들으려고 하였지만 듣지 못하였다”(루카10,23-24). 고 하셨습니다. ‘너희가 지금 보는 것’은 바로 예수님 당신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너희가 듣는 것’은 예수님의 말씀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제자들은 과연 지금 앞에 계신 예수님을 제대로 보고 또 그분의 말씀을 제대로 들었을까요? 혹 마음은 콩밭에 있지는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예수님의 육신만을 보고 예수님의 육성만 들었다면 참으로 불행합니다. 제자들도 자리다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꼭 볼 것을 보고 들어야 할 것을 들었다는 증거는 예수님의 마음을 읽고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함으로써 확인될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의 볼거리와 들을 거리에는 분주하면서도 주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데는 인색합니다. 주님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감실을 찾고 주님을 모실 수 있는 미사참례는 소홀히 합니다. 그러면서도 주님과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모순 속에 있습니다. 이 모순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늘은 마음의 문을 열고 주님을 바라보아야 하겠습니다. 귀를 쫑긋 세워 말씀을 들어야겠습니다. 볼 것을 보지 않는데, 눈이 좋으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귀가 밝으면 뭐 합니까? 들어야 할 것을 듣지 않는데… 제발 주님께 집중합시다. 요즘 세상의 현실을 보십시오. 많은 이들이 힘겨워하는데 여전히 자기주장만 하고 자기가 최고라고 고집을 피우는 이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 이들이 제발 백성을 위한다는 소리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믿는 이들만이라도 하느님 앞에 철부지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성령의 도움을 청합니다. 더 큰 사랑을 담아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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