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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성 요한 보스코 사제 기념일 / 조재형 신부님 ~

 

제1독서

<많은 싸움을 견디어 냈으니 확신을 버리지 마십시오.>
▥ 히브리서의 말씀입니다.10,32-39
형제 여러분, 32 예전에 여러분이 빛을 받은 뒤에
많은 고난의 싸움을 견디어 낸 때를 기억해 보십시오.
33 어떤 때에는 공공연히 모욕과 환난을 당하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그러한 처지에 빠진 이들에게 동무가 되어 주기도 하였습니다.
34 여러분은 또한 감옥에 갇힌 이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었고,
재산을 빼앗기는 일도 기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보다 더 좋고 또 길이 남는 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35 그러니 여러분의 그 확신을 버리지 마십시오.
그것은 큰 상을 가져다줍니다.
36 여러분이 하느님의 뜻을 이루어 약속된 것을 얻으려면 인내가 필요합니다.
37 “조금만 더 있으면 올 이가 오리라. 지체하지 않으리라.
38 나의 의인은 믿음으로 살리라.
그러나 뒤로 물러서는 자는 내 마음이 기꺼워하지 않는다.”
39 우리는 뒤로 물러나 멸망할 사람이 아니라,
믿어서 생명을 얻을 사람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씨를 뿌리고 자는 사이에 씨는 자라는데, 그 사람은 모른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4,26-34
그때에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26 말씀하셨다.
“하느님의 나라는 이와 같다. 어떤 사람이 땅에 씨를 뿌려 놓으면,
27 밤에 자고 낮에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 씨는 싹이 터서 자라는데,
그 사람은 어떻게 그리되는지 모른다.
28 땅이 저절로 열매를 맺게 하는데,
처음에는 줄기가, 다음에는 이삭이 나오고 그다음에는 이삭에 낟알이 영근다.
29 곡식이 익으면 그 사람은 곧 낫을 댄다. 수확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30 예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하느님의 나라를 무엇에 비길까? 무슨 비유로 그것을 나타낼까?
31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땅에 뿌릴 때에는 세상의 어떤 씨앗보다도 작다.
32 그러나 땅에 뿌려지면 자라나서 어떤 풀보다도 커지고 큰 가지들을 뻗어,
하늘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수 있게 된다.”
33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이처럼 많은 비유로 말씀을 하셨다.
34 비유를 들지 않고는 그들에게 말씀하지 않으셨다.
그러나 당신의 제자들에게는 따로 모든 것을 풀이해 주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의 매일 체험 묵상

 

달라스는 ‘눈’이 내리면 학교도, 성당도 문을 닫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지난 1월 9일에 달라스 지역에 눈이 내렸습니다. 전날 이미 학교는 문을 닫는다고 공지했습니다. 저는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서 상황을 지켜보았습니다. 오전부터 내리던 눈은 오후에도 계속 내렸고, 교우들의 안전을 고려해서 성당 미사도 중단했습니다. 달라스가 눈 때문에 성당 문을 닫아야 했다면 캘리포니아 지역에는 엄청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많은 재산 피해가 있었고, 소중한 인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제가 있던 뉴욕에서는 눈이 온다고 학교 문을 닫거나, 성당의 미사가 중단되는 예는 없었습니다. 눈에 대한 대비책이 잘 되어 있고, 눈이 내려도 제설차가 눈을 치우기 때문입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한다고, 달라스에 왔으니, 달라스의 상황을 따르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미사가 중단되었고, 약속도 취소되었습니다. 그렇게 이틀 동안 평소에 시간이 없어서 읽지 못했던 책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5’을 읽었습니다. 책 내용 중에 ‘옴니보어(Omnivore)’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옴니보어라는 말은 형식, 세대, 성별, 나이로 구분되던 삶의 유형이 통합된다는 의미입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사람의 평균 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인터넷과 AI의 결합으로 세상의 모든 사람이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유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라는 삶의 과정을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삶의 과정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100세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년기에라도 ‘스타트업’으로 큰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노년기에도 ‘인턴’으로 스타트업에 입사해서 자기의 경험을 나눌 수 있습니다. 맞벌이로 바쁜 부모를 대신해 조부모가 손자와 여행을 가기도 합니다. 조부모의 건강과 능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입니다. 

 

스포츠 관람도 예전에는 남성이 많았지만, 요즘은 여성 관객이 더 많습니다. 남성이 여성이 하던 일을 즐겨하기도 하고, 여성이 남성이 하던 일을 즐겨하기도 합니다. ‘옴니보어’의 시대에 시간은 직선으로 흐르지 않고, 순환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 쉼표를 찍어 놓은 곳을 우리가 마음대로 마침표를 찍을 필요가 없습니다.

 

‘옴니보어’의 원조는 누구일까요?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몇 사람이라도 구원하려고, ‘모든 이에게 모든 것’(Omnibus Omnia)’이 되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한때 자신이 지니고 있었던 육체적인 힘과 재능과 엄청난 에너지를 자랑하고 다녔습니다. 정통 유다인이자 동시에 로마 시민권자, 전도유망한 율법 교사로서 자부심도 대단했습니다. 

 

바오로 사도 안에는 세상 것들에 대한 욕심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과의 극적인 만남을 통해 바오로 사도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화됩니다. 회심 이후 바오로 사도가 한 첫 번째 일은 자신 안에 가득 차 있었던 세상의 것들을 말끔히 비워내는 일이었습니다. 

 

비워낸 그 자리에 전혀 새로운 가치관인 예수 그리스도로 가득 채우는 일이었습니다. 그 결과 바오로 사도는 ‘모든 이에게 모든 것’(Omnibus Omnia)이 될 수 있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그런 마음으로 ‘이방인을 위한 사도’가 될 수 있었습니다.

 

‘옴니보어’의 원조는 예수님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 나라에서는 선한 사람 아흔아홉보다 회개하는 죄인 하나를 더 기뻐하신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착한 목자는 우리에 있는 아흔아홉 마리의 양보다 잃어버린 양을 찾아 밤을 새운다. 잃어버린 양을 찾은 착한 목자는 더 기뻐한다.” 

 

사제는 성찬의 전례에서 이렇게 기도합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해 내어줄 내 몸이다.” 교회는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해야 합니다. 교회는 모든 이의 모든 것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초대교회는 바로 그런 삶을 살았습니다.

 

“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땅에 뿌릴 때에는 세상의 어떤 씨앗보다도 작다. 그러나 땅에 뿌려지면 자라나서 어떤 풀보다도 커지고 큰 가지들을 뻗어, 하늘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수 있게 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