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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베르나르도) 신부님 글

~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토요일 / 상지종 신부님 ~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토요일. 상지종 베르나르도 신부님.

<그분의 나와 나의 그분 사이에>

 

 

 

욕심 가운데에 으뜸은

사람 욕심일 테지요

사람을 제 것 삼으려는

욕심 말이에요

 

그런데 말이지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말이에요

모든 욕심의 뿌리가

사람 욕심 아닐까싶네요

 

사람을 갉아먹는

온갖 더러운 욕심들은

사람 욕심의

또 다른 얼굴들이고요

 

돈이든 힘이든 자리든 연줄이든

무언가를 더 가지려고

안달하는 까닭도

그저 사람을 얻기 위함 아닐까요

 

자기 사람 만들려다 안 되니까

자기 사람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남의 사람이니까

시샘하고 미워하고 욕도 하고요

 

그런데 말이지요

사람 사는 세상에 말이지요

내 사람 네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어요

 

그냥 사람이지요

누구의 것도 아니고

누구의 것도 될 수 없는

그를 빚으신 분의 사람 말이에요

 

그분의 사람인 내가

그분의 사람인 누군가를

마치 그분 없는 나의 사람인양

어찌 나에게 얽어맬 수 있을까요

 

그러니 언제 어디서든

사람을 놓아주어야지요

오직 사람 내신 분에게 사람을

곱게 보낼 수 있도록 말예요

 

그분께서 앞서 보내신 내가 늘 그분처럼

모든 이를 정성껏 보듬어야겠지만

내가 결코 그분을 가리는

거추장거리 안 되길 바랄 뿐이죠

 

누군가 나와 함께 하기에

마냥 좋고 편하고 행복하다 한다면

나를 통해서 그분을 만났으리라 생각하며

살며시 옅은 웃음 지으면 그뿐이고요

 

어쩌다 누군가 나에게

그저 머물려는 듯싶으면

내가 아니라 그분이라며

한걸음 더 가라고 다독여야지요

 

사람을 내신 그분은 커지시고

그분이 내신 나는 작아져

나는 아쉬움 없이 사라지고

그분만 남는 언젠가 마침내

 

나를 만나는 사람은 누구든지

그분의 내가 아니라 나의 그분을 만나기를

사람 욕심 찌꺼기가 아직도 남아있는

부족한 마음으로나마 기도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