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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성녀 아녜스 동정 순교자 기념일 / 김동희 신부님 ~

성녀 아녜스 동정 순교자 기념일. 김동희 모세 신부님.

 

 

 

“풍요로운 우정으로 꽃피우는 하느님 사랑과 만남으로써, 또는 그 사랑과 새롭게 만남으로써 비로소 우리는 자신의 고립감과 자아도취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복음의 기쁨」8항을 열쇠 삼아 오늘 복음의 문을 열어 봅니다.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제자들과 급히 밀밭 사이를 질러가십니다.

 

다른 이웃 고을에 복음을 전하시러 가시는 길일까요, 아니면 누군가 크게 아프다는 전갈을 받으시고 서둘러 그를 찾아가시는 길일까요.

 

그런데 제자들이 길을 내고 가던 중 밀 이삭을 뜯어 손으로 비벼 호호 불어 먹기 시작합니다.

 

볕에 익어 가는 밀 내음과 밀 이삭을 흔드는 산들바람! 간단하고 조촐하지만 주님이신 예수님 곁에서 이루어지는 근사한 안식일 식사입니다.

 

그런데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따져 묻습니다. “보십시오, 저들은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합니까?”(마르 2,24)

 

사실 구약의 율법은 매정한 법이 아닙니다.

 

“너희가 밭에서 곡식을 거둘 때에, 곡식 한 묶음을 잊어버리더라도 그것을 가지러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 ……

 

너희가 올리브 나무 열매를 떨 때, 지나온 가지에 다시 손을 대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의 몫이 되어야 한다”(신명 24,19-20).

 

따스함이 묻어 있는 법입니다.

 

안식일 법도 일을 금하는 법이기에 앞서 돌봄의 법입니다.

 

그럼에도 바리사이들은 완고합니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자아도취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과 함께 이 안식일을 누려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