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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스테파노) 신부님 말씀 강

~ 주님 공현 대축일 후 금요일 / 양승국 신부님 ~

2025년 1월 10일 (백) 주님 공현 대축일 후 금요일

 

제1독서

<성령과 물과 피>
▥ 요한 1서의 말씀입니다.5,5-13
사랑하는 여러분, 5 세상을 이기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는 사람이 아닙니까?
6 그분께서 바로 물과 피를 통하여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물만이 아니라 물과 피로써 오신 것입니다.
이것을 증언하시는 분은 성령이십니다. 성령은 곧 진리이십니다.
7 그래서 증언하는 것이 셋입니다.
8 성령과 물과 피인데, 이 셋은 하나로 모아집니다.
9 우리가 사람들의 증언을 받아들인다면, 하느님의 증언은 더욱 중대하지 않습니까?
그것이 하느님의 증언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에 관하여 친히 증언해 주셨습니다.
10 하느님의 아드님을 믿는 사람은 이 증언을 자신 안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을 믿지 않는 자는 하느님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에 관하여 하신 증언을 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1 그 증언은 이렇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셨고
그 생명이 당신 아드님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12 아드님을 모시고 있는 사람은 그 생명을 지니고 있고,
하느님의 아드님을 모시고 있지 않는 사람은
그 생명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13 내가 여러분에게,
곧 하느님의 아드님의 이름을 믿는 이들에게 이 글을 쓰는 까닭은,
여러분이 영원한 생명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하려는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곧 그의 나병이 가셨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5,12-16
12 예수님께서 어느 한 고을에 계실 때, 온몸에 나병이 걸린 사람이 다가왔다.
그는 예수님을 보자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이렇게 청하였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13 예수님께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그러자 곧 나병이 가셨다.
14 예수님께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그에게 분부하시고,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모세가 명령한 대로 네가 깨끗해진 것에 대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여라.” 하셨다.
15 그래도 예수님의 소문은 점점 더 퍼져,
많은 군중이 말씀도 듣고 병도 고치려고 모여 왔다.
16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외딴곳으로 물러가 기도하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우리 인간이 살길은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과의 지속적인 접촉입니다!

 

“온몸에 나병이 걸린”이라는 표현을 읽을 때마다, 왠지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오랜 세월 익숙하게 사용되어온 병의 명칭들이 환자들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나 차별적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기에, 최근 대대적인 변경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과거에 몽고증이라고 했었는데, 특정 인종을 비하한다는 지적에 WHO는 병의 발견자 이름을 따 다운증후군으로 바꾸었습니다. 간질이라는 질환은 어감부터가 좋지 않고, 사회적 낙인을 찍는 표현이기에 뇌전증으로 변경했습니다. 정신분열증은 마음의 조화가 깨어져 온다는 의미로 조현병으로 바꾸었습니다. 치매 역시 다분히 부정적 이미지가 크므로 인지저하증으로 바꾸기 위해 논의 중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나병 역시 발병의 원인이 되는 균을 찾아낸 사람의 이름을 따 한센병이 공식 용어가 된 지 오래입니다.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성경 말씀 안에 차별적 언어, 낙인을 찍는 언어가 남아있지는 않은지 눈에 불을 켜고 살펴볼 일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환자의 증세는 꽤 심각했습니다. 균이 온몸으로 퍼졌습니다. 마땅한 치료제도 없던 시절,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깊어져 가는 상처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는 일, 조금씩 사라져가고 떨어져 나가는 자신의 신체를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는 일 뿐이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그가 즉시 하는 일은, 혹시나 밤사이에 기적이 일어나서 내 몸이 나은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감에 자신의 피부를 만져 보았습니다. 즉시 역시나 하며 좌절하며 들짐승처럼 울부짖었습니다.

 

은혜롭게도 더 이상 내려갈 곳 없는 인생의 가장 밑바닥에서 그는 치유자 예수님에 대한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그분이 계신 고을로 찾아갔습니다.

 

율법 규정상 그는 예수님께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찾아온 마지막 기회를 놓칠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을 뵙자마자 그는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렸습니다. 그리고 큰 목소리로 청했습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예수님께서는 율법 규정을 어기십니다. 그와 접촉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환자의 절박한 처지, 경탄할만한 적극성, 예수님을 향한 굳센 믿음, 그 결과는 즉각적인 치유와 구원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참으로 감동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온 몸이 종기로 뒤덮인 한 가련한 인간과 측은지심으로 가득 찬 하느님이 만나는 순간입니다.

 

그 순간 환자가 지니고 있었던 수많은 죄와 상처, 종기, 고름은 뜨거운 하느님 사랑의 불꽃에 모두 소멸되어 버렸습니다. 그 대신 태초의 보송보송한 애기 피부로 아름답게 재생되었습니다.

 

결국 죄인인 우리, 결핍과 상처투성이뿐인 우리 인간이 살길은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과의 지속적인 접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