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5,36)
1월 4일 연중 4주 화요일 (다해)마르 5,21-43
제1독서
<우리가 달려야 할 길을 꾸준히 달려갑시다.>
▥ 히브리서의 말씀입니다.12,1-4
형제 여러분, 1 이렇게 많은 증인들이 우리를 구름처럼 에워싸고 있으니,
우리도 온갖 짐과 그토록 쉽게 달라붙는 죄를 벗어 버리고,
우리가 달려야 할 길을 꾸준히 달려갑시다.
2 그러면서 우리 믿음의 영도자이시며 완성자이신 예수님을 바라봅시다.
그분께서는 당신 앞에 놓인 기쁨을 내다보시면서,
부끄러움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십자가를 견디어 내시어,
하느님의 어좌 오른쪽에 앉으셨습니다.
3 죄인들의 그러한 적대 행위를 견디어 내신 분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면 낙심하여 지쳐 버리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4 여러분은 죄에 맞서 싸우면서
아직 피를 흘리며 죽는 데까지 이르지는 않았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5,21-43
그때에 21 예수님께서 배를 타시고 건너편으로 가시자
많은 군중이 그분께 모여들었다.
예수님께서 호숫가에 계시는데,
22 야이로라는 한 회당장이 와서 예수님을 뵙고 그분 발 앞에 엎드려,
23 “제 어린 딸이 죽게 되었습니다.
가셔서 아이에게 손을 얹으시어
그 아이가 병이 나아 다시 살게 해 주십시오.” 하고 간곡히 청하였다.
24 그리하여 예수님께서는 그와 함께 나서시었다.
많은 군중이 그분을 따르며 밀쳐 댔다.
25 그 가운데에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하는 여자가 있었다.
26 그 여자는 숱한 고생을 하며 많은 의사의 손에 가진 것을 모두 쏟아부었지만,
아무 효험도 없이 상태만 더 나빠졌다.
27 그가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군중에 섞여 예수님 뒤로 가서 그분의 옷에 손을 대었다.
28 ‘내가 저분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하여도 구원을 받겠지.’ 하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29 과연 곧 출혈이 멈추고 병이 나은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30 예수님께서는 곧 당신에게서 힘이 나간 것을 아시고 군중에게 돌아서시어,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 하고 물으셨다.
31 그러자 제자들이 예수님께 반문하였다.
“보시다시피 군중이 스승님을 밀쳐 대는데,
‘누가 나에게 손을 대었느냐?’ 하고 물으십니까?”
32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누가 그렇게 하였는지 보시려고 사방을 살피셨다.
33 그 부인은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알았기 때문에,
두려워 떨며 나와서 예수님 앞에 엎드려 사실대로 다 아뢰었다.
34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이르셨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 그리고 병에서 벗어나 건강해져라.”
35 예수님께서 아직 말씀하고 계실 때에 회당장의 집에서 사람들이 와서는,
“따님이 죽었습니다.
그러니 이제 스승님을 수고롭게 할 필요가 어디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였다.
36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말하는 것을 곁에서 들으시고
회당장에게 말씀하셨다.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
37 그리고 베드로와 야고보와 야고보의 동생 요한 외에는
아무도 당신을 따라오지 못하게 하셨다.
38 그들이 회당장의 집에 이르렀다.
예수님께서는 소란한 광경과 사람들이 큰 소리로 울며 탄식하는 것을 보시고,
39 안으로 들어가셔서 그들에게, “어찌하여 소란을 피우며 울고 있느냐?
저 아이는 죽은 것이 아니라 자고 있다.” 하고 말씀하셨다.
40 그들은 예수님을 비웃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다 내쫓으신 다음,
아이 아버지와 어머니와 당신의 일행만 데리고
아이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셨다.
41 그리고 아이의 손을 잡으시고 말씀하셨다. “탈리타 쿰!”
이는 번역하면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는 뜻이다.
42 그러자 소녀가 곧바로 일어서서 걸어 다녔다.
소녀의 나이는 열두 살이었다. 사람들은 몹시 놀라 넋을 잃었다.
