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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스테파노) 신부님 말씀 강

~ 연중 제 2주일 / 양승국 신부님 ~

2025년 1월 19일 (녹) 연중 제2주일

 

제1독서

<신랑이 신부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라.>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62,1-5
1 시온 때문에 나는 잠잠히 있을 수가 없고
예루살렘 때문에 나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그의 의로움이 빛처럼 드러나고 그의 구원이 횃불처럼 타오를 때까지.
2 그러면 민족들이 너의 의로움을, 임금들이 너의 영광을 보리라.
너는 주님께서 친히 지어 주실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리라.
3 너는 주님의 손에 들려 있는 화려한 면류관이 되고
너의 하느님 손바닥에 놓여 있는 왕관이 되리라.
4 다시는 네가 ‘소박맞은 여인’이라,
다시는 네 땅이 ‘버림받은 여인’이라 일컬어지지 않으리라.
오히려 너는 ‘내 마음에 드는 여인’이라, 너의 땅은 ‘혼인한 여인’이라 불리리니
주님께서 너를 마음에 들어 하시고
네 땅을 아내로 맞아들이실 것이기 때문이다.
5 정녕 총각이 처녀와 혼인하듯 너를 지으신 분께서 너와 혼인하고
신랑이 신부로 말미암아 기뻐하듯
너의 하느님께서는 너로 말미암아 기뻐하시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한 분이신 같은 성령께서는 원하시는 대로 각자에게 나누어 주십니다.>
▥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1서 말씀입니다.12,4-11
형제 여러분, 4 은사는 여러 가지지만 성령은 같은 성령이십니다.
5 직분은 여러 가지지만 주님은 같은 주님이십니다.
6 활동은 여러 가지지만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활동을 일으키시는 분은 같은 하느님이십니다.
7 하느님께서 각 사람에게 공동선을 위하여 성령을 드러내 보여 주십니다.
8 그리하여 어떤 이에게는 성령을 통하여 지혜의 말씀이,
어떤 이에게는 같은 성령에 따라 지식의 말씀이 주어집니다.
9 어떤 이에게는 같은 성령 안에서 믿음이,
어떤 이에게는 그 한 성령 안에서 병을 고치는 은사가 주어집니다.
10 어떤 이에게는 기적을 일으키는 은사가,
어떤 이에게는 예언을 하는 은사가,
어떤 이에게는 영들을 식별하는 은사가,
어떤 이에게는 여러 가지 신령한 언어를 말하는 은사가,
어떤 이에게는 신령한 언어를 해석하는 은사가 주어집니다.
11 이 모든 것을 한 분이신 같은 성령께서 일으키십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각자에게
그것들을 따로따로 나누어 주십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예수님께서는 처음으로 갈릴래아 카나에서 표징을 일으키셨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1-11
그때에 1 갈릴래아 카나에서 혼인 잔치가 있었는데,
예수님의 어머니도 거기에 계셨다.
2 예수님도 제자들과 함께 그 혼인 잔치에 초대를 받으셨다.
3 그런데 포도주가 떨어지자
예수님의 어머니가 예수님께 “포도주가 없구나.” 하였다.
4 예수님께서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5 그분의 어머니는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고 말하였다.
6 거기에는 유다인들의 정결례에 쓰는 돌로 된 물독 여섯 개가 놓여 있었는데,
모두 두세 동이들이였다.
7 예수님께서 일꾼들에게 “물독에 물을 채워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들이 물독마다 가득 채우자, 8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다시,
“이제는 그것을 퍼서 과방장에게 날라다 주어라.” 하셨다.
그들은 곧 그것을 날라 갔다.
9 과방장은 포도주가 된 물을 맛보고 그것이 어디에서 났는지 알지 못하였지만,
물을 퍼 간 일꾼들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과방장이 신랑을 불러 10 그에게 말하였다.
“누구든지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놓고,
손님들이 취하면 그보다 못한 것을 내놓는데,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남겨 두셨군요.”
11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처음으로 갈릴래아 카나에서 표징을 일으키시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의 오늘묵상:

 

우리의 신앙도 성모님의 신앙처럼 끊임없이 성장해야 합니다!

