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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연중 제 2주간 목요일 / 오상선 신부님 ~

 1월 23일 연중 제2주간 목요일

 

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제물로 바치심으로써 한 번에 다 이루셨습니다.>
▥ 히브리서의 말씀입니다.7,25―8,6
형제 여러분, 예수님께서는 25 당신을 통하여
하느님께 나아가는 사람들을 언제나 구원하실 수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늘 살아 계시어 그들을 위하여 빌어 주십니다.
26 사실 우리는 이와 같은 대사제가 필요하였습니다.
거룩하시고 순수하시고 순결하시고 죄인들과 떨어져 계시며
하늘보다 더 높으신 분이 되신 대사제이십니다.
27 그분께서는 다른 대사제들처럼 날마다 먼저 자기 죄 때문에 제물을 바치고
그다음으로 백성의 죄 때문에 제물을 바칠 필요가 없으십니다.
당신 자신을 바치실 때에 이 일을 단 한 번에 다 이루신 것입니다.
28 율법은 약점을 지닌 사람들을 대사제로 세우지만,
율법 다음에 이루어진 맹세의 그 말씀은
영원히 완전하게 되신 아드님을 대사제로 세웁니다.
8,1 지금 하는 말의 요점은 우리에게 이와 같은 대사제가 계시다는 것입니다.
곧 하늘에 계신 존엄하신 분의 어좌 오른쪽에 앉으시어,
2 사람이 아니라 주님께서 세우신 성소와 참성막에서
직무를 수행하시는 분이십니다.
3 모든 대사제는 예물과 제물을 바치도록 임명된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대사제도 무엇인가 바칠 것이 있어야 합니다.
4 만일 그분께서 세상에 계시면 사제가 되지 못하십니다.
율법에 따라 예물을 바치는 사제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5 모세가 성막을 세우려고 할 때에 지시를 받은 대로,
그들은 하늘에 있는 성소의 모상이며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 성소에서 봉직합니다.
하느님께서 “자, 내가 이 산에서 너에게 보여 준 모형에 따라
모든 것을 만들어라.” 하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6 그런데 이제 그리스도께서는 더 훌륭한 직무를 맡으셨습니다.
더 나은 약속을 바탕으로 세워진 더 나은 계약의 중개자이시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더러운 영들은“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하고 소리 질렀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당신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이르셨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3,7-12
그때에 7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호숫가로 물러가셨다.
그러자 갈릴래아에서 큰 무리가 따라왔다.
또 유다와 8 예루살렘, 이두매아와 요르단 건너편,
그리고 티로와 시돈 근처에서도
그분께서 하시는 일을 전해 듣고 큰 무리가 그분께 몰려왔다.
9 예수님께서는 군중이 당신을 밀쳐 대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시려고,
당신께서 타실 거룻배 한 척을 마련하라고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10 그분께서 많은 사람의 병을 고쳐 주셨으므로,
병고에 시달리는 이들은 누구나 그분에게 손을 대려고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11 또 더러운 영들은 그분을 보기만 하면 그 앞에 엎드려,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고 소리 질렀다.
12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당신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엄하게 이르곤 하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알라반의  말씀사랑 

 

 오늘 미사의 말씀에서는 대사제이신 예수님의 모습이 부각됩니다.

"만일 그분께서 세상에 계시면 사제가 되지 못하십니다. 율법에 따라 예물을 바치는 사제들이 있기 때문입니다."(히브 8,4)

율법은 레위 가문에 사제 직무를 맡깁니다. 하느님이 그들의 유산이 되어주시기 때문에 거룩함에 봉직하는 아론의 후예 사제들을 포함한 모든 레위 지파 사람들에게는 따로 상속 재산이 주어지지 않았지요. 

성경에 기록된 대로 유다 가문, 다윗 후손으로 태어나신 예수님은, 그러나 인간 대사제들이 바치는 제사와 비교할 수 없이 완전한 제사를 바치신 대사제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바치심으로써 "영원히 완전하게 되신 아드님"을 대사제로 세우십니다.

