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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성 요한 사도 복음 사가 축일 / 오상선 신부님 ~

 
12월 27일 성 요한 사도 복음사가 축일


제1독서
<우리가 보고 들은 것을 여러분에게도 선포합니다.>
▥ 요한 1서의 시작입니다.1,1-4
사랑하는 여러분, 1 처음부터 있어 온 것, 우리가 들은 것
우리 눈으로 본 것, 우리가 살펴보고 우리 손으로 만져 본 것,
이 생명의 말씀에 관하여 말하고자 합니다.
2 그 생명이 나타나셨습니다. 우리가 그 생명을 보고 증언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그 영원한 생명을 선포합니다.
영원한 생명은 아버지와 함께 계시다가 우리에게 나타나셨습니다.
3 우리가 보고 들은 것을 여러분에게도 선포합니다.
여러분도 우리와 친교를 나누게 하려는 것입니다.
우리의 친교는 아버지와 또 그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나누는 것입니다.
4 우리의 기쁨이 충만해지도록 이 글을 씁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다른 제자가 베드로보다 빨리 달려 무덤에 먼저 다다랐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0,2-8
주간 첫날, 마리아 막달레나는 2 시몬 베드로와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다른 제자에게 달려가서 말하였다.
“누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3 베드로와 다른 제자는 밖으로 나와 무덤으로 갔다.
4 두 사람이 함께 달렸는데,
다른 제자가 베드로보다 빨리 달려 무덤에 먼저 다다랐다.
5 그는 몸을 굽혀 아마포가 놓여 있는 것을 보기는 하였지만,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6 시몬 베드로가 뒤따라와서 무덤으로 들어가 아마포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7 예수님의 얼굴을 쌌던 수건은 아마포와 함께 놓여 있지 않고,
따로 한곳에 개켜져 있었다.
8 그제야 무덤에 먼저 다다른 다른 제자도 들어갔다. 그리고 보고 믿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성탄 축제 셋째 날인 오늘,
전례는 우리를 성탄의 기쁨 안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예수님 신비의 현장으로 종횡무진 끌고 갑니다.

"만찬 때 주님 품에 기대어 있던 요한, 천상 비밀을 계시받은 복된 사도, 생명의 말씀을 온 세상에 전파하였네"(입당송).

먼저 오늘 미사는 사도 요한에 대한 노래로 열립니다. 마지막 만찬 때 주님 가슴에 기대어 피 끓는 사랑의 소리와 열기를 고스란히 느꼈던 요한은 모든 제자들이 떠난 십자가 아래를 지킨 충성스럽고 용감한 제자입니다. 성모님을 예수님 대신 모신 선한 아들이고, 하느님께서 이루실 신비를 엿보고 기록한 묵시록의 저자입니다.

그런데 성탄 축제 중이면서도 오늘 복음은 빈 무덤을 이야기하네요!

"주간 첫날 마리아 막달레나는 시몬 베드로와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다른 제자에게 달려가서"(요한 20,2).

빈 무덤을 발견한 마리아가 두 제자에게 달려갑니다. 하나는 제자단의 맏형격인 베드로이고, 또 하나는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다른 제자"라고 불리는 오늘 축일의 주인공인 요한입니다. 오늘 제 눈에는 그들이 각자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보다 그들을 하나로 묶는 사랑이 보입니다.

빈 무덤 안에 완전한 비움으로 현존하시는 예수님, 예수님을 열렬히 사랑한 마리아 막달레나, 예수님에게서 하늘 나라의 열쇠를 받은 베드로, 그리고 그분의 사랑을 받은 요한! 오늘 복음 장면 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사랑의 고리로 단단히 엮인 이들입니다. 물론 두렵고 당혹스러운 순간이긴 합니다만 모두 안에 사랑이 지배하고 있지요.

제1독서인 요한의 첫째 편지에서 요한은 "친교"를 이야기합니다.

"여러분도 우리와 친교를 나누게 하려는 것입니다"(1요한 1,3).

과연 사랑의 사도답게 "친교"를 이야기합니다. 요한은 무엇보다도 성부 성자와 나누는 이 친교에 우리 모두를 초대하려 이 편지를 썼습니다.

"우리의 친교는 아버지와 또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나누는 것입니다"(1요한 1,3).

요한은 관계이신 성삼위 하느님을 감지합니다. 마주하고 함께하고 나누고 사랑하고 받고 내어 주고 섞이고 하나 되는 신비가 친교입니다. 친교 안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침투하고 받아들이며 너와 나의 구분이 모호할 정도로 서로에게 녹아들어 일치로 나아갑니다.

사도 요한의 축일에 예수님께서 거두절미 하시고 우리에게 이 말씀을 던지십니다. "나는 사도 요한을 특별히 사랑한단다. 너처럼..."

사랑의 사도를 기리며 우리도 쏟아지는 주님 사랑에 흠뻑 빠져봅시다. 사랑이신 성 삼위의 친교 안으로 들어가 하나로 어우러집시다. 이날은 특별히 사랑받았다는 누군가를 목 빼어 부러워하는 날이 아니라 그 사랑에 나를 던져 하나가 되는 날입니다. 주님의 친교 안에 들어가 사랑이 됩시다.

하느님, 당신은 사랑이십니다. 나도 사랑이고 너도 사랑, 우리 모두 사랑입니다.



작은형제회 오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