 

카나 혼인 잔치에서 벌어진 예수님과 성모님 사이의 대화는 너무나 많은 복선과 의미가 깔린 내용이기에 잘 새겨서 묵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모님께서 예수님께 드린 청부터 좀 이상합니다.

 

성모님은 평소 아들 예수님의 성숙한 동반자로서 부담을 주거나 분위기를 난감하게 만들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특별합니다. 꽤 부담스러운 청을 예수님께 드리고 있습니다. “포도주가 없구나.”(요한 2,3)

 

성모님의 은근한 압박에 맞선 예수님의 대응도 만만치 않습니다.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요한 2,4) 예수님께서는 아직 아버지로부터 공생활을 시작하라는 신호를 받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직은 세상 사람들 눈에 띄면 안 되는 것입니다. 아직 공개석상에서 기적을 행할 때가 아니었기에 어머니의 부탁을 넌지시 거절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성모님도 물러서지 않으십니다. 결국은 자신의 의도를 관철시키십니다. 예수님으로부터 완전한 동의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일을 계속 진척시킵니다. 지혜로운 어머니셨기에, 예수님께 또 뭐라 한마디 하면 서로 난감해질 것이 뻔하니, 이번에는 일꾼들을 불러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

 

어찌 보면 오늘 우리 각자를 향한 성모님의 권고 말씀입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오늘 우리는 부단히 질문을 던져야 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오늘 내게 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예수님께서 오늘 내게 바라시는 바는 무엇인가?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향해 사용하신 호칭, “여인이시여”라는 표현이 꽤 마음에 걸립니다. “여인이시여”라는 호칭은 그동안 예수님께서 성모님에게 사용해 오셨던 호칭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예수님의 갑작스러운 호칭 변화에 성모님께서도 꽤 당혹감을 느끼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인이시여” 라는 말씀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이런 것이 아닐까요. 이제 예수님과 성모님 사이는 서서히 새로운 관계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육의 관계를 넘어 영의 관계로 옮아가는 것입니다. 종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차원의 모자 관계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머지않아 예수님의 본격적인 공생활이 시작될 것입니다. 성모님의 영적 여정 역시 가야 할 길이 꽤 남아있습니다. 성모님의 믿음 역시 더 쇄신되고 더 깊어져야 할 과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아직도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으셨던 성모님이셨습니다. 아직도 세밀한 하느님의 계획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하셨던 성모님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포도주를 많게 하시는 기적을 통해 일단 성모님의 인간적 체면을 살려주시지만, 진정한 의도는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라는 말씀을 통해 기적이나 체면을 살리기보다 아버지의 뜻에 순명하는 것이 더 우선적이고 더 중요한 일이라는 강조하십니다. 성모님의 완곡한 청을 거절하지 않으면서도 “여인이시여”라는 호칭을 통해 살짝 거리를 두는 예수님의 모습은 성모님에게는 새로운 하나의 초대입니다.

 

‘어머니, 그간 저를 돌봐주시느라 참으로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쉽고 안타깝지만 떠나갈 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도 잘 준비하셨으면 합니다. 이제 어머니의 신앙이 한 차원 승화될 순간입니다. 이제 인간적인 눈이 아니라 영적인 눈, 육적인 관계보다는 영적인 관계, 세상적인 뜻보다는 아버지의 뜻을 먼저 생각하셔야 할 것입니다.’이런 의미를 함축한 표현이 “여인이시여”가 아닐까, 하는 묵상을 해보았습니다.

 

우리의 신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성모님의 신앙처럼 끊임없이 성장해야 합니다. 하느님과 우리 사이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성모님과 예수님 사이처럼 역동적이어야 하고, 진취적이어야 합니다. 서로를 속박하고 자신 안에 가두어두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자유롭게 해주고, 서로를 키워주는 그런 관계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