43 예수님께서는 아무에게도 이 일을 알리지 말라고
그들에게 거듭 분부하시고 나서,
소녀에게 먹을 것을 주라고 이르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작은형제회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의 말씀나눔
믿음으로 함께 걷는 행복의 길 ♣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위력으로 하혈을 하는 여인을 고쳐주시고, 회당장의 딸을 소생시켜주신다. 예수님께서는 죽어가는 딸의 병을 고쳐 다시 살게 달라고 간청하는 회당장 야이로의 부탁을 받은 터였다(5,22-23). 그런데 하혈하던 여자가 군중에 섞여 예수님의 옷에 손을 대었다. 이 여자는 열두 해 동안이나 병치레를 하면서 가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성전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유대인들의 축제에도 참여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 지내왔을 것이다. 하혈하는 여인은 불결하다고 여겨져 다른 사람과 접촉하면 안 되는 병이자(레위 15,25) 드러내 보일 수 없는 수치스런 병으로 여겨졌다.
인간적으로 극도로 절망하던 그녀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매달려 병을 고치고 싶은 애절한 심정에서 유다인의 규정 위반이나 수치스러움을 괘념치 않고 예수께 매달렸다. 그 여자는 “저분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하여도 구원을 받겠지” 하고 생각하며 예수님의 뒤로 가서 그분의 옷에 손을 대었다(5,27-29). 예수님께서는 나병환자처럼 철저히 소외된 그 여자를 “딸아”라고 애정어린 호칭으로 부르면서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 그리고 병에서 벗어나 건강해져라.”(5,34) 하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의 옷을 만진 많은 사람 중에 믿음으로 옷자락을 만진 그 여자만이 치유를 받았다(5,30-31). 그 여인의 절박하고 애절하게 간구하는 마음과 하느님의 위력을 지니신 예수님께 자신을 내맡기는 전적인 의탁이 예수님의 사랑을 만나 치유를 일으켰다.
예수님께서 그 여인의 병을 고쳐주시느라 시간이 지체되는 사이 그토록 간곡히 청했던 회당장의 딸은 숨을 거두고 만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하고 말씀하신다(5,36). 그분은 절망과 슬픔에 사로잡힌 회당장에게 하느님의 권위로 격려하시고 그의 집으로 가셨다. 사람들은 회당장의 어린 딸의 싸늘한 주검을 앞에 두고 소란스러워 했고 큰 소리로 울며 탄식하였다(5,38). 그런데 이를 보신 예수님께서는 “저 아이는 죽은 것이 아니라 자고 있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분은 사람들의 비웃음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소녀에게 “일어나라!”하고 말씀하시어 그 아이를 소생시키셨다(5,41-42). 이 소생사화에서 예수님께서는 소생이적을 일으켰던 엘리야나 엘리사보다 훨씬 탁월한 분이심이 드러난다.
오늘 복음에서 믿음으로 그녀가 하혈증을 고침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회당장도 믿음으로 죽었던 딸이 ‘곧바로 일어나 걸어 다니는’ 기적을 보게 된다. 오늘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일은 십자가의 길을 걷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인 듯하다. 사회 전반적으로 신뢰가 깨지고 권위가 실추되고, 인간성이 존중받지 못하고, 사회적 안전장치가 부실해지며, 가장 기본적인 삶을 살아가기에도 그야말로 ‘퍽퍽한’ 현실이다. 서민들의 삶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이 절망적이고 마음 아픈 현실에서 하느님만이 살길이요 우리 편임을 믿도록 하자! 이 어려운 상황을 버텨 나가도록 함께 해주신 분도 주님이요, 이 고통의 터널을 벗어나는 유일한 길도 예수님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뿐임을 명심하도록 하자! 아울러 회당장 야이로의 딸의 죽음을 함께 슬퍼하며 탄식하던 이들의 “고통과 슬픔 중에 함께 하는 마음”과 주님을 향한 절박하고 애절한 믿음을 지니고, 온전히 주님께 자신을 내맡기며, 우리 함께 서로 격려하고 사랑하며 힘을 내도록 하자!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기경호(프란치스코) OFM'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성 바오로 미끼와 동료 순교자 기념일 / 기경호 신부님 ~ (0) | 2025.02.06 |
---|---|
~ 아가타 동정 수교자 기념일 / 기경호 신부님 ~ (0) | 2025.02.05 |
~ 주님 봉헌 축일 / 기경호 신부님 ~ (0) | 2025.02.02 |
~ 연중 제 3주간 토요일 / 기경호 신부님 ~ (0) | 2025.02.01 |
~ 설 / 기경호 신부님 ~ (0) | 2025.01.29 |