인간 대사제들은 
"하늘에 있는 성소의 모상이며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 성소에서 봉직합니다"(히브 8,5). 반면 예수님은 "주님께서 세우신 성소와 참성막에서 직무를 수행하시는 분"(히브 8,2)이십니다. 그리하여 히브리서 저자는 "이제 그리스도께서는 더 훌륭한 직무를 맡으셨습니다. 더 나은 약속을 바탕으로 세워진 더 나은 계약의 중개자이시기 때문입니다."(히브 8,6)라고 증언합니다.

복음은 예수님께로 군중이 몰려드는 모습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

"큰 무리가 따라왔다. ... 큰 무리가 그분께 몰려왔다. ... 그분에게 손을 대려고 밀려 들었다. ... 그분을 보기만 하면 ... 소리를 질렀다."

참으로 역동적인 광경이 펼져지고 있습니다. 이제 신앙의 중심이 예루살렘에서 변방으로 이동됩니다. 예수님께서 계시는 곳이 곧 중심이 됩니다. 예루살렘 성전 안에는 여전히 사제들이 자신의 죄와 백성의 죄를 위해 예물과 제물을 바치며 예식을 거행합니다. 학자들은 율법을 연구하고 레위인들은 성전을 관리하지요. 

예수님 주변에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 치유와 구마가 절실한 이들, 중심 기득권층에서 소외되고 외면당하는 이들이 모입니다. 주로 온도와 핏기 없이 형식과 제도로 이어가는 예식 안에서는 도무지 위로와 안식을 얻기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비록 배운 것도 적고 가진 것도 없는 투박하고 단순한 이들이지만 구체적인 삶의 자리 깊숙이까지 생생하게 침투하는 실질적인 구원이 그리웠던 것입니다. 곧 예식 안에서만이 아니라 삶이 곧 제사인 구원자 사제의 모습을 예수님에게서 보았고 체험한 것이지요.

지금 예루살렘 성전이 
"성막의 모상이고 그림자"라면, 예수님께서 계신 이곳이 곧 "주님께서 세우신 성소요 참성막"입니다. 진정한 희생제사와 예배, 찬미와 찬양이 이루어지는 영의 도가니가 기쁨과 희망과 찬양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당신께서 타실 거룻배 한 척을 마련하라고 제자들에게 이르셨다."(마르 3,9)

군중이 예수님께 손을 대려고 몰려드는 통에 예수님께서 거룻배 한 척을 마련하게 하십니다. 지금 당장은 마구잡이로 몰려드는 군중과 예수님 사이에 일정한 간격을 유지해 질서를 찾고 또 말씀으로 가르침을 주시기 위한 장치가 됩니다만,  "배"는 곧 교회의 표상입니다.

교회는 심연을 헤치고 파도를 넘어 지상 순례길을 항해하는 배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구원에 대한 희망"은 이 배를 단단히 고정해 항구인 "저 휘장 안"
(히브 6,19)으로 들어가게 해 주는 영혼의 닻이지요. 그리고 이 배의 주인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우리는 구약의 율법과 성전에서 신약의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으로 중심이 이동되고 있음을 봅니다. 신앙의 주인은 저 멀리 하늘에서 온갖 권리를 행사하며 섬김만 받으시는 존재가 아니라, 고통받고 슬퍼하는 이들 곁으로 내려와 보살피고 회복시키는, 종래에는 그 고통을, 죽음까지도 떠안는 분이심이 드러납니다.   

사랑하는 벗님! 우리는 지금 어디쯤 존재하고 있는지 살피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신약시대를 지나 성령의 시대를 살면서도 두려우신 하느님은 그저 멀리 계셔야 편하다며 적당선에서 신자 신분만 유지하고 구약 율법에 안주하며 살지는 않은지요? 오늘 예수님께 몰려들어 그분을 만지고 싶어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열정이 일어나며 가슴이 뛰는지요? 그분 곁에 머물고 싶어 간절히 종종걸음을 치는지요?

예수님을 향한 신앙과 사랑은 어디에서나 드러나고 발휘되어야 합니다. 가정과 직장, 신자 공동체와 사회 안에서 예수님을 닮으려 애쓰며 살아가는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 작은형제회 오 상선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